국세청은 국가 재정 수입을 책임지는 세정 집행 기관이다. 과세권과 조사권, 세무정보 수집권 등 세금과 관련된 부분에 있어선 막강한 권한을 지니고 있어 ‘무소불위의 권력기관’으로 불리기도 한다. 세무조사 명분을 내세우면 어떤 이유로든 조사를 회피할 수 없기 때문에 기업이나 개인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자연스레 국가를 막론하고 국세청 수장은 소신, 전문성 등의 기본 자질과 더불어 국가 핵심 권력과 두터운 신뢰 관계를 맺고 있는 인물이 맡는 게 기정사실로 여겨지고 있다.
尹 핵심 지지기반 ‘PK출신’ 韓국세청장…내각관료 수장격 재무대신 후광 日국세청장
우리나라 국세청을 이끌고 있는 인물은 강민수 국세청장이다. 지난 6월 신임 국세청장으로 임명된 강 청장은 현 정부의 핵심 지지기반으로 여겨지는 TK(대구·경북)·PK(부산·경남) 출신 엘리트 관료다. 1968년 경상남도 창원시에서 태어났고 동래고등학교,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1993년 37회 행정고시에 합격하며 공직 생활을 시작한 그는 줄곧 국세청에서 이력을 쌓았다. 첫 보직은 제주세무서 총무과장이었고 이후 ▲부산지방국세청 조사1국장 ▲서울지방국세청 조사3국장 ▲국세청 기획조정관 ▲대전지방국세청장 ▲서울지방국세청장 등을 거쳤다.
일본 역시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한국의 기획재정부 격인 재무성 산하에 국세청(NTA)을 두고 있다. 국세를 평가하고 징수하는 등 우리나라 국세청과 핵심 역할은 유사하다. 현재 일본 국세청을 이끌고 있는 인물은 스미사와 히토시(住沢仁) 국세청장이다. 스미사와 히토시 청장은 1965년 일본 아오모리현 출생으로 해당 지역에 위치한 하치노헤 고등학교를 거쳐 도쿄대 경제학과에 입학했다. 그는 1988년 대학 졸업과 동시에 한국의 행정고시에 해당하는 국가공무원종합직에 합격해 곧바로 대장성(현 재무성)의 총무과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공직생활 초기 세금 관련 분야에 남다른 능력을 보여 세재담당 부서인 주세국에 배치됐다. 그는 주세국에서 ▲조사과장 ▲세제1과장 ▲총무과장 등을 거쳐 2020년 7월 주세국장에 임명됐다. 주세국장에 취임한지 3년 만에 그는 2023년 7월 국세청장으로 임명됐다. 현 일본 재무대신 스즈키 슌이치가 국세청장 자리에 직접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무대신은 한국의 기획재정부 장관과 마찬가지로 일본의 예산·세무·관세 등을 종합적으로 최종 관장하는 내각관료다. 현재 스미사와 히토시는 지난해 10월부터 전자세금계산서(인보이스) 제도의 정착 및 활성화를 강조하며 세무행정의 디지털화를 1순위 과제로 삼고 있다.
中 공산당 곳간 수장 親(친)시진핑 인사…권력 고속열차 탄 베트남 세무총국장
중국에서 국세청 역할을 하는 기관은 국가세무총국이다. 중국 전역의 세금징수를 책임지는 국가세무총국은 중국 공산당 재정의 핵심 조직으로 여겨진다. 현재 중국은 지방세를 걷고 있긴 하지만 지방자치제를 도입하지 않은 탓에 지방정부가 자율적으로 징수하는 대신 국가세무총국의 각 지사가 세금을 걷고 있다. 현재 국가세무총국을 이끄는 수장은 ‘후징린(胡景林)’ 국장이다. 후징린은 1964년 안후이성 서현 출생으로 중국인민대학에서 인적자원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는 1987년 공직에 뜻을 품고 중국 공산당에 입당했다. 중국 내에서 고위직으로 가기 위해선 중국 공산당 입당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공산당 입당자격은 만 18세 이상의 중국인이다. 공산당 입당 1년 후인 1988년 후징린은 국유자산관리국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1994년부터 1998년까지는 국유자산관리국 정책규제부 부국장, 1998년에는 재무부로 자리를 옮겨 1년 동안 재무부 자산평가과 비서관으로 활동했다. 이후 ▲재무부 재산평가부 부국장(1999년~2000년) ▲재무부 경제건설부 부국장(2000년~2004년) ▲재무부 경제건설부 국장(2004년~2007년) 등을 거쳐 2009년 재무부 차관과 당 지도부 의원으로 승진했다.
그는 2018년 5월 당시 새로 설립된 국가의료안전국 국장을 맡은 후 지난해 갑작스레 해임된 전임자 ‘왕쥔’의 뒤를 이어 국가세무총국 국장에 임명됐다. 당시 그의 국가세무총국 국장 임명을 두고 중국 현지 내에선 시진핑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게 정설로 받아들여졌다. 전임자 왕쥔이 지난해 돌연사한 리커창 전 중국 총리와 북경대 동문으로 각별한 사이였기 때문이다. 자유경제 체제를 지향했던 리커창은 마오주의로의 회귀를 꿈꾸는 시진핑과 대척점에 선 인물로 평가받았다. 시진핑은 지난해 3월 리커창이 총리직을 퇴임하자마자 국가세무총국 고위 관리들을 무더기로 조사·처벌한 바 있다.
베트남의 세무총국(이하 GDT)은 재무부 산하 기관으로 세금을 포함한 국가 전체의 수입을 관리하는 기관이다. 현재 GDT를 이끌고 있는 인물은 ‘마이 쑤언 탄(Mai Xuan Thanh)’ 국장이다. 그는 1968년 남딘성 하이하우현 출생으로 호치민 경제금융대학에서 금융학을 전공했다. 대학 졸업 후 1994년 관세총국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30년 동안 ▲수출입 세금 징수 검사부 ▲밀수 방지국 등 여러 부서에서 다양한 직책을 역임했다. 이후 세무총국 부국장을 거쳐 지난해 9월 세무총국 국장에 임명됐다.
베트남 내에서 세무총국 국장은 재무부 고위 공무원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필수 코스로 여겨진다. 마이 쑤언 탄에게 세무총국 국장 자리를 넘긴 전임자 카오 안 투안(Cao Anh Tuan)은 현재 재무부 차관을 역임 중이다. 또 다른 재무부 차관 보 탄 훙(Vo Thanh Hung) 역시 세무총국 출신이다.
국회 관계자는 “각 나라의 국세청은 국가 운영에 필요한 재정을 관리하는 핵심 조직이기 때문에 현 정부의 정책 기조에 적합한 인물을 수장으로 앉히는 경우가 많다”며 “중책을 역임한 이력은 향후 더 높은 고위직에 올라가기 위한 가장 확실한 스펙으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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