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 대륙은 세계 경제의 축소판이라 불릴 정도로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막강하다. 세계 1위의 경제 강국이자 기축통화국인 미국이 아메리카 대륙에 속해 있기 때문이다. IMF에 따르면 미국은 2022년 기준 전 세계 GDP의 약 25%를 점유하고 있다. GDP(국내총생산)가 국가 경제 내에서 이루어진 생산 활동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임을 감안했을 때 사실상 세계 경제의 4분에 1을 미국이 책임진다고 봐도 무방하다.
아메리카 대륙의 경제 역시 미국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아메리가 대륙에 속한 국가 대부분이 미국과 인접한 지리적 이점을 최대한 활용해 자국의 경제력 향상을 도모하고 있다. 기업들도 예외는 아니다. 대부분 미국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으며 특히 각 나라의 시총 1위 기업은 미국과 상당히 촘촘한 관계를 맺고 있다. 미국 증시에 상장돼 있거나 미국 자본이 대거 투입된 상태다.
전문경영인 체제 확고한 미국·캐나다, 시총 1위 애플·RBC 진짜 실세 ‘의사회 의장’
현재 미국 증시는 시총 1위를 두고 애플·MS·엔비디아의 ‘삼파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17일 기준 시총 순위는 애플이 3조6007억달러(원화 약 4978조원)로 1위다. 이날 애플은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며 2위 마이크로스프트(3조3410억원, 원화 약 4620조원)와 격차를 350조원 가량 벌렸다. 시장에서는 상승세를 이어간다면 연내 기업 최초로 시총 4조달러를 돌파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애플은 창업주 스티븐 잡스가 서거한 뒤 지배주주 없이 다수 기관투자자가 주식을 분점하는 지배구조를 보여왔다. 올해 3월 기준 지분 57.59%를 6303개 기관투자자들이 나눠서 보유 중이다. 최대주주는 글로벌 자산운용사 뱅가드그룹으로 지분 8.6%를 보유하고 있다. 이어 ▲블랙록(6.79%) ▲버크셔 해서웨이(5.15%) ▲스테이트 스트리트 코퍼레이션(3.84%) 등의 순으로 애플 지분을 보유 중이다.
애플의 최고경영자는 팀 쿡(Tim Cook)으로 2011년부터 무려 13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스티븐 잡스와 달리 주주 환원 정책을 적극 추진하며 주주 친화적 행보를 보인 게 결정적 요인으로 꼽혔다. 그는 2012년부터 분기 배당을 재개하고 2013년에는 자사주 매입과 배당 규모를 늘렸다. 그러나 팀 쿡 역시 어디까지나 경영을 책임지는 역할을 맡았을 뿐 애플의 굵직한 결정에 있어 실질적인 권력을 행사하는 인물은 아서 D.레빈슨 이사회 의장이다.
레빈슨은 1950년 시애틀의 한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는 워싱턴 대학교에서 분자생물학 학사와 화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프린스턴대학교에서 생화학 박사 학위를 수여한 뒤 1980년 벤처 제약회사였던 제넨텍에 연구원으로 입사해 훗날 CEO자리까지 올랐다. 애플 이사회 의장이 되기 이전에는 2000년부터 애플의 이사로 활동했으며 2004년~2009년까지 구글 이사로도 활동한 이력이 있다. 레빈슨은 애플이 매킨토시 컴퓨터와 아이폰을 만드는 데 기여하는 등 애플 이사회 내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해왔다.
미국의 이웃 국가인 캐나다의 시총 1위 기업은 캐나다왕립은행(RBC)이다. 캐나다왕립은행은 1600만명의 고객을 보유한 캐나다 최대의 은행으로 본사는 캐나다 몬트리올에 위치하고 있다. 17일 뉴욕 증시 기준 RBC의 시가 총액은 원화 약 215조원에 달한다. 3월 기준 도합 지분 51.88%를 1060개의 기관이 각각 보유 중이며 최대주주는 캐나다 왕실(5.43%)이다. RBC는 미르코 비빅(Mirko Bibic) CEO를 중심으로 운영되지만 핵심 인사권은 이사회 의장인 재신트 코테(Jacynthe Côté)가 쥐고 있다.
1958년 캐나다 퀘벡주에서 태어난 제신트 코테는 퀘벡주에 있는 라발대학교에서 화학을 전공했다. 그는 1988년 캐나다의 광산 회사이자 세계 최대의 알루미늄 제조업체인 알칸에 입사하며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알칸에서 26년간 근무하며 CEO자리까지 올랐으며 2014년 은퇴 직전까지 알칸의 고문을 역임했다.
2014년부터 RBC의 독립 이사를 맡으며 약 8년 동안 재무, 법률, 감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했다. RBC 이사 임기 중 그는 2018년부터 2023년까지 퀘벡의 전기 생산 공기업 Hydro-Québec의 이사회 의장을 동시 역임했다. Hydro-Québec은 국내 한국전력공사와 유사한 기관이다. 2022년 코테는 캐슬린 테일러로부터 이사회 의장 자리를 넘겨받으며 최초의 2연속 여성 의장에 선출됐다.
미국 소유 멕시코 시총 1위 기업 CEO 브라질인…아르헨 시총 1위 CEO 창업주 직장동료
중·남미 주요 국가들은 넓은 국토와 풍부한 인구 덕에 유통산업이 유독 많이 발달했다. 멕시코도 예외는 아니다. 멕시코에서 가장 큰 기업은 미국 최대 유통업체 월마트의 멕시코법인인 ‘월멕스’다. 17일 멕시코 증권 거래소 기준 월멕스의 시가총액은 원화 약 89조8150억원이다. 월마트는 전 세계 19개 국가에 현지법인을 두고 있는데 이 중 멕시코법인의 규모가 가장 크다. 월마트 전체 매장의 20%가 멕시코에 있을 정도다. 올해 4월 기준 월멕스의 최대주주는 월마트 그룹(70.57%)이다.
월멕스의 전신은 1900년대 후반 멕시코 최대 소매업체였던 ‘시프라(Cifra)’다. 시프라는 멕시코의 억만장자 사업가인 제로니모 아랑고가 설립한 기업이다. 아랑고는 시프라의 성공 덕에 오랫동안 멕시코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으로 자리매김했었다. 1991년 아랑고는 시프라의 지분 대부분을 월마트에 매각하고 스스로 경영에서 물러났다. 이후 자선 사업에 매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랑고는 2020년 4월 94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월마트는 ‘월멕스’ 운영에 있어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펼치는 것으로 유명하다. 고위 임원진 역시 남미 인프라를 보유한 인물을 선호하는 편이다. 현재 월멕스를 이끌고 있는 CEO는 길레르메 루레이로(Guilherme Loureiro)다. 브라질에서 태어난 길레르메는 상파울루의 게툴리오 바르가스 대학에서 경영학 학·석·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하버드 경영자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그는 런던에 본사를 둔 세계 최대 비누 생산업체 유니레버에서 20년 이상 근무하며 ▲멕시코지사 CEO ▲미주 CFO ▲이사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이후 2013년 월마트 브라질의 CEO를 역임한 후 2016년부터 지금까지 월멕스의 사장 겸 CEO를 맡고 있다.
아르헨티나의 시총 1위 기업은 전자상거래업체인 메르카도리브레다. 메르카도리브레는 중남미 최대 이커머스 및 핀테크 기업으로 뉴욕 증시에 상장돼 있다. 17일 뉴욕 증시 기준 메르카도리브레의 시총은 원화 약 120조3000억원이다. 올해 3월 기준 지분 85.1%를 1778개의 기관투자자들이 나눠서 보유 중이다. 최대주주는 영국 에든버러에 기반을 둔 투자회사 베일리 기포드(9.93%)다.
메르카도리브레의 창업주 및 CEO는 마르코스 갈페린(Marcos Galperín)이다. 그는 1971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다. 그의 할아버지는 당시 아르헨티나에서 가장 큰 가죽 제조업체 SADESA를 운영했다. 갈페린은 펜실베이니아 와튼 경영대학원에서 재무학 학위를 취득한 후 아르헨티나로 돌아와 에너지 회사인 YPF에서 약 3년 간 근무했다. 갈페린은 스탠포드 대학에서 MBA 과정을 거치면서 본교 교수들의 조언을 받아 1999년 메르카도리브레를 설립했다. 한 때 전체 주식의 18%를 보유한 최대주주였지만 2016년 미국 플랫폼 기업 이베이에 지분 대부분을 매각했다.
현재 메르카도리브레의 경영을 도맡은 인물은 마리오 바스케스다. 바스케스의 주식 보유량은 3045만3045주로 개인주주 중 가장 많은 주식을 소유하고 있다. 17일 종가 기준 원화 약 72억원의 가치다. 바스케스와 갈페린의 접점은 YPF다. 갈페린의 YPF 재직당시 바스케스는 회사의 감사팀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이후 갈페린이 회사를 떠난 비슷한 시기에 그는 미국의 한 회계법인으로 자리를 옮겼다. 현재 그는 메르카도리브레의 이사회 구성원이자 감사위원회 회장을 역임 중이다.
부에노스 아이레스 대학교에서 회계학 학위를 받은 바스케스는 졸업 후 YPF에 감사팀에 입사했다. 이후 YPF를 나온 뒤, 미국 시카고에 본사를 둔 회계 기업 아서 앤더슨에서 아르헨티나, 칠레, 우루과이, 파라과이 등의 남미 지사에서 23년 동안 근무하며 경력을 쌓았다. 2003년부터 2006년까지 스페인 통신회사 텔레포니카의 아르헨티나 ceo를 역임한 뒤, 2012년까지 YPF의 이사회로 다시 복귀해 감사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다. 그는 2013년부터 지금까지 메르카도리브레의 이사회의 멤버로 근무 중이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하나의 기업이 국가차원의 대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국가를 불문하고 정·재계와의 인간관계가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며 “특히 남미의 경우 여럿 국가들이 촘촘하게 붙어 있어 남미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글로벌 역량이 최고경영자이자 경영 실권자의 핵심 역량으로 여겨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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