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악화를 겪고 있는 엔씨소프트에서 직원이 게임 화폐를 횡령한 것으로 나타나 주주들의 불안이 증폭되고 있다. 경영 악화로 인해 지속적인 주가 하락을 겪고 있는 엔씨소프트에서 직원 횡령은 사내 분위기와 시스템 부실 관리까지 도마에 올랐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 5일, NC소프트가 대만 국적 A 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A 씨가 회사에 4억80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2022년 엔씨소프트에 입사한 A씨는 온라인 게임 ‘리니지’를 실시간 모니터링하는 GM(Game Master) 역할을 맡아왔다.
A씨는 해당 직책 기간 리니지에서 사용하는 게임 화폐 ‘다이아’ 수억원어치를 빼돌린 것으로 밝혀졌다. A씨가 횡령한 다이아는 총 3046만개다. 다이아 하나당 가치는 27.5원으로 이를 환산하면 총 8억3765만원에 달한다.
A씨는 본인의 직책인 GM의 권한을 최대한 이용해 다이아를 빼돌렸다. 그는 리니지의 글로벌 계정들의 이용제한과 제한 해지 등을 할 수 있는 권한을 남용해 이용제한이 걸린 계정 2128의 이용 제한을 임의로 해제한 뒤 게임 머니인 다이아를 회사 몰래 횡령했다.
엔씨 측은 해당 직원을 해고하고 8억여원의 배상하라는 내용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게임을 관리해야 할 담담자가 업무상 의무를 위반해 사적인 이익을 취했다”고 불법행위를 인정했다. 다만, 온라인상의 재화로 인해 발생한 문제로 구체적인 손해 액수를 산정하기 어려운 점 등을 들어 배상액을 A 씨가 현금화한 4억 8000여만 원으로 한정했다.
법원 판결로 횡령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소액 주주들은 여전히 불안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장기간 실적악화로 최근 구조조정까지 단행한 엔씨소프트 상황을 고려했을 때 이번 횡령은 내부 사기 저하와 직원관리 체계가 무너진 것을 엿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네이버 종목토론방의 한 소액주주는 “안 그래도 회사 상황이 안 좋아 분위기가 흉흉한 와중에 직원 다이아 횡령 사태는 의미하는 바가 더 크게 느껴진다”며 “직원 잘못이 가장 크지만 이 또한 내부에서 직원 관리가 제대로 안되고 있다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또 다른 소액주주도 “일개 직원이 내부에서 여러 차례 나눠서 8억원을 횡령하는 동안 회사에서 몰랐다는 것도 가당키나 하냐”며 “회사 덩치만 크고 내부 직원들을 보니 당나라 군대가 생각난다”고 밝혔다. 이어 “리니지 시리즈 외에는 제대로 된 게임도 못 만드는 상황에서 여러 사건들까지 겹쳐 유저들의 신뢰를 잃은 지 오래다”고 말했다.
판교의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게임업계가 전체적으로 힘든 상황이지만 그중 엔씨소프트가 가장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며 “실적 악화와 전사적인 구조조정으로 내부 분위기가 어수선해 횡령 등과 같은 부작용들이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엔씨소프트는 코로나 이후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CEO 가족 경영 체제를 버리고 외부 인사를 영입하고 구조조정 등 경영 쇄신을 이어가고 있지만 하락세인 주가는 좀처럼 반등하지 않고 있다.
엔씨소프트 주가는 10일 오전 11시 30분기준 19만2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코로나 펜데믹 시기 최고가 104만8000원 대비 80% 이상 하락했다.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3979억원, 영업이익 25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6.9%, 68.5% 감소했다.
증권가에서는 올 2분기에도 엔씨소프트 반등은 어려울 것이라 전망한다. 간판 게임인 리니지에서 이용자 이탈이 가속화되고 1분기 출시한 TL도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남효지 SK증권 연구원은 “2분기 신작 출시가 없었고 기존작도 업데이트가 있었던 '리니지M'을 제외하면 매출 감소세가 이어졌다”며 “마케팅비 증가로 비용 부담이 컸다”고 지적했다. SK증권은 엔씨소프트의 2분기 영업 적자 규모를 63억 원으로 예상하며 목표주가를 30만원에서 27만원으로 내렸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도 “엔씨소프트는 이번 2분기에 2013년 이후 역대 최악의 실적을 기록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며 “주가는 저점을 지나고 있지만 대형 신작이 부재해 실적 정상화까지 더 긴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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