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물가 비싼 이유 있었네”…농산물 수입관세 세계 ‘최고’
“밥상물가 비싼 이유 있었네”…농산물 수입관세 세계 ‘최고’
[사진 뉴시스]

고물가 기조가 계속되는 가운데 국내 농산물 관세율이 전 세계에서 가장 높다는 세계무역기구(WTO)의 통계 결과가 나왔다. 국내 관세율이 유독 높은 이유로 ‘농민 보호’가 꼽힌다. 국내 농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고물가 상황이 심각한 만큼 민생 안정을 위해 관세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4일 WTO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농산물(먹거리) 단순 평균 관세율은 한국이 57%를 기록했다. 비교 대상인 138개국 중 가장 높은 순위다. 2위인 튀르키예(41.6%)와도 10%p 넘게 차이가 났고 3위 인도(39.6%)와 비교해도 20%p 가까이 차이가 날 정도로 압도적인 1위다. 관세율이 다른 나라보다 높다는 것은 같은 수입 농산물이라도 국내 소비자들은 다른 나라보다 비싼 비용을 주고 식품을 구매하는 것을 의미한다.


품목별 무역 가중치를 부여해 계산한 무역 가중 평균 관세율로 따지면 격차는 더욱 커진다. 무역 가중 평균 관세율에서도 국내는 89.3%로 1위다. 2위 인도(48.6%)·3위 부룬디(34.4%)·4위 르완다(30.6%)와의 차이는 더욱 벌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 [그래픽=장혜정] ⓒ르데스크

 

농림축산식품부 등 농정당국은 이런 현상이 일부 국내 생산 품목에 한해 농민을 보호하기 위해 부과된 ‘고율 관세’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일례로 4월 ‘애플레이션(사과+인플레이션)’이란 신조어까지 나올 정도로 엄청나게 가격이 올랐던 사과가 고관세의 대표적 사례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4월 사과값(10kg 기준)은 10만4000원으로 지난해 동기 4만5640원 대비 124.36%나 올랐다.


봄철 개화기 저온 기후와 우박, 강우, 탄저병 등으로 사과 생산량이 크게 감소했음에도 규제를 풀지 않아서다. 사실상 수요 대비 공급량이 떨어진 상황에서 수입을 통해 맞출 수 있었음에도 농민 보호를 위해 시장 논리에 맡겨버린 셈이다.


정부가 수입 농산물 관세 문제를 마냥 외면하고 있지만은 않다. 지난달 정부는 ‘제25차 물가관계차관회의’를 열고 농·축·수산물, 식품·외식, 석유류 등 주요 품목별 가격 동향과 물가 안정방안을 점검하며 “수입 과일은 할당관세 등을 통해 4만 톤 이상을 추가 도입하고, 하반기에도 할당관세가 연장된 만큼 추가 물량을 신속 도입할 계획이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정부가 관세 문제 해결에 미온적인 가장 큰 이유는 농업민들의 반발이다. 실제로 4일 여의도 국회 앞에서도 2000여명의 농민들이 모여 ‘전국농민대회’를 열고 생존권을 요구하고 나섰다. 농민들은 저온, 우박, 폭우, 폭염, 태풍 등 갈수록 심해지는 기후재난에 정부가 수입 확대를 통해서만 문제를 해결한다고 주장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윤석열 정권은 물가 안정을 위한 대책으로 농산물 수입을 내놓으며 무차별적으로 저관세‧무관세로 농산물을 수입하고 있다”며 “이는 농업의 지속성, 농민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행위다”고 비판했다.

 

▲ 사진은 지난해 제주도청 앞에서 정부의 무관세 무 수입 결정에 항의하며 월동무를 버리는 전국농민회총연맹 [사진=뉴시스]

 

반면 고물가에 지친 소비자들은 농업민들의 주장에 공감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모두가 어려운 시기에 농민들에게만 관세 보호를 해주는 것은 특혜라는 주장이다. 서울 노원에 거주하는 주부 김경란(35·여) 씨는 “매년 물가가 올랐다 비싸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어도 지금처럼 힘들고 오래가는 경우는 없었다”며 “지난해부터 물가는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마포구에 신혼을 보내고 있는 이효민(35·여) 씨는 “직접 장을 보기 시작하니 우리나라 물가가 얼마나 심각한 수준에 올라와 있는지 더 크게 체감한다”며 “월급보다 물가가 더 빨리 오르니 중산층이 빈곤층이 되고 빈곤층은 거지가 되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농민들도 중요하지만 그로 인해 발생하는 소비자 부담이 이제 한계까지 도달한 것 같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수입 농산물 관세에 대해 유연한 대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식량 안보를 위해 농민들을 보호해야 하지만 지금과 같은 극단적인 고물가 상황에서는 한시적으로 관세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농민들의 보호만큼 소비자들 또한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며 “관세를 완전히 낮춰버리면 농민들의 피해가 심각한 만큼 상황에 따라 탄력적이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예를 들어 사과 가격이 급등하는 시기에는 사과나 비슷한 수입 과일의 관세를 한시적으로 낮춰 물가를 잡고 다시 공급망이 안정화되면 그때 다시 돌아오는 식으로 소비자와 농민 모두의 피해를 최소화시켜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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