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스테이크 먹지” 오픈런 열풍 주역 수제버거의 치명적 실수
“차라리 스테이크 먹지” 오픈런 열풍 주역 수제버거의 치명적 실수

지난해 줄을 서서 먹을 정도였던 ‘프리미엄 버거’ 인기가 올해 들어 한풀 꺾인 것으로 나타났다. 주문 후 바로 패티를 구워내는 등 버거의 고급화로 반짝 호응을 얻었지만 고물가로 인한 소비침체라는 악재는 피해가지 못한 모습이다. 소비자들 사이에선 “돌고 돌아 결국 버거는 가성비”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패스트푸드의 본질은 시간·비용 절약…세트 하나에 3만원 한 번은 먹어도 두 번은 글쎄”

 

‘미국 3대 버거’ 브랜드로 불리는 ‘파이브가이즈’는 처음 국내에 상륙했을 당시만 해도 신드롬에 가까운 열풍을 일으켰다. 한화그룹 오너 일가인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이 직접 국내 유치를 주도해 ’재벌가 도련님이 선택한 버거‘라는 별칭이 붙기도 했다. 지난해 6월 강남에서 첫 매장을 열었을 당시만 해도 입장시간만 5시간이 넘을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처음 등장 당시의 인기는 얼마 못가 곧장 사그라들었다. 결정적 원인은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 때문이었다. 파이브가이즈의 버거 단품 가격은 1만3400원이다. 감자튀김 미디움(8900원), 밀크쉐이크(8900원) 등으로 구성된 세트메뉴 가격은 총 3만1200원에 달한다. 세트메뉴를 1만원 안팎에 먹을 수 있는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 브랜드에 비하면 무려 3배 이상 높은 가격이다. 결국 에프지코리아는 법인 설립 첫해인 지난해 영업손실 13억2900만원을 내며 적자를 기록했다. 

 

▲ 서울 강남에 위치한 파이브가이즈 1호점 오픈 당일 전경. [사진=뉴시스]

 

SPC삼립이 운영하는 미국 프리미엄 샌드위치 버거 브랜드 에그슬럿도 최근 매장을 축소하고 있다. 5곳(강남·한남·코엑스·여의도·정자)이었던 매장 수는 현재 코엑스점과 여의도점 단 2곳만 남았다. 2020년 1호점을 열 당시만 하더라도 수백명의 인파를 모으며 ‘오픈런 맛집’으로 불렸던 위용이 무색할 정도다.

 

국내 프리미엄 버거 시장을 노린 해외 브랜드 중에는 이미 철수를 단행한 브랜드도 있다.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즐겨 먹은 버거로 유명했던 ‘굿스터프이터리’는 2022년 국내에 들어온 지 단 5개월 만에 폐점했다. ‘10만원 버거’로 유명세를 알렸던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의 고든램지버거도 등장 초기 대기행렬이 끊이지 않았던 것과 달리 지금은 입장이 여유로운 편이다.

 

반면 국내 외식업계에 ‘패스트푸드’ 열풍을 일으킨 기존의 버거들은 특유의 가성비를 앞세워 꾸준한 인기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고물가 현상이 심화된 지난해에는 높은 인기를 구가했다. 일례로 버거킹 운영사 BKR(비케이알)의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7453억, 239억원 등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2022년(78억원)에 비해 1년 만에 3배 이상 늘었다. 맘스터치 역시 매출액 3644억원, 영업이익 603억원 등을 각각 기록했다. 전년 대비 각각 9.6%, 14.9% 늘어난 수치로 역대 최대 실적이다.

 

▲ 경기도 남양주시에 위치한 한 맥도날드 매장. [사진=뉴시스]

 

직장인 이경원 씨(33·남)는 “버거는 원래 저렴한 가격에 밥 먹는 시간을 단축시켜주는 간편한 음식인데 이런 버거를 한 번도 아니고 꼬박꼬박 2~3만원을 내고는 먹기 힘들다”며 “그 돈이면 차라리 비싼 스파게티나 저렴한 스테이크를 먹겠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부터 해외 수제버거 집들이 너도나도 가격을 올리며 전반적인 버거값이 크게 올랐는데 요즘은 1만원 안팎의 개인이 운영하는 수제버거 가게들도 많아 굳이 비싼 브랜드를 찾아갈 이유가 없다”고 부연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프리미엄 버거의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은 스스로 일반 버거 프랜차이즈 브랜드와 고급 레스토랑 사이의 애매한 위치를 선택한 자충수나 다름없다”며 “고물가 시대에 소비자들은 체감물가가 높아지면 가장 먼저 먹거리 지출을 줄이게 되는데 한 끼에 2만원이나 드는데다, 메뉴가 버거라면 심리적으로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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