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되는 추억의 노래들…지갑 두둑한 3050 겨냥한 ‘샘플링’ 열풍
돈 되는 추억의 노래들…지갑 두둑한 3050 겨냥한 ‘샘플링’ 열풍

최근 가요계에선 과거 유행했던 히트곡을 재편곡한 샘플링 열풍이 불고 있다. 샘플링이란 어떤 음악의 특정 부분을 그대로 따와서 약간의 편곡을 더해 새로운 음악으로 만드는 기법을 의미한다. 샘플링에 쓰인 원곡은 소수만 아는 노래가 아닌 듣는 순간 누구나 한 번쯤은 어디서 들어본 노래인 경우가 많다.

 

샘플링 곡들은 대부분 대중들에게 익숙한 전주로 노래가 시작되다 보니 대중성이 높고 음원차트 진입에도 유리하다. 고물가와 고금리, 고환율 등 3고(高)로 인한 경기침체가 장기화되자 소비력을 갖춘 3050세대를 끌이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분석된다. 최근 트로트가 다시 유행하고 있다는 점도 이러한 분석에 힘을 보탠다.

 

샘플링 활용한 익숙한 음악, 경제력 갖춘 3040세대 정조준 

 

▲ 중장년층이 새로운 K-POP의 큰손 소비자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20년 방영된 미스터트롯 방송 일부. [사진 = 미스터트롯 방송 캡처]

 

지난해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서 발표한 ‘2012-2022 모바일 음악콘텐츠 이용 시간의 변화’에 따르면 지난해 50∼59세의 월평균 모바일 기기 음원 서비스 이용 시간은 19억8000만분에 달했다. 이는 전 연령대를 통틀어 19∼29세(55억9000만분)와 30∼39세(43억5000만분)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수치다.

 

통상 아이돌 그룹의 주 수요층으로 여겨지는 13∼18세 10억5000만분과 비교하면 50~59세의 서비스 이용 시간은 약 2배에 달하는 수치다. 20대와 더불어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의 핵심 이용자층으로 불리던 10대는 2017년부터 뚜렷한 이용 시간 감소세를 보이고 있지만 50대 이상은 2020년 이후 급증하는 모습을 보인다.

 

미스터 트롯과 같은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인기를 얻은 임영웅, 이찬원 등 막강한 구매력을 갖춘 장년층 팬들이 K-POP 시장으로 유입되면서 자연스럽게 소비층도 바뀐 것으로 보인다. 장년층을 중심으로 음원 시장 뿐만 아니라, 공연 시장에서도 50대 이상 구매자 비율이 2019년 5.5%에서 지난해 9.7%로 가파르게 증가했다.

 

50대 이상이 트로트의 거대한 팬덤으로 자리 잡으면서 우리나라 음원 시장을 확장시킨 것처럼 1020대보다 상대적으로 자본력을 갖춘 3040세대가 새로운 소비층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원곡과는 색다른 느낌…낯설지만 익숙해서 자꾸 듣게 돼”

 

▲ 최근 출시되는 음악들에는 1990년~2000년대 음악을 샘플랑한 모습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사진은 출시된 샘플링한 음악들 왼쪽부터 라이즈, 현아, 그루비룸의 앨범 커버 모습. [사진=멜론]

 

H.O.T의 ‘빛’, ‘T.O.P(Twinkling Of Paradise)’와 같이 과거에도 샘플링을 활용한 곡들이 있었다. 클래식 음악에 한정된 샘플링을 선보였던 과거와 달리 현재는 1990년대~2000년대 음원을 샘플링한 노래가 발매되고 있는 것이 차이점이다. 


브라운아이드걸스 ‘LOVE'를 샘플링한 그루비룸의 ‘YES OR NO(Feat. 허윤진(르세라핌))’, 2년 만에 컴백한 현아는 앨범 수록곡으로 엄정화의 ‘초대’를 샘플링한 'RSVP(Feat. CHANGMO)' 등 1020세대에게는 익숙한 이름들이다.


이중 가장 돋보이는 곡은 지난 1월 발매된 보이그룹 라이즈의 ‘LOVE 119’이다. ‘LOVE 119’은 2005년 방영된 드라마 ‘쾌걸춘향’의 OST인 ‘응급실’을 샘플링한 곡으로 첫사랑의 감정을 응급 상황에 빗대 표현한 곡이다.


발라드인 원곡과 달리 라이즈는 팝 댄스곡으로 탄생시켰다. ‘LOVE 119’은 원곡 ‘응급실’로 시작해 드라마를 즐겨봤던 세대들에게 그때 그 시절의 추억을 선사하며 동시에 익숙한 느낌을 준다. 이후 원곡과 다른 느낌으로 곡이 전개돼 색다른 느낌을 선사하고 있다.


직장인 차승엽 씨(31·남)는 “아내가 라이즈 멤버 원빈을 좋아해서 라이즈라는 그룹이 있다는 정도만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차 씨는 “평소 자주 듣는 응급실을 샘플링 했다고 해서 한번 들어보게 됐는데 익숙한 노래로 시작하다보니 익숙하다고 느껴 자주 듣게 된다”며 “‘LOVE 119’를 통해 라이즈에 대해서 자세하게 알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에는 티켓팅에 실패해서 라이즈 콘서트를 가지 못 했다”며 “다음번 콘서트는 아내와 함께 가볼 생각”이라며 추후 계획을 알렸다.


자영업자 강은영 씨(34·여)도 “평소 힙합 노래를 자주 듣지 않아서 그루비룸이라는 그룹을 잘 모른다” 말했다. 이어 강 씨는 “브라운아이드걸스의 ‘LOVE’는 학창시절 자주 들었던 노래다 보니 반갑다고 느껴질 것 같다”며 “잘 알지 못하는 가수의 노래에서 내가 아는 부분이 나온다면 그래도 한번은 끝까지 들어볼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노래를 좋아하는 감성은 연령마다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며 “샘플링을 통해 새로운 노래지만 경제력 있는 3040세대에게 익숙한 부분을 느끼게 한다면 한 쪽에 치우쳐 있는 K-POP 소비 시장을 확대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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