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 제품들에 대한 관세를 대폭 인상하며 ‘미·중 경제 전쟁 2라운드’의 포문을 열었다. 중국 역시 곧장 강력한 대응을 천명해 향후 두 국가의 총성 없는 전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세계 경제를 움직이는 두 나라 간에 대립 구도가 더욱 짙어짐에 따라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도 한층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경제구조 상 우리나라는 그 여파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당장 주식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전기차·태양광 ‘맑음’, 철강 ‘흐림’…증권가에 퍼지는 미·중 경제전쟁 후 주가 기상도
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전기차·배터리·의료 등 핵심 산업 관련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대폭 인상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중국의 불공정무역 관행에 따른 피해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산 수입품 180억달러(원화 약 24조원) 규모에 대해 관세를 올리겠다는 방침이다. 이번 조치로 중국산 전기차 관세는 기존 25%에서 100%로 4배나 인상된다. 철강·알루미늄 및 전기차용 리튬이온 배터리 관세도 기존 0~7.5%에서 25%로 대폭 오른다. 반도체와 태양전지에 대한 관세 역시 25%에서 50%로 2배 높아진다.
중국 정부는 이번 조치에 강하게 반발하며 즉각 취소를 요청했다. 중국 상무부는 곧바로 성명을 내며 미국의 관세 검토 절차가 남용된 것이라며 강한 불만을 표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미국은 즉각 잘못을 시정하고 중국에 부과한 관세를 취소해야 한다”며 “정당한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다”고 보복성 조치에 나설 가능성도 드러냈다.
미국 정부의 대규모 관세 부과 조치에 중국이 강경 대응으로 맞서자 우리나라 증권가 또한 분주한 분위기가 역력하다. 해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 특성 상 주가 등락이 불가피한 탓이다. 현재 증권가에서 언급되는 산업 별 주가 전망을 종합해 본 결과 전기차·태양광의 경우 수혜가 예상되는 반면 철강은 피해가 불가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가에 따르면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 폭탄은 한국의 전기차 가격 경쟁력 상승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USITC)는 보고서를 통해 중국산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에 관세를 인상할 경우 한국의 수출량이 10% 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국내 투자자들은 현대차와 기아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16일 오후 12시 50분 기준 현대차와 기아의 주가는 각각 24만6500원, 11만3900원을 기록 중이다.
태양광 업계 역시 실적 상승 기대감이 높게 점쳐진다. 그동안 국내 태양광 업체들은 원가 이하의 중국산 물량에 밀려 미국 내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번 관세 정책으로 미국 내 판매량이 증가할 것이란 기대감에 시장은 반응하고 있다. 16일 오후 1시 기준 △한화솔루션(+3.76%) △SDN(+3.61%) △HD현대에너지솔루션(+3.51%) △대명에너지(+2.86%) △OCI홀딩스(+1.63%) 등 태양광 관련주 대부분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철강업의 전망은 부정적인 편이다. 그동안 미국으로 수출되던 중국의 값싼 물량이 아시아로 유입되면 가격 하방 압력을 피할 수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또한 최근 역대급 엔저로 일본 철강 제품이 가격 경쟁력을 주도하고 있어 국내 시장 마저도 중국산과 일본산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산과 일본산 철강재 수입 비중은 전체 철강재의 92%에 달한다.
16일 1시 기준 △세아베스틸지주(+0.84%) △POSCO홀딩스(+0.25%) △한국철강(+0.00%) △대한제강(-0.07%) △동국홀딩스(-0.46%) △현대제철(-0.47%) △고려제강(-1.23%) 등 철강 관련주 대부분은 보합권 또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수출효자’로 불리는 반도체 업계는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국내 기업이 수출에 주력하는 제품은 최첨단 반도체로 중국의 구형 제품과 상품적 차이가 확실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중국은 반도체 수출을 주된 사업으로 영위하지 않기 때문에 한국 반도체 기업에 끼치는 영향을 미비할 것으로 평가됐다. 다만 고율 관세 조치가 장기적으로 이뤄지면 글로벌 공급망의 변화가 불가피해 약간의 피해가 발생할 여지는 남아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미국의 관세 정책 조치가 한국에 미칠 즉각적인 파장은 상대적으로 적지만 자국 제조업 보호 및 육성 기조 자체가 강화되고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며 “이 분위기가 지속되면 한국산 제품에 대한 규제도 강화될 여지가 크다”고 우려했다.
댓글
로그인 후 댓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