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게임사가 흡연 시간을 비업무시간으로 분류한 것에 대해 갑론을박이 오가고 있다. 흡연자들은 지나친 통제라며 불만을 표하는 반면 비흡연자들은 당연한 조치라는 상반된 반응이 나오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29일 한 게임사가 ‘코어 타임’을 도입했다. 코어 타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필수’ 근무로 정한 시간을 뜻한다. 해당 시간에는 흡연을 포함해 ‘일정 시간’ 자리를 비울 시 ‘비업무시간’으로 처리된다. 즉 담배를 피우는 시간이 길어진다면 그 시간만큼 업무 시간이 제외된다. 단, 해당 게임사는 미팅 등 업무 관련 부재는 해당 근로자의 ‘소명’을 통해 근무시간으로 인정한다.
흡연 시간 인정에 대한 갑론을박은 오래전부터 계속되고 있다. 흡연자들에게는 대수롭지 않은 짧은 시간일 수 있지만 모인다면 큰 시간이 되기 때문이다. 가령 근무시간에 6개피를 피운다고 가정하에 오가는 시간을 포함해서 10분씩 1시간 소모된다. 이것이 모이면 일주일에 5시간, 한 달이면 20시간이 된다. 비흡연자 입장에서 충분히 아니꼬울 수 있을 정도의 시간이다.
실제로 채용콘텐츠 플랫폼 캐치가 Z세대 취준생 2322명을 대상으로 ‘업무에 지장 없으면 근무시간에 자리를 오래 비워도 되는가’라는 설문조사를 진행 한 결과 자리 비움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강했다.
해당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들이 허용 가능한 자리 비움 시간은 20분(31%), 10분(29%), 30분(26%), 1시간(6%), 40분(4%), 50분(3%), 두 시간 이상(2%) 순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30분 이상부터는 근무시간을 인정하면 안 된다는 분위기다.
특히 근무시간에 허용 가능한 외출 정도를 묻는 질문(복수 응답)에는 ‘잠깐 바람 쐬고 오기(70%)’와는 달리 ‘담배 피우고 오기(30%)’ ‘편의점 다녀오기(28%)’ 등으로 긍정보다는 부정 의견이 더 많았다.
구로 소재의 한 게임사에 재직하고 있는 김희준(31) 씨는 “업무 협력이 많은 업종일수록 흡연자로 인한 지연이 종종 발생한다”며 “솔직히 담배를 피우건 말건 크게 상관하지 않지만 그로 인해 영향을 받는 연계 업무들이 많아 근무시간 중에는 어느 정도 통제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반대로 흡연자들 사이에서는 불필요한 통제란 반발이 나오고 있다. 흡연으로 인해 스트레스가 해소되고 이는 RHC 업무 능률로 이어진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또 흡연부스를 지나치게 줄여서 흡연자들의 흡연 시간이 길어졌다는 불만을 토로하기도 한다.
여의도에서 근무하는 한 직장인은 “한 번 흡연에 15분 정도가 소요되는데 여의도 내에 흡연 구역이 너무 부족해 멀리까지 돌아가기 때문이다”며 “흡연 시간이 긴 건 인정하지만 흡연자들은 담배를 피워야 환기도 되고 업무 효율도 오르는 만큼 흡연 구역 접근성과 편의성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근무 중 흡연으로 인한 부재는 엄밀히 따지면 근로 시간에 해당된다. 2018년 정부가 주 52시간제를 도입할 당시 근무 중 흡연하러 자리를 비워도 상사의 지휘 감독 아래 있다면 근로 시간에 해당한다고 명시한 바 있다. 또 노동법에 따르면 휴게 시간을 4시간에 30분씩 줘야 한다는 원칙 정도가 명시돼 있다. 1시간에 10분의 흡연은 휴게 시간에 포함될 수 있다.
그러나 아직 흡연시간을 근로시간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법적 판례가 존재하지 않는 만큼 해석에 따라 달라질 가능성은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흡연시간이 명확하게 법적으로 보장되지 않아 회사의 판단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한다. 고용노동부가 흡연을 업무시간에 포함시켰지만 산업과 업무에 따라 통제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서초구 소재 한 법무법인 변호사는 “정부에서 흡연시간을 근로시간에 포함시킨다고 말은 했지만 아직 명확한 판례라든지 법이 정해진 것은 아니라 기업이나 업종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가령 소방관이나 기관사같은 분들이 담배를 피운다고 마음대로 자리를 비우지는 않지 않느냐 어떤 업무를 맡는지에 따라 흡연에 대한 통제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정민 노무사는 한국공인노무사회 방송을 통해 “흡연은 법적인 영역보다는 조직문화의 영역일 수 있다”며 “조직문화 개선에 대한 교육을 통해 과도한 흡연은 과다한 휴게시간을 갖는 것과 마찬가지인 측면을 인지시킬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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