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에 보탬되고 싶었는데”…따뜻한 엄마 마음 노린 악질사기 기승
“가족에 보탬되고 싶었는데”…따뜻한 엄마 마음 노린 악질사기 기승

월급 말고 모든 것이 오르는 ‘3高시대(고물가·고환율·고금리)’에 조금이라도 가계경제에 도움이 되고자 하는 주부들의 심리를 노린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적은 액수의 중고거래부터 재테크, 부업 등 수법도 다양하다. 사기가 이뤄지는 주 무대는 주부들이 많이 찾는 온라인 커뮤니티, 소위 ‘맘 카페’라 불리는 곳이다. 이곳에서 주부를 대상으로 벌어지는 사기 수법은 다양하지만 하나의 공통점이 존재한다. 대부분 무료 혹은 적은 금액으로 주부들을 유혹해 신뢰를 쌓으며 야금야금 경제적 약탈을 늘려가는 식으로 이뤄진다.

 

“남편 부담 좀 덜어주고 싶었는데”…주부들의 가족애(愛) 이용한 악질 사기범죄 기승

 

지난달 온라인 커뮤니티 운영자 박모 씨(51·여)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검찰에 따르면 박 씨는 상품권에 투자하면 3~4개월 후 투자금에 10~39%의 수익금을 더한 액수의 상품권 또는 현금을 지급하겠다며 회원들을 상대로 투자금을 모았다. 수익금을 돌려준다는 말은 ‘거짓말’이었다.

 

박 씨는 사기라는 것을 들키지 않기 위해 처음에는 처음에는 새로운 회원에게 받은 투자금을 기존 회원에게 수익금이라며 지급하는 식으로 신뢰를 쌓아나갔다. 피해자는 계속해서 발생했고 사기 피해액 역시 눈덩이처럼 커졌다. 박 씨가 커뮤니티 회원들로부터 편취한 돈의 액수는 무려 464억원에 달했다.

 

수백억원대의 사기 사건이 한 차례 벌어졌음에도 여전히 온라인 커뮤니티 내에서는 회원들을 상대로 한 사기 행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오히려 수법이 더욱 교요해지고 악랄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사기 피해자도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르데스크가 만난 주부 김현아 씨(37·여·가명) 역시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 내에서 사기를 당한 경험이 있다. 

 

▲ 주부들을 대상으로 하는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사진은 맘카페에서 피해자들이 주고 받았던 메신저 내용. [사진=맘카페 갈무리]

 

김 씨에 따르면 그는 얼마 전 평소 자주 방문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서 선물 받은 치킨 모바일 교환권을 시세의 절반 가격에 판다는 게시물을 확인했다. 가족들과 저녁에 함께 시켜먹을 생각에 해당 상품을 구매하기로 결정했고 평소 자주 방문하던 곳이라 의심 없이 먼저 돈을 입금했다. 그러나 이후 판매자와 연락이 닿질 않았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흔히 벌어지는 ‘먹튀(먹고 튄다의 줄임말)’ 사기를 당한 것이다.

 

김 씨는 피해액이 크지 않아 ‘기분 나쁜 일’을 당했다 생각하고 넘어갔는데 이후 알게 된 사실은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피해자가 한 둘이 아니었던 것이다. 해당 커뮤니티 게시물에는 김 씨와 똑같은 사기를 당했다는 게시물이 대거 올라왔다. 김 씨는 “설마 성인들이 모여있는 커뮤니티에서 그런 유치한 사기를 칠 줄 몰랐다”며 “피해자가 여러 명인 것을 보면 신고를 피하기 위해 일부러 적은 금액으로 여러 명에게 사기를 친 것 같다. 그냥 넘어가려 했는데 괘씸해서 신고했다”고 밝혔다.

 

수천만원에 달하는 거액을 편취한 사기 사건도 존재한다. 강현아 씨(49·여)는 지난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발생한 ‘대행구매’ 사기 사건의 피해자 중 한 명이다. 강 씨에 따르면 하루는 자주 방문하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특정 쇼핑몰에서 공동구매로 정해진 장소를 배송지로 설정하고 물건을 대신 사주면 물건 값에 10%까지 더해 보내준다는 게시물을 보게 됐다. 10만원짜리 물건을 구매해 보내주면 11만원을 받는 식이다.

 

물건은 구경도 못하고 미리 돈을 지불해주는 게 다소 걸리긴 했지만 소액인데다 큰 문제만 없으면 가계경제에 보탬에 될 수 있다는 판단에 곧장 부업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약속한 돈을 잘 보내줬다. 그런 식으로 몇 번의 거래를 했는데 갈수록 요구하는 제품의 가격이 비싸졌다. 어차피 물건 값은 돌려받아온 상황이라 더욱 높은 수수료를 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별 다른 의심 없이 계속해서 제품을 대신 구매해줬다. 

 

▲ 수백만원 사기를 당한 주부들은 가사일 때문에 사회경험이 적은 사람을 타깃으로 한 악질 사기 범죄를 하루 빨리 뿌리 뽑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사진은 ‘구매대행’ 사기로 수천만원을 잃은 한 피해자의 자금이체 내역. [사진=제보자 제공]

 

그런데 제품 가격이 500만원이 넘은 이후부터는 입금이 차일피일 지연됐다. 가해자들은 제품을 하나 더 구매해주면 한 번에 돈을 주겠다며 더욱 비싼 제품을 구매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런 식으로 강 씨가 대신 제품 구매해주는 데 쓴 돈은 수천만원에 달했다. 가해자들은 연락이 두절됐다. 강 씨는 “힘든 시기에 생활비 조금 벌어보려고 부업을 했다가 사기를 당해 이혼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며 “잃은 돈이 3000만원이 넘는다”고 토로했다.

 

쉽게 돈을 버는 방법을 가르쳐 주겠다며 가입비 혹은 교육비 명목으로 돈을 편취한 뒤 잠적해버리는 사기 행위도 등장했다. 김신아 씨(49·여)는 “집에서 월 200만원 이상을 벌 수 있다는 공고를 보고 연락하자 해당 업체는 글을 쓰는 일인 만큼 300만원의 교육비를 내고 정해진 교육을 받을 것을 요구했다”며 “교육만 받고 나면 평생 안정적으로 장기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말에 혹해 돈을 보냈는데 이내 연락이 두절됐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사기에는 일정 패턴이 있는 만큼 몇 가지 키워드만 숙지한다면 사기를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특히 노인, 주부, 취준생, 사회 초년생 등 사회 물정에 어두운 이들은 범죄 타깃이 될 확률이 높은 만큼 반드시 주의사항을 숙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행규 사기없는세상만들기 추진위원장은 “모든 사기에는 공통적인 특징이 있는데 바로 돈을 요구한다는 것이다”며 “어떤 감언이설을 듣더라도 돈을 요구하면 의심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경미 서울시 공정경제담당관은 “코로나19 이후 사기가 증가하고 그 수법도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며 “초기에 지원금이나 수수료를 지급해 신뢰를 얻은 뒤 점점 큰 금액의 결제를 유도하는 경우가 빈번한데 너무 쉽게 돈을 번다는 느낌이 조금이라도 들으면 당장 의심부터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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