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 잃은 정부의 비극…역대급 포퓰리즘 굴레에 갇혔다
민심 잃은 정부의 비극…역대급 포퓰리즘 굴레에 갇혔다

지난 10일 치러진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이하 총선)가 야당의 대승, 여당의 참패로 막을 내렸다. 정부 입장에선 가장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총선 자체가 여·야 간의 대결구도 보단 현 정부에 대한 평가 성격이 강했다는 점에서 사실상 ‘정부가 민심을 잃었다’는 해석도 나온다.

 

민심 잃은 정부가 맞이한 현실은 벌써부터 비극의 연속이다. 22대 국회 출범 전임에도 불구하고 야당은 포퓰리즘 논란에 휩싸인 법안·정책을 쏟아내며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정부 입장에선 어떤 결정을 내리든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많을 수밖에 없다. 찬성하면 공은 야당이 가져가는 반면 정부는 재정악화 책임만 지게 되고 반대할 경우 앞으로 국회 협조는 기대하기 어려워지는 탓이다.

 

총선 대승 후 분주해진 민주당, 포퓰리즘 논란 법안·정책 강행 드라이브

 

정치권 등에 따르면 최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움직임이 부쩍 분주해졌다. 총선이 막을 내린 지 이제 막 열흘이 채 되지 않았음에도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법안이나 정책을 내놓고 있다. 그 중에는 포퓰리즘 성격이 짙은 내용을 담은 법안·정책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 앞으로 치를 선거를 염두하고 ‘총선 대승’의 열기가 식기 전에 확실한 눈도장을 찍으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민주당은 18일 열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하기로 의결했다. 민생에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법안은 적극적으로 밀어붙인다는 취지다. 정부가 쌀 초과 생산량을 의무 매입하는 내용을 담은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지난해 민주당이 단독으로 추진했으나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폐기된 바 있다. 당시 막대한 재정 투입을 이유로 포퓰리즘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 총선 출구조사 결과를 확인한 후 환호하는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와 당원들. [사진=뉴시스]

 

민주당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추진해 온 전세사기특별법 처리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해당 법안은 전세사기 피해자의 임차보증금반환채권을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을 비롯한 채권매입기관이 매입해 보증금 일부를 돌려주고 향후 기관이 직접 자금을 회수하는 ‘선(先)구제, 후(後)회수’ 내용이 골자다. 민주당은 지난 2월 여당과 협의 없이 본회의에 직회부했고 총선 이후 본회의 처리를 밀어붙이고 있다.

 

해당 법안을 두고도 포퓰리즘 성격이 짙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당장 재정만 해도 최소 1조5000억원, 많게는 4조원 가까이 소요될 수 있다는 추산이 나왔다. 전세사기 대부분이 시세 차익을 노리고 빚내서 투자를 시도했다가 집값이 폭락하면서 전세금을 돌려줄 수 없는 상황에서 벌어진 만큼 무분별한 ‘빚투’(빚내서 투자)를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도 상당하다. 일각에선 빚투에 성공하면 수익은 개인이 챙기고 실패하면 나라가 책임지는 것은 열심히 일해서 돈 버는 선량한 국민만 바보 만드는 처사라는 지적도 일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포퓰리즘 논란 행렬에 합류했다. 이 대표는 총선 공약으로 내걸었던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정부에 공식 제안했다. 해당 공약은 조건을 만족하는 국민에게 1인당 25만원의 지원금을 지급하는 내용이 골자다. 이 역시 무분별하게 국가재정을 소모해 국민 환심을 산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포퓰리즘 공약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야당 요구에 찬성·반대 어떤 선택이든 손해…헌법 1조 2항이 떠오르는 尹정부의 현실

 

정치권 등에 따르면 앞으로 정부의 고민이 깊어질 전망이다. 야당의 법안·정책 추진 압박이 거세질수록 ‘사면초가’나 다름없는 입장에 놓이게 될 수밖에 없다. 요구를 수용할 수도, 무작정 거절할 수도 없다는 의미다. 당장 야당이 요구하는 법안·정책이 ‘포퓰리즘’ 논란에 직면해 있는 만큼 해당 법안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 [그래픽=김상언] ⓒ르데스크

 

무턱대고 요구를 받아들였다간 정부·여당에 우호적인 민심까지 잃을 가능성도 크다. 게다가 해당 법안 자체가 특정 계층·세력의 환심을 살 수 있는 내용으로 채워진 만큼 공은 온전히 처음 포문을 연 민주당의 몫이 된다. 반면 구멍 난 재정을 메우는 것은 온전히 정부의 몫이다. 공은 민주당이 가져가고 책임은 정부가 지는 셈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반대하기도 애매한 입장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총선에 대한 부담 때문에 야당도 여론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정부 또한 선거 이후를 기대하며 시간을 끄는 선택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앞으로 남은 임기 내내 여소야대 구도가 확정된 만큼 국정을 운영하려면 야당에 내줄 것은 내줘야 하는 상황이 됐다. 총선 이전처럼 첨예한 대치 국면을 이어가다간 국회에 가로막혀 예산안부터 정책법안 처리까지 애를 먹을 수밖에 없는 탓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치평론가는 “총선 결과가 나오자마자 야당이 포퓰리즘 논란에 휩싸인 정책·법안을 강하게 밀어붙이는 행보는 상당히 전략적이면서 정치적으론 효과적인 판단으로 평가된다”며 “이미 정부가 민심을 잃었다는 것을 확인한 상황에서 야당은 정부가 요구를 받아들이면 좋은 것이고 안 받아들여도 잃을 게 없다”고 말했다.

 

이어 “반대로 정부는 어떤 선택을 하든 야당을 도와주는 꼴이기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고민만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며 “우리나라 헌법 1조 2항에 적힌 ‘모든 권력은 국민(민심)으로부터 나온다’는 문구가 새삼 떠오른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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