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잘난 사람이었네”…학창시절 추억놀이에 빠진 청년들
“나도 잘난 사람이었네”…학창시절 추억놀이에 빠진 청년들

최근 청년들 사이에서 학창 시절 생활기록부(생기부)를 찾아보고 이를 공유하는 게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학창시절 추억을 회상하고, 자신조차 잊고 있던 장점과 특기 등을 살펴보는 식이다. 담임교사가 작성한 종합평가엔 대체로 긍정적인 내용이 담겨있다 보니 청년들 사이에서 생기부는 힐링템으로도 불린다.

 

SNS 상에서 #생활기록부 #생기부를 검색하면 1만 건이 넘는 게시물을 확인할 수 있다. 연예인들도 본인의 유튜브에 생활기록부를 공유하는 영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생활기록부는 학생의 초‧중‧고등학교 교과 성적, 수상 내역, 생활 태도 등을 담은 공식 문서다. 교육부는 생활기록부가 학생의 고등학교 진학이나 대입 등 삶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미래지향적이고 긍정적으로 작성하도록 기준을 세웠다.

 

교사들도 학생들의 생활기록부에는 장점과 특기 위주로 작성하고 있다. 고등학교 교사 정희범 씨(42)는 “생활기록부는 평생 가는 기록이다 보니 객관적인 사실을 토대로 학생이 가지고 있는 많은 모습 중 긍정적인 부분 위주로 작성한다”며 “앞으로도 애정 어린 시선을 가지고 학생들을 살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설명했다.

 

나도 몰랐던 장점·특기 한가득…청년 힐링 콘텐츠 부상한 생기부

 

▲ 생활기록부는 나를 더 잘 알고 싶어하는 청년들의 욕구와 맞물려 최근 청년들을 사로잡았다. 사진은 생활기록부를 조회하는 모습. ⓒ르데스크


 

생활기록부 조회가 청년들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은 배경에 대해선 다양한 의견이 나온다.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생활기록부에는 좋은 점만 써주다 보니, 현재 삶에 지친 청년들에게는 힐링되는 콘텐츠로 활용되고 있는 것 같다는 분석이 나온다.

 

직장인 김지성 씨(31)는 “사내에서 요즘 유행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생기부를 검색해봤다”며 “내가 기억하는 내 모습보다 훨씬 자세하게 적혀 있어 놀랐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기억도 안나는데 당시 여러 상을 받았다는 사실이 새삼 신기하다”며 “최근 업무에 시달려 많이 힘들었는데 생활기록부를 통해 잠시나마 힐링한 것 같다”고 밝혔다.

 

최근 고등학교 친구들과 모여 생활기록부를 함께 봤다는 송은빈 씨(27‧여)는 “같은 학교를 나온 친구들과 생활기록부 내용을 공유하는 동안 아무 생각 없이 즐길 수 있었다”며 “고등학교 시절이 가장 힘든 시기라고 생각했는데 뒤돌아보니 오히려 행복한 순간이었던 거 같다”고 말했다.

 

이어 “고등학교 성적까지 적혀있는 생활기록부를 보면서 그때 당시엔 ‘왜 공부를 안 했을까’와 같은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면서도 “다만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지라는 다짐은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그땐 그랬지”…생기부로 과거 내 모습 돌아보며 취업 준비까지

 

▲ 청년들은 단순히 생활기록부를 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소셜미디어에 공유하기도 하는 모습을 보인다. 사진은 가수 혜리가 공개한 중학교 생활기록부 모습. [사진 = 혜리 유튜브 캡쳐]

 

지난 2월 대학을 졸업한 뒤 취업 준비 중이라고 밝힌 박재연 씨(29‧여)는 “최근 취업 준비를 위해 한창 자기소개서를 작성하고 있는데, 막막하다고 느낄 때 학창시절 생활기록부를 참고하는 것이 좋다는 조언을 들었다”며 “내가 본 나의 성격이 아닌 객관적으로 본 선생님들이 나를 긍정적으로 평가해주신 걸 보고 자기소개서 작성에 힌트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생활기록부를 토대로 자기 소개서를 작성하고 있다고 밝힌 박 씨는 “나를 객관적으로 봐준 사람이 나를 평가한 내용이기에 이를 토대로 자기소개서를 작성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취준생 최예은 씨(28‧여)는 “생기부를 보니 과거엔 선생님, 작가 등 다양한 꿈을 가진 아이였던 것 같다”며 “최근 반복된 서류 탈락으로 인해 많이 힘들었는데, 생활기록부 속 나의 모습에서 기억도 못 했던 나의 과거를 발견했다”고 말했다. 이어 “좋은 기억만 가득했던 학창 시절을 보니 다시 힘을 내서 취업을 준비할 수 있을 거 같다”고 덧붙였다.

 

김진형 서강대 심리학과 교수는 “많은 청년들이 좁아진 취업 시장에서 취업을 하기 위해 노력하며 사회에서 가치 있는 사람으로서의 역할을 하기 위해서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며 “자연스럽게 거기서 받는 스트레스도 엄청 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내가 가장 힘든 시기에 나조차 기억이 안 나는 나의 모습을 객관적인 시선에서 나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을 보며 자연스럽게 자존감도 챙기며 위안을 얻고 있는 것 같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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