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에 뿔난 이마트 직원들 “우린 정용진 후계수업 희생양”
차별에 뿔난 이마트 직원들 “우린 정용진 후계수업 희생양”

‘유통공룡’으로 불리는 이마트의 사상 첫 희망퇴직 단행을 계기로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에 대한 불만 여론이 한꺼번에 불출되고 있다. 특히 이마트 내부에서는 실적 부진의 책임을 경영을 주도한 정 회장은 배제한 채 임·직원에게만 전가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일각에선 정 회장은 회장 승진에 성과급까지 올랐다는 이유를 들어 “이명희 총괄회장이 주도하는 정 회장 경영수업에 직원들만 희생양이 되고 있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이마트 사상 첫 희망퇴직에 “중요한 결정은 오너가 했는데 왜 우리만 책임지나” 분분

 

유통업계 등에 따르면 이마트는 최근 사상 처음으로 전사적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근속 15년 이상이자 과장급 이상 전체 직원이 대상이며 특별퇴직금은 월 급여 24개월치를 지급한다. 생활지원금 2500만원, 직급별 전직 지원금 1000만원∼3000만원, 재취업 컨설팅 등도 지원한다.

 

이번 희망퇴직 실시의 배경에는 지난해 실적 부진과 불투명한 사업 전망이 자리하고 있다. 이마트 지난해 연결 실적은 영업손실 469억원, 당기순손실 1875억원 등이었다. 이마트 연결 실적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이마트 별도 영업이익도 1880억원으로 전년 대비 30% 가까이 감소했다.

 

이마트는 주력 사업인 유통업 부문에서 경쟁 업체들의 거센 공세를 받고 있다. 이커머스 강자로 꼽히는 쿠팡은 지난해 창사 후 처음으로 연간 흑자를 냈다. 매출액도 30조원을 넘어서며 이마트를 앞질렀다. 국내 뿐 아니라 해외 이커머스 업체인 알리익스프레스·테무 등도 가경졍쟁력을 앞세워 국내 시장에서 점유율을 빠른 속도로 올려나가고 있다.

 

▲ 이마트는 최근 사상 처음으로 전사적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사진은 이마트 주주총회 현장. [사진=뉴시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희망퇴직 결정에 대한 내부 임·직원들의 반응은 상당히 격양돼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부분 위기 상황 자체는 공감한다면서도 경영과 관련된 대부분의 결정을 주도한 정용진 회장은 배제한 채 임·직원에게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 이마트 직원은 “앞서 실적 부진과 미래 사업 전략 부재로 강희석·권혁구 두 명의 전문경영인이 동시에 자리에서 물러났고 이번엔 같은 이유로 평사원들까지 내보내고 있다”며 “반면 오너인 정용진 회장은 18년 만에 부회장에서 회장으로 승진했는데 상황이 너무 대조되는 것 아니냐”고 성토했다.

 

또 다른 이마트 직원은 “삐에로쇼핑, 제주소주, 일렉트로닉마트, SSG닷컴, 지마켓 등 정 회장이 추진한 사업이나 인수한 기업 대부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데 정작 그것에 대한 평가는 전혀 없다”며 “기존 전문경영인을 경질하고 지금의 전문경영인을 앉힌 것부터 정 회장의 승진까지 이명희 총괄회장이 막후에서 영향력을 발휘했다는 게 정설인데 만약 사실이라면 우린 정 회장 경영수업의 도구 혹은 희생양이나 다름없는 셈이다”고 토로했다.

 

“고통 나누자” 위로와 상반된 정용진 처우, 회장 승진에 보수(성과급)도 인상

 

실제로 정 회장이 직접 추진하거나 인수를 주도한 사업들은 대부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제주소주는 현재 사업을 중단한 상태이며 헬스 및 뷰티 브랜드 부츠(BOOTS), 서양식 드럭스토어 분스(BOONS) 등도 사업을 철수했다. 삐에로쑈핑, 쇼앤텔, PK피코크 등도 대부분 문을 닫았거나 사업이 크게 위축된 상태다. 온라인 사업 역량 강화를 위해 인수한 지마켓은 인수 이후 줄곧 적자를 기록 중이며 SSG닷컴도 지난해 900억이 넘는 적자를 냈다.

 

▲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사진=뉴시스]

 

이마트 전반의 위기와는 대조적으로 정 회장에 대한 평가는 후한 편이다. 신세계그룹 정용진 총괄부회장은 지난 8일 회장으로 승진했다. 2006년 부회장에 오른 지 18년 만이었다. 지난해 정 회장의 보수도 전년 대비 상승했다. 1조원이 넘는 순이익을 기록한 2022년에는 36억1500만원(19억4000만원, 상여 16억7500만원)을 받았고 적자를 기록한 지난해엔 36억9900만원(급여 19억8200만원, 상여 17억1700만원)을 보수로 수령했다.

 

심지어 실질적인 경영 대신 형식적인 직책만을 보유하며 이사회조차 참여하지 않는 정재은 명예회장과 이명희 회장 등도 수십억원대의 보수를 챙겼다. 지난해 두 사람의 보수는 30억6500만원(급여 16억3200만원, 상여 14억3300만원)으로 동일했다. 앞서 정 회장의 승진 소식이 전해진 이후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논평을 통해 “그룹 전체 차입금 축소가 절실한데 정 회장과 경영진은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나아가 “정 회장이 그동안 등기이사는 아니어서 법적 책임을 부담하지 않고 보수는 많이 받는 책임 있는 경영자 모습을 보이지 않아 경영 위기가 초래된 것이 아닌가”라고 반문하며 “주주, 경영진, 이사회와 얼라인먼트(alignment·정렬)를 만들고 본인도 이사회 참여를 통해서 책임경영을 실현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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