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부진·관치리스크 겹악재…‘철강맨 장인화’ 리더십 시험대
실적부진·관치리스크 겹악재…‘철강맨 장인화’ 리더십 시험대

중국발 철강 제품 공급 과잉과 국내 건설·부동산 경기 침체 등으로 포스코그룹이 위기를 맞으면서 장인화 회장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철강과 이차전지 소재 분야의 경쟁력 강화와 조직문화 개선, 관치 리스크 해소 등이 당면 과제로 지목된다. 포스코에 오랜 기간 몸 담아온 만큼 기업 이해도는 높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지만 어려운 여건 속에서 성과를 낼 수 있을지 기대와 우려섞인 시선이 나온다.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지난해 포스코홀딩스의 연결기준 매출액은 전년 대비 9.1%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28.6% 줄었다. 포스코의 주력 사업인 철강 부문이 부진한 영향이다. 포스코의 영업이익은 2조5570억원으로 전년 대비 21% 감소했다. 2021년에 비해 2년 만에 영업이익이 3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포스코그룹 전반에 위기감이 돌고 있는 배경이다.

 

장 회장이 지난달 포스코홀딩스 이사회에서 7대 미래혁신 과제를 발표한 것도 이러한 맥락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7대 미래혁신 과제는 ▲철강경쟁력 재건 ▲이차전지소재 시장가치에 부합하는 본원경쟁력 쟁취 및 혁신기술 선점 ▲사업회사 책임경영체제 확립, 신사업 발굴체계 다양화 ▲공정·투명한 거버넌스의 혁신 ▲임직원 윤리의식 제고 및 준법경영 강화 ▲원칙에 기반한 기업 책임 이행 ▲조직·인사쇄신 및 수평적 조직문화 구축 등이다.

 

포스코그룹 핵심사업인 철강과 이차전지 분야의 경쟁력을 강화해 글로벌 선도 소재기업의 위상을 확립한다는 게 골자다. 먼저 철강 분야의 경우 글로벌 공급과잉, 경제 블록화 등 불확실한 경영 여건을 타개하기 위해 원가의 구조적 혁신을 추진하고 수익성 측면에서 철강설비를 효율화해 매년 1조 원 이상의 원가 절감을 목표로 잡았다.

▲ 장인화 회장은 포스코홀딩스 이사회에서 7대 미래혁신 과제를 발표했다. [사진=뉴시스]

 

이를 위해 부가가치가 높은 프리미엄 제품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운영해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고 우량 고객과의 상생을 통해 고객 성장이 회사의 수익 증가로 이어지는 선순환 판매 체제와 공존 생태계를 구축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전기로를 활용한 고급강 생산기술 개발과 저탄소 생산체제로의 전환도 추진한다.

 

포스코가 미래먹거리로 낙점한 이차전재 소재산업의 경쟁력 강화 계획도 발표했다. 이차전지 소재산업 전략기획과 사업관리 기능을 전략기획총괄 산하에 이관해 ‘이차전지소재 사업관리 담당’을 신설했다. R&D 집중을 위한 기술총괄도 신설해 신사업 발굴과 투자를 강화한다는 복안이다.

 

그간 후진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포스코의 기업문화와 경영체제 혁신도 내걸었다. 수평적이고 도전적인 조직문화 구현을 위해 성과우수자 발탁, 승진 확대 등 성과주의 인사를 추진한다는 설명이다. 경영진이 솔선수범 일환으로 임원 급여는 최대 20% 반납하고, 주식보상 제도 폐지를 검토하기로 했다.

 

또한 그룹 경영의 신속한 의사결정을 위해 지주회사 조직개편을 단행했고, 복장 자율화, 직급 호칭 개편 등 각종 제도의 개선과 지시·보고·회의 등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지속 추진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최정우 흔적 지우고 포스코홀딩스 위상 회복…관치 리스크·조직안정 숙제

 

포스코그룹이 최정우 전 회장 체제로 6년간 이어져왔던 만큼 장 회장 입장에선 조직 안정과 관치 리스크 해소도 빼놓을 수 없는 숙제다. 포스코그룹이 민영화됐다곤 하지만 최대주주가 국민연금인 만큼 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롭기 힘든 구조다. 최 전 회장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정부와 원만한 관계를 형성하지 못해 패싱 논란에 시달렸다.

 

정부와의 소통은 강화하되 외풍으로부터 거리를 두는 것도 숙제다. 장 회장이 현 정부 고위인사와 직간접적으로 인맥을 형성하고 있다는 점은 관치 리스크 해소에 대한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사고 있다. 1955년생인 장 회장은 경기고와 서울대 조선공학을 전공했다. 경기고와 서울대 출신으로 이른바 K·S 라인으로 불린다.

 

▲포스코그룹이 최정우 전 회장 체제로 6년간 이어져왔던 만큼 장 회장 입장에선 조직 안정과 관치 리스크 해소도 빼놓을 수 없는 숙제다. 사진은 포항제철소 1열연공장. [사진=포스코]

 

현 정부 고위인사 중 경기고와 서울대 학맥으로 얽힌 이는 한덕수 국무총리부터 김대기 전 대통령비서실장, 박진 전 외교부 장관 등이 꼽힌다. 최 전 회장과 달리 장 회장의 경우 정부와의 소통에서 유리한 입지를 점하고 있는 셈이지만 그만큼 관치 우려도 적지 않다.

 

오히려 과거 최 전 회장과 맞붙을 당시 선임 과정에서 정권 실세를 수시로 만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부 외풍에 자유롭지 않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민연금은 최 전 회장의 3연임에 반대표를 던진 것과 달리 장 회장이 내정된 이후 찬성표를 던졌다. 정부와의 관계가 이전보다 개선됐지만 그만큼 외풍에 휘둘릴 우려가 적지 않다는 평가다.

 

장 회장이 포스코에 33년 동안 몸 담아온 정통 철강맨이란 점은 조직안정에 긍정적인 요소로 지목된다. 외부출신이 아니라 철강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고 있는 만큼 철강 부문 위기를 타개할 적임자라는 평가다. 포스코 내부출신 인사가 회장으로 선임된 건 5대 유상부 회장 이후 2번째다.

 

그러나 1955년생인 장 회장의 나이는 원활한 내부소통이 이뤄질 수 있을지 우려로 지목된다. 장 회장은 올해 만 69세로 내년이면 70대에 접어든다. 6년의 임기를 마치고 물러난 최 전 회장보다 2살 더 많고, 최종 후보군 숏컷리스트에 들었던 인물들 중에서도 가장 나이가 많았다. 젊은 구성원과의 소통과 순발력있는 신사업 대응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장 회장이 지난달부터 자율복장제를 확대 시행한 것도 젊은 구성원과의 소통 우려를 의식한 행보로 풀이된다. 보수적인 조직문화를 고수해왔던 철강업계에서 장 회장이 포스코의 복장규제를 없앤 건 시대변화에 발맞춰가고 있다는 메시지를 젊은 구성원과 조직내부에 던진 거라는 평가다.

 

장 회장은 꾸준히 소통을 강조하고 있다. 장 회장은 취임 이후 100일 동안 현장 직원과 직접 소통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공감을 리더로서 중요한 덕목으로 꼽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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