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날 창창한 전공의 ‘생존’ 외칠 때 개원 전문의 ‘문전성시’ 호황
앞날 창창한 전공의 ‘생존’ 외칠 때 개원 전문의 ‘문전성시’  호황
서울의 한 개인병원 내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르데스크

“전공의 파업은 저희와 크게 상관없어요. 오히려 새 학기 시즌을 맞아 수술 예약이 몇 달간 꽉 잡혀있어요”

 

의대증원에 따른 의료계 반발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강남 일대 성형외과·피부과는 오히려 환자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병원들은 몇 달간 예약이 꽉 잡혀 있어 상담조차 어려운 지경이었다. 전문의 자격을 따기 위해 한창 경험을 쌓아야 하는 전공의들이 일손을 놓은 상황에서도 개원 전문의들은 돈벌이에 열중하고 있는 것이다.

 

전공의 파업 선 긋는 개업 전문의들…“의료계 파업은 개인병원과 무관”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에 대해 최소 3개월 면허정지 처분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약 7000여명의 의사가 면허 정지되는 초유의 사태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전공의는 전문의 자격을 얻기 위해 병원에서 일정 기간의 임상 수련을 하는 의사들이다.

 

그러나 성형외과·피부과를 개원한 전문의들의 상황은 전공의들과 180도 달랐다. 눈코 틀 새 없이 바쁜 일상을 보내며 상당한 돈을 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 메카’라 불리는 압구정·청담 일대 병원에는 환자가 끊이지 않으며 상담마저 오픈런을 해야 할 정도였다. 한 성형외과는 이미 6월까지 예약이 다 마감된 상태로 찾는 이들이 많아 시술은 불구하고 상담마저 쉽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 한 성형외과 온라인 예약 캡쳐본. [사진=인터넷 갈무리]

 

압구정 인근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정유미 씨(34‧여)는 “의사 파업이 다른 나라 이야기로 생각될 정도로 이 동네는 환자들이 넘쳐난다”며 “요즘은 여자 손님은 물론, 남자들까지 성형에 큰돈을 투자하고 있어 각 병원마다 얼마를 버는 지 가늠이 안 될 정도다”고 말했다.

 

강남구 압구정동에 위치한 한 성형외과 전문의 김한샘 씨(38‧남‧가명)는 “올해 수능을 막 끝낸 수험생들이나 취업에 성공한 취준생들이 새로운 시작을 위해 시술을 많이 받는 추세다”며 “가장 인기가 많은 수술 부위는 눈, 코, 윤곽 파트다”고 말했다. 이어 “전국적으로 의대 증원과 관련해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데 사실 개인 사업자들은 크게 관련이 없다”며 “지금 당장 문을 닫으면 내 처자식과 병원 직원들은 누가 먹여 살리나”라고 강조했다.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한 피부과에 근무하는 간호사 최정은 씨(29·여·가명)는 “과거에는 주름과 노화된 피부 개선을 위해 중장년층의 방문이 주를 이뤘지만 요즘은 20대 손님이 눈에 띄게 늘었다”며 “심지어 주름 개선이나 늘어진 피부 조직을 개선하기 위한 목적으로 중년 남성 손님들도 많이 찾는다”고 설명했다.

 

K-의료가 인기를 끌면서 국내 병원을 방문한 외국인 역시 부쩍 늘었다. 대부분 성형외과, 피부과 등 미용이 목적이다. 하나카드와 비씨카드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 전체 신용카드 결제에서 ‘특화병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62%로 절반을 넘어섰다. 절대 결제액수 역시 2019년 396억원에서 지난해 1883억원으로 급증했다.

 

▲ 서울대병원 게시판에 붙은 무급휴가 반대 입장문. [사진=뉴시스]

 

중국인 천샤오퉁씨(23‧여)는 “중화권 사람들에게 한국 여자와 남자들은 다들 너무 예쁘고, 잘 꾸민다는 이미지가 강하다”며 “눈과 코 성형을 받기 위해 이번에 한국을 방문했는데 예약자가 너무 많아 병원을 찾는데 애를 많이 먹었다”고 말했다.

 

연일 문전성시를 이루는 덕에 피부과·성형외과의 수익 규모는 상당한 편이었다. 국세청 사업신고 현황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피부과 사업장 한 곳 당 평균 3억200만원을 버는 것으로 집계됐다. 성형외과는 연평균 2억8500만원의 소득을 올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외국인 관광객이 급증한 지난해엔 연 평균 소득이 더욱 늘어났을 것으로 추산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의료계 안팎에선 협회 등을 중심으로 의료계 전체가 의사 증원에 반대하면서도 나이가 젊고 경력이 짧은 전공의를 전면에 내세운 채 ‘진짜 기득권’에 가까운 전문의들은 제 배 불리기에 급급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일각에선 전문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일선 의료 현장을 누비는 전공의를 방패막이로 세운 것 아니냐는 비판까지 제기됐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통상 전공의는 전문의 자격증을 획득하기 위해 위급환자가 많은 종합병원 등에 근무하며 경험을 쌓고 개원에 나선다”며 “이런 구조에서 의대생이 늘면 향후에 자연스럽게 개원병원이 늘어나게 되는데 그러면 개원의들 간에 경쟁이 치열해 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어떻게 보면 전공의나 전문의 모두의 이권이 걸린 사안인데 전공의만 생계를 내놓고 전문의는 많은 돈을 벌고 있는 상황이 참으로 아이러니하다”고 비꼬았다.   

댓글

로그인 후 댓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채널 로그인

르데스크 회원에게만 제공되는 혜택이 궁금하신가요? 혜택 보기

르데스크 회원에게만 제공되는 혜택
- 평소 관심 분야 뉴스만 볼 수 있는 관심채널 등록 기능
- 바쁠 때 넣어뒀다가 시간 날 때 읽는 뉴스 보관함
- 엄선된 기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뉴스레터 서비스
- 각종 온·오프라인 이벤트 우선 참여 권한
회원가입 로그인
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