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민석 씨(22·서울 용산구·가명)는 금전적 결핍과 이성을 향해 무너진 신뢰 등을 이유로 꺼냈지만 연애의 중요성을 말하기도 했다. 그는 “요즘 가장 큰 걱정인 돈 문제에 쫓기다 보니 당연히 연애할 여유도 없어졌다”며 “연애는 삶에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돈 문제, 이성에 대한 불안한 믿음 그 밖의 여러 이유로 현재 연애를 끊은 상태다”고 했다.
그는 “개인주의라던 상관없이 연애든 결혼이든 그냥 그런 건 다 자기가 알아서 할 문제고 굳이 그런 일을 남이 참견할 필요 있나 싶다”며 “할 사람은 다 하고 못하는 애들은 아무것도 안 하고 계속 집에만 있는 모양새인데, 그런 애들 보면 연애에 그냥 무관심하고 스스로 관리도 할 줄 모르고 그래서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인다”고 단언했다.
시작마저 힘든 청년들의 연애, 꽉 막힌 인구 탄생의 경로
전문가들 사이에선 저출산 세태 해결책을 다수의 ‘비연애 청년’ 안에서 찾아야 한단 지적이 나온다. 오아시스는 결국 사막 안에 있다는 것이다. 남녀가 만나 연애, 결혼 그리고 아이까지 낳는 일반적인 삶의 경로를 상정했다. 아이가 태어나려면 원론적으로 연애부터 시작돼야 한다는 의미다.
직장인 왕인석 씨(33·세종시·가명)는 “연애를 못하는 시대라기보다는 연애를 너무 쉽게 할 수 있는 시대다”며 “연애를 소중히 여기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이 굳이 지금 당장 해야 한다는 필요성도 못 느끼는 듯싶다”고 말했다. 그는 아울러 “연애를 가볍게 생각하는 경향이 결혼을 늦추고, 늦어진 결혼이 출산율에도 영향을 끼치리라고 본다”고 했다.
현재 연애 중이라는 왕 씨는 “돈이 많다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을 텐데 요즘 돈이 별로 없어 그 부분이 아쉽다”며 “결혼이 꼭 필요하다곤 생각지 않지만 내 자식이라면 결혼해서 아이도 낳고 살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물론 행복한 가정이라는 전제하에, 그런 가정만이 줄 수 있는 안정감이 확실히 있는 듯하다”고 했다.
사업가 김수영 씨(34·서울 강서구·가명)는 결혼을 제도적 관점에서 바라보며 장단을 언급했다. 사회에 적극 참여토록 유도하는 결혼 제도의 기계적이면서도 긍정적인 기능을 내짚었다. SNS와 팬데믹 시기가 사람들의 연애에 미친 영향과 상관관계도 얘기했다.
김수영 씨는 “결혼은 사회 계급화에 일정 부분 기여하면서 사회의 책임 중 일부를 개인에게 전가하는 측면이 있다”며 “그럼에도 개인한테 사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동기를 주며 동시에 책임감을 부여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연애하지 않는 청년 문제가 유독 남성한테서 두드러진다면, 어떤 편향에 남성이 더 취약한 부분이 있어 그렇지 않을까 짐작한다”며 이어 “SNS 전성시대와 팬데믹을 거치면서 사람들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저하했다는 측면, 핵가족화 및 1인 가구 증가에 따라 자기중심적 사고관이 확대됐다는 측면 등에서 생각해 봐야 한다”고 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청년의 연애 인식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실질적인 지원이 요청된다고 봤다. 청년 불안을 덜리는 사회 여건 조성으로 결혼과 미래에 대한 기대가 우러난다면 청년 연애 현실도 서서히 달라질 수 있다고 희망을 시사했다.
곽 교수는 “지역, 기업 등 여러 단위의 커뮤니티에서 미혼 청년들이 자연히 어울리도록 하는 이벤트를 제공하고 아울러 활성화해야 한다”며 “남녀가 연애를 도모하게 되는 건강한 사회적 흐름이 절실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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