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은행 강화’ 우리금융, 비은행 자회사 ‘은행 출신’ 전진배치
‘비은행 강화’ 우리금융, 비은행 자회사 ‘은행 출신’ 전진배치
우리금융지주가 비은행 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우리은행 출신 인사를 전진배치 했지만 아직까지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5대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증권사와 보험사가 없는 우리금융에서 비은행 부문 강화는 숙원사업으로 꼽힌다. 임종룡 회장이 지난해 초 취임 당시부터 비은행 강화를 외친 이유이기도 하다.

 

임 회장 취임 이후 우리금융은 조직개편을 통해 미래사업추진 부문을 신설하고 비은행 계열사의 인사 조치를 단행했다. 이 과정에서 우리카드와 우리금융캐피탈, 우리종합금융(우리종금)의 CEO가 대거 교체됐다. 새롭게 선임된 우리금융 주요 자회사 CEO 자리는 모두 우리은행 출신 인사가 맡았다. 우리금융 내에서 우리은행이 가지는 위상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우리금융 ‘비은행 계열사’ 점령한 우리은행 출신 인사, 임원 과반 이상

 

임 회장 취임과 함께 우리금융의 주요 자회사 CEO는 우리은행 출신 인사로 대폭 물갈이됐다. 먼저 우리카드는 박완식 대표가 선임됐다. 박 대표는 우리은행에 오랫동안 몸담아왔다. 우리은행에서 영업점 지점장부터 본부장, 개인그룹장, 영업총괄그룹 부행장을 역임하는 등 영업통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은행 은행장 후보 중 하나로도 거론됐을 정도로 행내 높은 입지를 갖고 있다. 영업에 강점을 가진 만큼 우리카드 취임 초부터 영업력 강화를 통해 실적 개선을 이끌거라는 기대를 받았다. 지주가 전략을 담당하고, 자회사는 영업을 담당한다는 임종룡 회장의 경영철학이 반영됐다는 평가다. 

▲ [그래픽=김진완] ⓒ르데스크

 

우리카드 내에 우리은행 출신 인사는 비단 박 대표에 그치지 않는다. 우리카드에서 사외이사를 제외하고 상무 이상의 임원은 총 12명이다. 이 가운데 은행 출신 인사는 7명이다. 우리금융 출신인 임원 1명까지 더하면 우리카드 내에서 은행과 지주 출신 임원은 8명으로 과반이 넘는다. 우리카드 출신 임원은 3명에 그쳤다.

 

우리금융캐피탈 역시 우리은행 출신 임원이었던 정연기 대표가 이끌고 있다. 정 대표는 1991년 우리은행에 입행한 이후 카드추진팀 부부장, 과천지점장, 연세 금융센터장, 개인영업전략부 본부장, 자산관리그룹 집행부행장보, 금융소비자보호그룹 집행부행장보 등을 역임했다.

 

정 대표의 경우 우리은행 내에서 여신심사부터 카드사업, 자산관리, 전략 등 다양한 업무경험을 가진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를 토대로 우리금융캐피탈의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 등 중장기 전략을 성공적으로 이끌 적임자라는 게 우리금융의 평가다. 우리금융캐피탈이 신성장금융본부를 재편해 리테일과 기업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는 점 역시 정 대표의 경영 행보와 부합한다.

 

우리금융캐피탈도 우리은행 출신 인사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사외이사 제외 시 상무 이상의 임원 수는 총 9명인데, 이 중 5명은 우리은행 출신 인사다. 우리금융캐피탈에서 그나마 오랫동안 일했던 인물은 3명에 그쳤다. 김성욱 오토금융본부장 전무와 이윤석 준법감시인 상무, 박강 경영전략본부장 상무 등이다.

 

우리종금은 우리은행에서 외환그룹 집행부행장보를 맡았던 김응철 대표가 이끌고 있다. 김 대표 역시 우리은행에서 글로벌과 외환, 기업금융 등 다양한 부서에서 근무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글로벌전략부 본부장부터 본점1기업 영업본부장, 외환그룹장 등을 맡았으며 외환통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업금융과 PF 부문 확대에 주력해온 만큼 우리종금 역시 우리은행 출신 인사가 대부분이다. 우리종금 내에 사외이사를 제외하고 상무 이상 임원 수는 총 11명이다. 이 가운데 8명의 임원이 모두 우리은행 출신 인시다. 감사원 출신으로 우리종금 감사부문 총괄 부사장을 제외하면 우리종금 출신 임원은 고작 2명에 불과했다.

 

이처럼 우리금융 내 비은행 부문을 맡고 있는 주요 자회사의 대표이사가 우리은행 출신으로 이뤄진 건 임 회장이 취임 초 밝힌 경영방침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취임 당시 임 회장이 제시한 경영전략을 살펴보면 지주사는 전략 수립과 시너지 창출, 자회사는 영업조직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우리금융 숙원사업 ‘비은행 강화’…M&A 전략 무산에 가시적 성과 안갯속 

▲ [그래픽=김진완] ⓒ르데스크

 

임 회장의 ‘지주는 전략, 자회사는 영업’ 경영전략에 기반해 주요 자회사 임원이 우리은행 출신 인사로 채워졌지만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까진 갈 길이 멀다는 평가가 나온다. 비은행 부문 강화 전략으로 내세웠던 저축은행 인수가 결국 실패로 돌아간 데다 비은행 계열사의 실적도 신통치 않다.

 

우리카드의 지난해 3분기 누적 순영업수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6690억원, 1180억원 등이다. 순영업수익은 전년 대비 7.4% 증가했지만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34.1%나 감소했다. 금리 상승으로 인해 조달비용이 증가했고 카드 가맹 수수료가 줄어들면서 실적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

 

우리금융캐피탈도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3분기 누적 순영업수익과 당기순이익 모두 감소했다. 2021년 3분기까지만 해도 3560억원이던 누적 순영업수익은 지난해 3분기 들어 3530억원으로 0.7% 줄었고,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1670억원에서 1090억원으로 34.8% 급감했다. 자동차와 개인금융 등 대출자산이 감소하면서 실적도 함께 줄었다.

 

우리종금은 심각한 실적 악화를 겪고 있다. 지난해 3분기 누적 순영업수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1080억원, 180억원 등이다. 전년 대비 순영업수익은 24.5% 쪼그라들었고, 당기순이익은 무려 73.% 급감했다. 경기불황으로 우리종금의 주력 사업 중 하나인 부동산PF 수익이 급감한 게 직격타로 작용했다.

 

임 회장이 숙원사업으로 삼았던 우리금융의 비은행 부문 강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오히려 우리금융의 실적에서 우리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더 늘어났다. 지난해 3분기 우리금융의 당기순이익 2조4383억원 중 2조2898억원이 우리은행에서 나오면서 은행 의존도는 94%에 육박했다.

 

업계 안팎에선 임 회장이 비은행 M&A에 한 차례 고배를 마신 만큼 당장 비은행 강화를 위한 M&A에 나서기보단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비은행 자회사의 실적을 정상화시키는데 주력할 거라는 분석도 나온다. 우리금융 실적을 지탱하는 우리은행마저 3분기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만큼 선택과 집중에 나설 공산이 크다는 설명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금융의 주요 자회사의 실적이 올해 들어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지주의 실적을 좌우할 정도로 크지 않은 만큼 당장 비은행을 강화하기 위해 M&A에 나서기 보단 내실을 강화할 공산이 크다”며 “은행 의존도가 높은 만큼 당장 비은행 강화보단 은행의 실적 정상화를 우선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댓글

로그인 후 댓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채널 로그인

르데스크 회원에게만 제공되는 혜택이 궁금하신가요? 혜택 보기

르데스크 회원에게만 제공되는 혜택
- 평소 관심 분야 뉴스만 볼 수 있는 관심채널 등록 기능
- 바쁠 때 넣어뒀다가 시간 날 때 읽는 뉴스 보관함
- 엄선된 기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뉴스레터 서비스
- 각종 온·오프라인 이벤트 우선 참여 권한
회원가입 로그인
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