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하림그룹과 KDB사업은행 간의 협상이 난항에 빠졌다. 협상 마감 시한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하림그룹의 자금조달 능력에 대한 불신이 커진 상황이다. 더해 HMM 노조 마저 하림그룹의 인수를 강력히 반대하고 있어 협상 불발의 관측까지 나올 정도다.
지난 12월 18일 HMM의 채권단인 KDB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는 HMM 경영권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하림그룹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당시 두 기관은 세부 조건에 대한 논의를 거쳐 내년 초까지 거래를 마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애초 지난 1월 22일이 1차 협상 기한이었으나, 하림은 매각 주체인 두 기관과 입장차를 좁히지 못해 협상일이 2주 연기됐다. 최종 협상 기한은 오는 2월6일까지다.
하림의 HMM 인수에 제동이 걸린 가장 큰 이유는 ‘자금 조달 능력의 불확실성’이다. 하림의 자산 규모는 17조원으로 25조원이 넘는 HMM보다 훨씬 적다. 앞서 본입찰에서 하림이 제시한 인수가격은 6조4000억원이나, 자체 보유 자금은 이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현재 하림그룹이 조달 계획으로 출처를 밝힌 현금성 자산은 ▲팬오션 4600억원 ▲한진칼 지분 매각 금액 1628억원이 전부다. 도합 6200억원으로 인수가격의 10%도 채 되지 않는다. 나머지 5조7800억원의 대규모 자금은 외부 조달이 불가피하다.
팬오션 유상증자, 주주 가치 희석 우려…산은 보유 영구채도 ‘문제’
하림그룹의 주요 자금조달 수단은 팬오션이다. 하림지주는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체제이기 때문에 계열사들의 공동 출자가 제한된다. 이 때문에 팬오션과 JKL파트너스 컨소시엄은 HMM 지분 인수를 위한 특수목적회사(SPC)를 설립할 가능성이 크다.
만약, SPC와 HMM이 합병하게 된다면, 팬오션은 HMM의 지분 30%를 의무적으로 보유해야 한다. 하림이 제시한 인수가격 6조4000억원(지분 57.9%) 가운데 약 3조3000억이 필수 확보 금액이다. JKL파트너스가 프로젝트 펀드를 통해 5000억원 가량의 자금을 지원한다고 해도 2조8000억원이 필요하다.
자금 확보를 위한 팬오션의 3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는 거의 확실시되는 분위기다. 현재 팬오션의 시가 총액은 약 2조원이다. 증자로 3조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팬오션 시가총액 1.5배 수준의 신주를 발행해야 하는데, 이에 대해 투자업계는 무리한 증자라는 지적이다. 또한, 이 과정에서 팬오션 주주들은 신주가 발행돼 자신의 지분이 희석되는 것을 감내해야 한다.
산은이 보유한 영구채도 문제다. 산은과 해양진흥공사가 보유한 1조6800억원의 영구채가 주식으로 전환된다면 하림의 HMM 지분은 당초 57.9%에서 38.9%로 희석된다. 상대적으로 배당금이 줄어들기 때문에 부담해야 할 인수비용 역시 커진다. 이에 하림그룹은 산은과 해양진흥공사가 보유한 영구채 주식 전환을 3년간 유예해달라고 협상 중이다.
추가 자금확보를 위해 KB국민은행을 포함한 4대 은행과 3조원 이상의 인수금융도 진행된다. 8%대 금리의 인수금융을 사용할 경우 1년에 약 2400억원의 이자를 내야 한다. 이는 팬오션의 한 해 영업이익(2500억원)과 맞먹는 수준이다. 상환원금은 그대로인 채 팬오션의 한 해 수익이 모두 은행이자로 나가게 되는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 노조 반대에 해운 업황 악화까지…고용승계 약속 지켜질까
설상가상으로 해운 업황도 악화됐다. 세계 5위 독일 선사인 하파로이드가 해운 동맹 ‘디얼라이언스’ 탈퇴 선언을 했기 때문이다. 해운 동맹은 항로에 투입되는 선박을 공동 운행해 서비스 효율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해운업계는 많은 선박을 보유한 하파로이드의 탈퇴로 HMM의 해운 서비스에도 차질이 생길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한, 배타적 성향이 강한 컨테이너선 해운에서 동맹을 맺으려는 외국선사들이 컨테이너선 운항 경험이 없는 하림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여기에 HMM 노조 마저 하림그룹의 인수를 반대하고 있다. 지난달 24일, HMM해원연합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하고 사상 첫 파업 수순에 돌입했다. 해원노조는 HMM의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하림이 선정된 것에 반발하고 있다. 파업뿐 아니라 감사원 감사 청구, 총궐기대회 등을 통해서라도 HMM 인수 저지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HMM 관계자는 “현재 회사 내에서 팬오션과의 합병이나 인력 감축에 대한 불안감이 크다”며 “만약, 인수가 되더라도 고용 유지를 무조건적으로 지키겠다는 상부의 언급이 있었지만, 실제 인수 후 이를 지키지 않은 기업들이 다수였기 때문에 여전히 두려운 것은 사실이다”고 전했다.
이어 “사내 노조의 주장을 들어보면 하림이 자금 마련을 위해 HMM의 유보금을 사용할 수도 있다는데 이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다”며 “유보금은 회사의 경쟁력을 위해 남겨둔 돈인데, 해당 자산이 하림의 몸집 키우기를 위해 임의로 사용되는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하림 관계자는 “경영권 확보 이후 인위적인 합병이나 구조조정은 절대 없을 것이다”며 “계약 체결에 이르기까지 양측이 의견을 주고받는 것은 협상의 당연한 과정이고, 현재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어 무산될 가능성은 없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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