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라보의 진화…“쎈놈들 하나로 모아 더 쎈놈 만든다”
콜라보의 진화…“쎈놈들 하나로 모아 더 쎈놈 만든다”

 

▲ 최근 경제계에선 소위 말하는 ‘쎈놈(유명 브랜드나 인기 제품을 일컫는 말)’ 하나에 의존하지 않고 ‘쎈놈’ 여럿을 모아 ‘더 쎈놈’을 만드는 협업이 활발히 진행 중이다. 유명 화장품 브랜드와 유명 인플루언서가 만나 새로운 화장품 브랜드를 출시하거나 두 유명 브랜드의 특색이 동시에 담긴 하나의 제품을 만드는 식이다. 사진은 LG생활건강이 안무 크리에이터팀 ‘원밀리언댄스스튜디오’와 협업을 통해 출시한 ‘밀리언뷰티’ 브랜드 제품들. [사진=LG생활건강]

 

유명 브랜드나 콘텐츠를 새로운 방식이나 형태로 재생산하는 작업, 이른바 ‘콜라보(이하 협업)’ 방식이 진화하고 있다. 하나의 브랜드나 콘텐츠를 제작 방식만 바꿔 만드는 것을 넘어 최소 두 개, 많게는 세 개 이상을 혼합해 전혀 새로운 브랜드나 콘텐츠를 만드는 시도가 등장하고 있다. 유명 화장품 브랜드와 유명 인플루언서가 만나 새로운 화장품 브랜드를 출시하거나 두 유명 브랜드의 특색이 동시에 담긴 하나의 제품을 만드는 식이다.

 

업계에서 소위 말하는 ‘쎈놈(유명 브랜드나 인기 제품을 일컫는 말)’ 하나에 의존하지 않고 ‘쎈놈’ 여럿을 모아 ‘더 쎈놈’을 만드는 협업인 셈이다. 이러한 협업은 특정 콘텐츠나 브랜드 인지도에 의존해 일정 수준 이상의 효과를 누리기 어려운 기존 방식의 한계점을 극복할 수 있다는 게 최대 장점으로 꼽힌다. 대중적 호응 정도에 따라 새로운 인기 콘텐츠나 브랜드로 발돋움할 여지를 가질 수 있다는 점도 장점 중 하나다.

 

화장품과 댄스팀, 명품과 스포츠…“전혀 어울리지 않을 줄 알았는데 막상 합치니 대박”

 

LG생활건강은 지난 2019년 신규 브랜드 출시와 관련해 기존 화장품 업계에서 시도하지 않았던 새로운 방식을 시도했다. 전 세계적으로 1500만명에 달하는 유튜브 팔로워를 보유한 안무 크리에이터팀 ‘원밀리언댄스스튜디오(이하 원밀리언)’과 협업을 통해 온라인 전용 화장품 브랜드 ‘밀리언뷰티’를 출시한 것이다.

 

‘밀리언뷰티’는 획일화된 기준을 거부하고 자신만의 삶을 즐기고 아름다움을 표현하기를 원하는 수많은(Million) 사람을 위한 감각적인 퍼스널 케어 브랜드를 표방했다. LG생활건강은 이러한 브랜드 철학이 기존의 획일화된 안무가 아닌 창작적인 안무로 대중적 사랑을 받고 있는 ‘원밀리언’의 색깔과 흡사하다고 판단해 협업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패션업계에선 기존 강자들끼리 손을 잡아 대성공을 거둔 사례가 등장했다. 지난해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 ‘구찌(GUCCI)’와 미국의 나이키와 함께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2강을 구축하고 있는 독일의 아디다스(ADIDAS)는 콜라보 제품 출시로 화제를 불러 모았다. 고급스러움을 중시하는 명품 브랜드와 대중성과 실용성을 중시하는 스포츠 브랜드의 협업은 시도 자체만으로도 대중의 시선을 끌 정도로 생소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 지난해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 ‘구찌(GUCCI)’와 미국의 나이키와 함께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2강을 구축하고 있는 독일의 아디다스(ADIDAS)는 콜라보 제품 출시로 화제를 불러 모았다. 사진은 ‘구찌x아디다스’ 홈페이지 화면. [사진=구찌]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가전 브랜드 삼성전자도 기존에 하지 않던 신선한 콜라보 시도로 화제를 불러 모은 바 있다. 삼성전자는 브랜드 뉴스레터 ‘월간 비스포크’를 통해 인기 웹툰 ‘치즈인더트랩’의 외전을 공개하는 콘텐츠 마케팅 전략을 시도했다. 웹툰 작품에 자사 제품과 관련된 스토리를 녹여 자연스럽게 제품을 인지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미래 잠재고객인 젊은층 사이에서의 브랜드 인지도 향상과 제품 홍보 효과를 동시에 누리려는 시도였다.

 

아이돌그룹과 인기 제품의 콜라보도 빈번하게 등장하고 있다. CJ온스타일에 따르면 인기 걸그룹 프로미스나인은 지난 17일 ‘핫 썸머 바캉스 특집’에 등장해 직접 여행용 캐리어인 아메리칸 투어리스터 캐리어를 판매했다. 리더 이새롬이 일일 쇼호스트로 나섰으며 프로그램은 프로미스나인의 가고 싶은 여행지 랭킹 소개와 캐리어 속 애장품 공개 등으로 구성됐다.

 

아이돌그룹의 홈쇼핑 출연은 이미 수년 전에도 시도된 바 있다. 지난 2017년 슈퍼주니어는 아이돌그룹 최초로 홈쇼핑에 출연해 롱다운점퍼 제품을 판매했다. 당시 해당 제품은 불과 50분 만에 21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그 여세를 몰아 슈퍼주니어는 이듬해인 2018년에도 홈쇼핑 생방송에 출연해 직접 마스크팩 제품을 판매했다.

 

“1 더하기 1이 2가 되는 시대는 옛 말, 잘 만 하면 무한대 효과 나올수도”

 

전혀 다른 분야 간에 협업 시도는 기존 방식에 비해 기대효과는 더욱 큰 것으로 분석된다. 주로 콘텐츠 업계에서 시도됐던 기존의 협업 방식은 원작을 다른 방식으로 제작하는 식으로 후광효과를 노렸다면 분야의 벽을 허무는 새로운 방식은 기존에 지닌 인지도를 그대로 흡수하는 동시에 새로운 시너지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는 게 관련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의 온라인 전용 제품 브랜드 ‘밀리언뷰티’는 연간 수십에서 수백개의 신규 브랜드가 등장하는 화장품업계에서 출범과 동시에 화제를 모았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이미 절반의 성공을 거둔 것으로 평가됐다. 특히 젊은 고객들의 관심이 높았다는 점에서 기업 이미지 재고 효과도 충분히 누린 것으로 분석됐다. 원밀리언 역시 대기업인 LG생활건강과의 협업으로 대중적 인지도가 한층 상향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 삼성전자는 브랜드 뉴스레터 ‘월간 비스포크’를 통해 인기 웹툰 ‘치즈인더트랩’의 외전을 공개하는 콘텐츠 마케팅 전략을 시도했다. 웹툰 작품에 자사 제품과 관련된 스토리를 녹여 자연스럽게 제품을 인지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미래 잠재고객인 젊은층 사이에서의 브랜드 인지도 향상과 제품 홍보 효과를 동시에 누리려는 시도였다. 사진은 삼성전자 홈페이지에 게시된 웹툰 캡쳐 화면. [사진=삼성전자]

 

구찌와 아디다스의 콜라보 효과는 단순히 화제성에만 그치지 않았다. 각 브랜드를 상징하는 로고나 디자인 특색을 살린 제품들은 출시와 동시에 불티나게 팔렸다. 관련 제품들은 국가를 막론하고 연일 매진행렬을 기록했으며 온라인 마켓에선 웃돈을 얹어 되파는 ‘리셀’ 움직임까지 등장했다. 관련 제품을 수집하는 이들도 생겨났다. 패션업계에선 ‘역대급 콜라보’로 회자되는 시도 덕에 구찌는 지난해 1분기 전년 동기 보다 13.4% 성장한 3조5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홈쇼핑과 아이돌그룹과의 협업 역시 서로에게 유익한 이른바 ‘윈윈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장점을 지녔다. 홈쇼핑 입장에선 단순히 판매 방송에서 벗어나 재미있는 볼거리를 제공할 수 있는데다 아이돌 팬덤을 활용해 잠재고객층을 확보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아이돌그룹 입장에선 대중적 인지도를 높이는 한편, 신곡이나 앨범 홍보에도 활용이 가능하다. 일례로 뉴이스트 출신 가수 백호는 신곡 출시에 맞춰 홈쇼핑에 출연해 보온성 의류 제품 판매와 신곡 홍보를 동시에 진행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전혀 다른 분야 간에 협업이 더욱 활발히 전개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서진형 경인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내수경기가 침체되면서 소비자들의 취향이 갈수록 까다로워지고 있다”며 “제품은 다양화되고 있는 반면 소비액은 한정돼 있다 보니 최대한 효율적인 소비를 하려는 심리가 반영된 결과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이런 시기엔 대중적 인지도가 약한 신제품이나 신규 브랜드의 성공 가능성이 더욱 낮을 수밖에 없다”며 “그렇다고 기존 제품만으로 승부를 보자니 생존을 장담하기 어렵기 때문에 기업들은 새로운 도전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서 교수는 “결국엔 일정 수준의 성과를 담보할 수 있는 방식을 고민할 수밖에 없는데 이런 측면에서 봤을 때 다른 분야에서 성공한 제품이나 브랜드와의 협업은 상당히 메리트 있는 전략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댓글

로그인 후 댓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채널 로그인

르데스크 회원에게만 제공되는 혜택이 궁금하신가요? 혜택 보기

르데스크 회원에게만 제공되는 혜택
- 평소 관심 분야 뉴스만 볼 수 있는 관심채널 등록 기능
- 바쁠 때 넣어뒀다가 시간 날 때 읽는 뉴스 보관함
- 엄선된 기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뉴스레터 서비스
- 각종 온·오프라인 이벤트 우선 참여 권한
회원가입 로그인
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