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초면 확인 끝”…보는 사람이 더 민망한 ‘한 입 두 말’ 정치
“3초면 확인 끝”…보는 사람이 더 민망한 ‘한 입 두 말’ 정치
▲ 최근 정부·여당이 추진 중인 정책 이슈마다 비판의 날을 세우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을 향한 국민적 비판이 예사롭지 않다. 해당 이슈 대부분이 과거 민주당이 주도했던 정책이라는 점에서 전형적인 ‘발목잡기’정치라는 반응이 적지 않다. 사진은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포기 서약을 한 국민의힘 지도부의 모습. [사진=뉴시스]

 

국회 과반 이상의 의석을 확보 중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자가당착(自家撞着) 행보에 국민적 공분이 일고 있다. 정부·여당이 추진 중인 정책 이슈마다 비판의 날을 세우고 있는데 해당 이슈 대부분이 과거 민주당이 주도했던 정책이라는 점에서 전형적인 ‘발목잡기’정치라는 반응이 적지 않다. 특히 과거 해당 이슈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공익과 공정, 정의 등을 이유로 내세웠다는 점에서 지금의 반대 행보가 사익·불공정이라는 사실을 스스로 시인한 꼴이라는 강도 높은 비판도 제기된다.

 

‘킬러문항’ 삭제 공약까지 내놓고 尹정부 킬러문항 배제 방침에 비판 일삼는 野

 

최근 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 초고난이도 문제, 이른바 ‘킬러문항’을 둘러싼 찬반양론이 거세다.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해당 문항을 사교육 부담을 키우는 장본인으로 지목하며 출제 배제 검토를 지시한 게 시발점이 됐다. 교육부는 즉각 킬러문항 배제 방침을 공식화했다. 여론 안팎에선 교과 외 문제 출제를 환영한다는 반응과 수험생의 혼란이 우려된다는 반응이 동시에 나왔다. 정치권에서도 여당은 정부 방침에 찬성의 입장을, 야당은 반대 입장을 각각 피력했다.

 

비판의 선봉에 선 인물은 이재명 대표였다. 이 대표는 “대통령 말 한마디에 교육 현장이 그야말로 아수라장, 쑥대밭이 됐다. 수능을 5개월 앞둔 수험생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고 학부모들 속은 시커멓게 타들어간다”며 “지금 대한민국 교육 최고 리스크는 윤 대통령이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문제는 대혼란을 초래하고 나 몰라라 하는 대통령의 무책임한 태도다”며 “만5세 초등학교 입학 정책 제안을 한 후 교육부 장관을 경질했고 주 69시간 노동제 개편 발언 후 노동부 탓만 했던 모습과 판박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단 (말을) 던져놓고 논란이 되면 그런 뜻이 아니라면서 국정 무책임만 반복 중이다”며 “킬러문항 배제 방침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 킬러문항 배제는 과거 민주당 의원들이 주도했던 사안이지만 최근 민주당은 현 정부의 방침에 비판을 가하고 있다. 이재명 대표 역시 해당 내용을 대선 공약으로까지 내걸었지만 지금은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2021년 9월 강민정 열린민주당 의원은 ‘킬러문항 금지법’(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사진은 킬러문항 배제 방침을 발표하는 교육부 관계자의 모습. [사진=뉴시스]

 

박광온 원내대표도 힘을 보탰다. 그는 “대통령이 쏘아올린 공이 수능 불안과 불신 파장을 불러왔다”며 “입시 공정성을 지탱하는 수능의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이라는 큰 기둥이 흔들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른바 ‘킬러 문제’를 놓고 얘기하는 것은 본질 회피다”며 “고등교육법에 교육부 장관이 대입 전형 계획에 대한 기본 방향과 과목, 형식 등을 (입시) 4년 전에 공표해야 한다고 명확하게 규정한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여론 일각에선 민주당 최고지도부의 연이은 비판에 대해 조소 섞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킬러문항 배제는 과거 민주당 의원들이 주도했던 사안이고 이 대표 역시 해당 내용을 대선 공약으로까지 내걸었는데 지금 와서 반대하는 게 ‘아이러니’라는 지적이 많다. 이 대표는 대선 후보 시절이던 지난 1월 입시공약을 발표하며 수능 킬러문항 폐지를 공약했다. 2021년 9월 강민정 열린민주당 의원은 ‘킬러문항 금지법’(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자가당착(自家撞着) 행보가 논란이 되자 민주당은 해당 이슈를 ‘졸속정책’의 문제로 몰아가고 있지만 이마저도 큰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수능을 불과 5개월 앞둔 시점에 정책을 바꿔 수험생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정작 현 정부는 킬러문항 배제 방침을 지난 3월 발표했기 때문이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지난 3월 28일 수능 시행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학생들이 학교 교육을 충실히 받고 EBS 연계 교재와 강의로 보완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적정 난이도를 갖춘 문항을 출제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주요 이슈마다 과거와 180도 달라진 태도에 “국민과의 약속이 우습나” 분분

 

민주당의 말 바꾸기는 킬러문항 이슈에 국한되지 않는다. 최근 정치권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KBS 수신료 분리징수 문제에 있어서도 민주당은 과거와 정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민주당은 이명박정부 시절인 2011년 수신료 분리징수를 당론으로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당시 여당인 한나라당이 국회에서 KBS 수신료 인상안 처리를 시도하자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석까지 점거하면서 인상안 처리를 저지했다.

 

또 박근혜정부 시절인 2014년 노웅래 민주당 의원은 수신료 분리징수 법안을 발의했다. 당시 노 의원은 통합징수에 대해 “국민이 납부하는 준조세 성격의 수신료 운용·관리의 투명성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수신료 사용에 대한 국민의 알권리에도 반한다”고 비판했다.

 

▲ 민주당은 이명박정부 시절인 2011년 수신료 분리징수를 당론으로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또 박근혜정부 시절인 2014년 노웅래 민주당 의원은 수신료 분리징수 법안을 발의했고 2017년에도 박주민 의원이 같은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사진은 KBS 수신료 분리징수의 책임을 물어 현 사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KBS 내부 직원들의 모습. [사진=뉴시스]

 

2017년에도 박주민 민주당 의원이 같은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었다. 당시 박 의원은 “현행법은 TV 수신료를 전기요금 징수와 함께 지급하도록 한다”며 “KBS를 시청하지 않아도 전기요금과 함께 수신료를 내야 한다. 시청자의 납부 선택권 보장을 위해 수신료를 전기요금과 함께 고지하지 못하게 하는 방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해당 법안 발의에는 당시 야권 소속 의원 9명이 동참했다.

 

최근 방송통신위원회는 공영방송 수신료 분리 징수를 위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한국방송공사(KBS)가 지정하는 자(한국전력)가 자신의 고유업무 관련 고지행위와 결합해 수신료를 고지·징수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이 주요 내용이다. 방통위는 오는 26일까지 예고 사항에 대한 찬반 의견을 받는다.

 

민주당은 법안까지 발의하며 해당 내용을 강하게 밀어붙였던 과거와 달리 현 정부의 공영방송 수신료 분리징수 추진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은 ‘KBS 수신료 분리징수 시행령’ 입법 예고에 ‘윤석열 정권의 언론장악 저지 긴급간담회’를 열었다. 당 언론자유특위와 과방위 소속 의원들은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영방송 흔들기를 멈추라”며 항의하기도 했다.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이슈와 관련해서도 민주당은 ‘말 따로 행동 따로’의 모습을 보여 국민적 비판을 사고 있다. 앞서 대선 후보 시절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10대 공약 중 정치영역 공약으로 ‘중대 범죄에 대한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폐지’를 약속했다. 당시 민주당도 체포동의안 표결 시 기명으로 하자는 구체적 방안까지 제시하며 이 대표의 공약에 힘을 보탰다.

 

그런데 이 대표의 대선 패배로 윤석열정부가 출범한 후 민주당은 과거 발언과는 전혀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뇌물·불법 정치자금 수수, 부동산 개발 특혜, 돈봉투 살포 등에 연루된 민주당 소속 의원의 체포동의안을 전부 부결시켰다. 민주당 의원들이 받는 혐의 중에는 확실한 물증까지 확보된 사안들도 다수 포함돼 있어 여론 안팎에선 특권 뒤에 숨은 민주당 의원들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다.

 

주요 현안에 대해 계속해서 과거와 다른 목소리를 내는 데 대해 일반 국민은 물론 민주당 내부에서도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민주당 지지자는 “최근 민주당 지지율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데 그 원인이 거듭된 말 바꾸기에 있다고 본다”며 “중요하게 추진하던 일들마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정반대 입장을 표명하면 일반 국민이 보기엔 언제든지 손쉽게 약속을 뒤집을 수 있다는 인식을 갖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우려 섞인 반응이 나온다. 한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돈봉투 살포 사건, 김남국 사태 등 연이은 악재로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혁신기구까지 출범했지만 여전히 당 내부 분위기는 안심할 수 없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며 “최근의 여론 조사 결과를 보더라도 갈수록 뒷걸음질 치는 모습인데 이대로라면 총선도 위험할 수 있다. 혁신기구 이상의 대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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