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울리는 채용형인턴 명암…“정규직 전환 절반도 안돼요”
청년 울리는 채용형인턴 명암…“정규직 전환 절반도 안돼요”
▲ 경기 침체로 다수 대기업이 공개채용을 폐지하고 수시 채용으로 시스템을 변경하면서 취업 문턱이 더 높아진 가운데 채용전환형 인턴이 인기다. 하지만 대다수의 대기업의 채용형 인턴 전환율이 50%가 채 되지 않는다. 사진은 이화여대 캠퍼스 전경. ⓒ르데스크

 

경기 침체로 다수 대기업이 공개채용을 폐지하고 수시 채용으로 시스템을 변경하면서 취업 문턱이 더 높아진 가운데 채용전환형 인턴이 인기다. 하지만 대다수의 대기업의 채용형 인턴 전환율이 50%가 채 되지 않아 인턴 과정 중 또 다른 회사의 인턴을 준비하는 아이러니한 상황까지 발생해 취업준비생들의 애환이 깊어지고 있다.


‘채용전환형 인턴’은 먼저 비정규직으로 입사 후 3개월에서 6개월이 지난 이후에 자체 평가를 실시해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입사 방식이다. 비록 비정규직이긴 하지만 자기소개서, 인·적성 시험, 면접 등 일반 공개채용과 크게 다를 것 없는 과정들을 통과해야만 인턴의 자격이 주어진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에 따르면 공기업을 포함한 매출상위 500대 기업 중 334개 기업 올해 1분기 임직원 현황을 분석한 결과 인턴을 포함한 비정규직 수는 지난해 7만4680명에서 올해 10만4473명으로 40% 가량 증가했다. 반면 정규직 수는 122만7147명에서 123만13명으로 0.2% 증가에 그쳤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은 “이전 문재인 정부의 비정규직 감소 정책이 숫자에 매몰된 측면이 있었고 경기 불확실성마저 높아진 상황 속 기업들이 비정규직 채용을 다시 늘리고 있다”며 “인턴에 합격해도 최종적으로 입사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취업준비생들의 불안감이 커질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100인 이상 기업 500사를 대상으로 한 ‘2023년 신규채용 실태조사’에 따르면 올해 채용 방식에 경력직 선호현상과 수시 채용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응답기업의 67.4%가 신규 채용에서 수시채용만 실시했다 답했고, 정기공채와 수시채용 병행을 실시한 기업은 25.4%에 그쳤다. 현재 국내 4대그룹(삼성·SK·LG·현대) 중 삼성만이 유일하게 정기공채를 유지하고 있다. 


이화여자대학교에 재학중인 이설아(26·여)씨는 “요즘 기업들이 정기공채채용을 잘 진행하지 않고, 대부분 채용전환형 인턴을 통해 정규직 채용에 나서고 있는데 채용전환형 인턴에 합격하는 것이 과거 공채채용을 준비했던 것보다 더 힘들어졌다”며 “대학을 다니면 다닐수록 취업문이 점점 더 좁아지는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정규직 실패 시 오히려 기회비용…’주요 대기업 인턴 전환율 50% 수준

 

▲ 대부분의 대기업에서 채용형 인턴 채용을 공고하면서 정규직 전환율과 최종 채용 인원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고 있어 불투명한 실제 채용여부에 청년들의 불안감이 심화되고 있다. 사진은 현대백화점(위), 포스코인터내셔널(중간), LG전자(아래). [사진=현대백화점, 포스코인터내셔널, LG전자]

 

채용전환형 인턴은 지원자 입장에서 회사에 대해 알아가며 실무 경험을 쌓는 좋은 기회이며, 기업 입장에서는 신입사원이 최종 입사하기 전에 구체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는 기간임은 틀림없다. 하지만 대부분의 대기업에서 채용형 인턴 채용을 공고하면서 정규직 전환율과 최종 채용 인원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고 있어 불투명한 실제 채용여부에 청년들의 불안감이 심화되고 있다.


올해 2월말 전환형 인턴 채용을 끝낸 KT 인사팀 관계자는 구체적인 채용 전환율에 대해 묻는 질문에 인턴 과정을 통한 구체적인 채용인원 수와 채용 전환율은 대외비이기 때문에 말할 수 없다며 답변을 피했다. 


실제로 이번 KT 인턴과정에 참여해 최종 정규직 전환에 성공한 이수현(26·가명)씨는 “이번 인턴생활은 모두들 정말 치열하게 생활했고, 과정 속 다양한 프로젝트 기획과 발표가 진행됐다”며 “구체적인 수치를 알 수는 없지만 체감 상 절반 정도의 인원이 최종 전환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비록 저는 정규직 전환에 성공했지만 지원자들 사이에서 평가기준이 다소 애매하다는 말들이 줄곧 나왔다”며 “저 역시도 저보다 능력이 뛰어나다고 생각했던 지원자가 있었는데 그 분이 전환에 실패하셔서 되게 놀랐다”고 덧붙였다. 


취업 준비생 입장에서 정규직에 최종적으로 전환되지 못하면 재취업을 위해 공개채용을 알아보거나 또 다시 전환형 인턴 채용을 찾아보아야 한다. 만약 인턴 기간과 기업의 공채 기간이 겹쳐 인턴을 하게 되면 그 기간 동안 취업 준비는 병행할 수 없게 된다. 정규직이 되지 못했을 때는 전환형 인턴이 도리어 구직자의 기회비용이 되는 것이다. 


대기업 3곳에서 전환형 인턴으로 근무했던 이성준(28·남)씨는 “저는 LG전자, 포스코 인터내셔널, 그리고 현대백화점에서 모두 전환형 인턴으로 근무했는데 세 군대 모두 실제 정규직 전환율이 50%도 채 되지 않았다”며 “각 회사별 시험과 2번의 면접 등 힘든 과정들을 거쳐 인턴으로 입사했는데 3군데 모두 정규직 전환에 실패해 너무 허탈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특히 LG전자 인턴 당시 최종 4인에 뽑혔지만, 결과적으로 회사에서 한명만 채용을 했다”며 “인턴기간 3개월 동안 야근에 원치 않는 회식까지 하며 서로 최종 1인이 되기 위해 보이지 않는 수많은 경쟁을 했던 것을 생각하면 전환율이 25% 밖에 되지 않는 것은 너무한 처사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상황이 이렇다보니, 최근 현대백화점에서 인턴을 할 때 정확한 채용인원수와 전환율을 알지 못해 불안감에 빠져 퇴근 후 타 회사 인턴 지원을 계속 준비했다”며 “인턴을 하며 또 다른 기회를 얻기 위해 다른 인턴을 준비하는 것이 참 모순적이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경영효율성 위해 인건비 절감 필수적”…재직자 감원 통해 신규 채용 촉진

 

▲ 기업은 경기 불황으로 인한 경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인건비 절감은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이전에 비해 더 고도화된 과정을 거쳐 인원을 선별해 로스를 최소화하는 것이 기업의 주요 과제라는 설명이다. 사진은 연세대학교 취업설명회 장면. ⓒ르데스크

 

기업은 경기 불황으로 인한 경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인건비 절감은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이전에 비해 더 고도화된 과정을 거쳐 인원을 선별해 로스를 최소화하는 것이 기업의 주요 과제라는 설명이다. 일부 기업들은 희망퇴직 등 기존 인력 감축을 통해 신규 채용을 촉진에 나서기도 했다.


LG전자 관계자는 “기업이 적절한 인재채용을 통해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말이다”며 “하지만 그와 동시에 불황속에서 효율적인 사업 관리에 나서려면 인건비 절감을 필수불가결하다”고 밝혔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2030세대에게 취업은 가장 중요한 문제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좋은 직장 또는 직업을 갖기 위해 초·중·고 및 대학교에 전념한다”며 “채용연계형 인턴은 청년들에게 좋은 기회이지만 정규직 전환과 관련한 구체적인 정보 제공이 미흡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김 교수는 “최근 취업난이 심해지면서 아예 취업활동마저 그만두고 실업급여로 생활을 하거나 그냥 구직을 포기한 인구가 꾸준히 늘고 있다”며 “최근 수출 감소 등 한국 경제의 체력이 약화되는 상황을 감안하면 이런 추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김 교수는 “저출산 문제가 심해지며 앞으로의 대한민국에서 2030세대의 역할이 더욱더 중요해졌고, 출산을 장려할 수 있는 근간은 바로 직업의 안정성이다”며 “정부 차원에서도 기업들에게 실질적으로 취업 준비생들에게 이로운 정보를 제공하게 해 압박감을 줄여 주어야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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