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받아 이모님 주면 끝, 맞벌이도 애 낳으면 결국 외벌이”
“월급 받아 이모님 주면 끝, 맞벌이도 애 낳으면 결국 외벌이”

 

▲ 예비 신혼부부와 어린 아이를 기르는 부모들은 외국인 가사근로자에 대해 별도의 최저임금제를 적용하는 법안을 적극 환영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맞벌이 가정에선 어린이집만으론 육아에 한계가 있어 가사근로자를 고용해야 하는데 경제적 부담이 크고 구하기도 쉽지 않아 결국은 아이 낳기가 꺼려진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사진은 꽃을 구경 중인 어린 아이들의 모습. [사진=뉴시스]

 

최근 저임금 외국인 가사근로자 제도 도입을 둘러싼 찬반 여론이 팽팽히 맞서는 가운데 제도의 직접적인 이해관계자들의 반응이 새삼 주목된다. 예비 신혼부부와 어린 아이를 기르는 부모들은 제3자들이 왈가왈부하는 데 대해 불편한 심기를 내비치는 동시에 “현실을 알면 반대를 할 수가 없다”며 적극적인 찬성 견해를 내비쳤다. 특히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이 전한 그들의 일상은 찬성의 구체적인 근거가 되기에 충분한 것으로 평가됐다.

 

외국인 가사근로자 최저임금 예외 법안 등장에 노동계·진보정당 ‘극렬 반대’ 한 목소리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은 지난 21일 외국인 가사근로자에 한정해 최저임금을 적용받지 않도록 하는 ‘가사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을 발의했다. 맞벌이 부부가 월급 100만원 수준으로 고용할 수 있도록 외국인 가사근로자에 별도의 최저임금제도를 적용하는 게 법안의 골자다. 맞벌이 가정에선 어린이집만으론 육아에 한계가 있어 가사근로자를 고용해야 하는데 경제적 부담이 크고 구하기도 쉽지 않아 저출산 문제, 여성경력 단절 등으로 연결될 우려가 크다는 게 법안 발의의 취지다.

 

조 의원은 법안발의 기자회견에서 “싱가포르는 1978년부터 월 70만~100만원의 ‘저임금 외국인 가사근로자’ 제도를 도입했다”면서 “(한국도) 최저임금 적용을 없애면 월 100만원의 외국인 가사도우미 도입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사도우미 비용은 적어도 월 250만원부터 시작되고 등·하원 도우미만 월 150만원이라고 한다”며 “외국인 가사도우미가 적은 비용만 받고 청년 부부들을 도우면 비용이나 경력단절 두려움으로 아이 낳기를 주저하는 일이 없어질 수 있다”고 부연했다.

 

해당 법안은 현재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낳고 있다. 사회 각계각층에서 찬반양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일찌감치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 현실적인 대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해 온 오세훈 서울시장은 찬성의 입장을 피력했다. 오 시장은 “국회 입법 움직임이 있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며 “일각에서 외국인 임금 차등 지급이 차별이라거나 싱가포르·홍콩·일본 등 이미 도입한 나라에서 효과가 미미했다는 반대 논리를 펴고 있지만 세계 최악 저출생 국가인 우리나라는 그냥 포기할 상황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사진)은 지난 21일 외국인 가사근로자에 한정해 최저임금을 적용받지 않도록 하는 ‘가사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을 발의했다. 그런데 해당 법을 두고 사회 각계각층에서 찬반양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반면 외국인의 노동시장 유입을 견제하는 노조 권력이나 인권단체 등에서는 중고령 여성들의 일자리 부족, 인종차별 등을 이유로 거세게 반대했다. 정의당은 “현대판 노예제도로 인종차별 합법화 법안이다”고 비판했다. 여성단체는 “가사노동의 가치를 평가절하 하는 발상이다”고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노총은 “한국에서 가사 서비스는 중고령 여성들의 중요한 일자리다”며 “근로환경을 개선해 더 많은 구직자가 이 분야로 진입하게 돕는 게 우선이다”고 주장했다.

 

아이 키우는 청년 부모들 “현실 외면한 반대에 황당, 아이 낳지 말라는 소리나 다름없어”

 

그런데 해당 법안의 직접적인 이해관계자인 신혼부부나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은 논란 자체가 이해되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사회적 논의 자체가 무의미 할 정도로 당연히 시행돼야 할 제도라고 입을 모았다. 심지어 현실에 대한 이해 없이 이권이나 정치이념부터 내세우며 반대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아이를 낳지 말란 소리나 다름없다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3살 아이를 키우는 맞벌이 부부 김지영 씨(37·여)는 “현실적으로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낸다 해도 등·하원 해줄 사람이 필요하고 또 아이가 하원한 후에 퇴근시간 전까지 3시간 가량을 봐줄 사람도 필요하다”며 “아마 어린 아이를 키우는 맞벌이 부부라면 이러한 현실을 100% 공감할 것이다”고 운을 뗐다.

 

이어 “결국엔 친정이나 시댁 부모님의 도움을 받거나 따로 이모님을 고용할 수밖에 없는데 만약 이모님을 고용한다면 월 기준으로 최소 200만원 가까이 들어간다”며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어렵게 맞벌이하는 상황에서 200만원을 이모님 월급으로 주면 맞벌이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우리는 친정부모님의 도움을 받아 그나마 다행이지만 아마 양가 부모님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부부는 아이를 낳지 않거나 낳더라도 한 명 이상은 엄두도 못 낼 것이다”고 강조했다.

 

 

▲ 신혼부부나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은 외국인 가사근로자 최저임금제 별도 적용 법안에 대해 당연히 시행돼야 할 제도라고 입을 모았다. 아울러 현실에 대한 이해 없이 이권이나 정치이념부터 내세우며 반대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아이를 낳지 말란 소리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사진은 아이 옷을 고르는 한 부부의 모습. [사진=뉴시스]

 

2살 아이를 키우는 전업주부 한수진 씨(33·여)는 “아이를 낳고 육아휴직이 끝나는 기간에 맞춰 고민 끝에 결국 퇴사를 결심했다”며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도 등·하원이나 하원 후에 남는 시간에 아이를 혼자 둘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양가 부모님이 아이를 봐줄 형편이 되지 않다 보니 이모님을 구할까도 생각해봤지만 월급 받아서 거의 대부분을 이모님 월급으로 주느니 차라리 내 손으로 키우는 게 낫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외국에선 다른 나라 가사근로자를 저렴하게 고용할 수도 있다는데 우리나라는 왜 그게 안 되는지 도통 이해할 수 없다”라며 “어차피 엄마들 중에는 아이가 말을 잘못 배울까봐 외국인 이모님을 꺼려하는 사람들도 있다. 결국 한국인 이모든, 외국인 이모든 엄마의 선택인데 왜 아이를 키우지도 않는 사람들이 이래라 저래라 하면서 간섭하는지 모르겠다. 아이를 직접 키우거나 어린 손자를 가진 할머니·할아버지라면 현실을 알기 때문에 저렴한 외국인 가사근로자 제도 도입을 적극 환영할 수밖에 없다”고 피력했다.

 

결혼을 앞둔 예비 신혼부부들의 생각도 아이를 키우는 부모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오는 6월 결혼식을 올리는 예비신부 이주은 씨(33·여)는 “이미 결혼한 친구들 이야기를 들어봐도 그렇고 현실적으로 양가 부모님이 도와주거나 이모님을 따로 고용하지 않으면 맞벌이는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계산해보니 만약 이모님을 고용하면 하원 시간부터 퇴근 때까지 최소 4시간, 시간 당 1만5000원으로 계산해도 하루 6만원을 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 달 20일 잡으면 이모님 고용에만 최소로 잡아도 120만원이 들어가는데 내 월급의 절반 수준의 금액이다”며 “어린 아이를 하루 종일 어린이집에 맡기고도 월급 절반이 고스란히 육아 비용으로 나가면 결국 출산과 일 중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결국 출산과 동시에 허리띠를 졸라매고 어렵게 살아야 한다는 것인데 과연 누가 그런 선택을 할 지 의문이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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