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진한 시골 어르신 쌈짓돈 노린 돌팔이·사기꾼 판친다
순진한 시골 어르신 쌈짓돈 노린 돌팔이·사기꾼 판친다

[Le view<244>]-고령화 사회, 노인들이 위험하다(上-범죄노출) 순진한 시골 어르신 쌈짓돈 노린 돌팔이·사기꾼 판친다

법 지식 얕고 농사일 바쁜 점 악용해 불법 의료시술, 부작용엔 모르쇠

르데스크 | 입력 2023.05.12 15:16

 

▲ 농촌 사회의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무자격 불법 의료시술, 불량 건강식품·가전제품 판매 등 순진한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사기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사진은 벼농사를 짓고 있는 농부들의 모습. [사진=뉴시스]

 

농촌 사회의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각종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순진한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사기 범죄도 그 중 하나다. 고령층이 대부분인 농촌의 여건 상 최신 정보 습득이 느리고 디지털 기기 활용이 어렵다는 점을 악용한 사기 행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특히 노화로 인해 몸이 불편하다는 부분을 교묘히 파고든 악랄한 수법을 동원한 사기범죄도 적지 않아 주목된다. 무자격 불법 의료시술, 불량 건강식품·가전제품 판매 등이 대표적이다.

 

시골 노인들 상대로 한 불법 시술 기승…“의사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전직 간호사”

 

의료계, 경찰청 등에 따르면 면·리 단위의 농·어촌 지역에선 오랜 기간 불법 의료 시술이 공공연하게 자행돼 왔다. 일반 가정집이나 노인정 등에서 영양수액 투여, 보톡스 주사는 물론 뼈·관절 치료 등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의료시술을 벌인 사례가 적지 않다. 심지어 무자격 신분으로 눈 밑 지방제거, 쌍꺼풀 라인 형성 등의 성형수술을 벌이다 경찰에 덜미를 잡힌 사례도 존재한다.

 

앞서 경남에선 불법 의료 시술을 받은 노인들이 단체로 부작용에 시달리는 일이 벌어졌다. 피해 노인들은 한 달에 2회씩 방문하는 한 남성에게 1회 당 3만원을 지불하면서 관절염 주사 시술을 받았다. 불법 시술은 단발성에 그치지 않고 최소 2회 이상 이뤄졌는데 이렇게 시술 받은 피해 노인의 수는 약 20여명에 달했다. 피해 노인들은 주사 시술을 받은 이후 팔·다리 저림 증상 등의 부작용에 시달렸다.

 

제주에선 농촌 주민을 상대로 불법 성형시술 행위를 한 인물이 경찰에 덜미를 잡힌 사건도 있었다. 피의자는 얼굴과 복부 등의 주름살을 없애준다며 콜라겐을 주사기로 주입했다. 시술 비용은 최소 몇 만원에서 많게는 수십만원에 달했다. 불법 의료 시술을 통해 피의자가 벌어들인 돈은 약 340만원 가량인 것으로 전해졌다.

 

 

▲ 의료계, 경찰청 등에 따르면 면·리 단위의 농·어촌 지역에선 오랜 기간 불법 의료 시술이 공공연하게 자행돼 왔다. 일반 가정집이나 노인정 등에서 영양수액 투여, 보톡스 주사는 물론 뼈·관절 치료 등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의료시술을 벌인 사례가 적지 않다. 사진은 요양병원에 입원 중인 노인들의 모습.(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뉴시스]

 

르데스크 취재 결과, 지금도 전국 각 지역의 농·어촌에선 불법 의료시술이 버젓이 자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노인들 중 상당수가 직접 집으로 방문하거나 노인정 등 마을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에서 치료를 빙자한 의료 행위가 벌어진다고 밝혔다. 불법 의료 시술을 직접 받았다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다만, 시술을 받은 이후 뚜렷한 효과를 느꼈다는 반응은 거의 없었다.

 

충북 옥천면에 거주하는 김순례 씨(76·여)는 “우리 동네엔 약 30집 정도가 있는데 대부분 70세가 넘은 노인들만 살고 있다”며 “노인들 대부분 농사일로 바쁜 편인데 가끔 의사처럼 보이는 사람이 와서 영양주사도 놔주고 아픈 곳도 치료해준다”고 말했다. 이어 “가운을 입고 있으니 별 다른 의심 없이 주사를 맡은 적 있다”며 “시내에 있는 병원에선 5만원 정도 하는 주사가 2만원 밖에 안하다 보니 그 사람이 오는 날만 기다리는 사람들도 많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나도 몇 번 영양주사를 맡은 적 있는데 사실 효과는 크게 없었다”며 “그러다가 하루는 주사 맞은 부위가 퉁퉁 붓길래 동네 사람들에게 물어 보니 비슷한 증상을 겪은 사람들이 여럿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 씨는 “나중에 알고 봤더니 아주 오래 전에 간호사 일을 조금 하다가 돈을 벌 목적으로 시골 노인들에게 불법 시술을 한 것이었다”며 “아무래도 노인들이라 잘 모르다 보니 그런 ‘돌팔이’들이 마음 놓고 활개치는 것 같다”고 부연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현행법 상 의사 진료나 처방 없는 무면허 의료행위는 형사처벌 대상이다”며 “또한 간호사나 간호조무사는 의사의 지시 없이 처방이나 진료 행위를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전문 지식과 경험이 없는 사람이 의료기관이 아닌 곳에서 진료를 할 경우 환자의 안전을 장담할 수 없고 의료질서가 문란해 질 수 있다”며 “아직까지 불법 시술을 받은 사람은 처벌 규정이 따로 없으니 혹시나 관련 일들을 목격했거나 경험했다면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예전 보다 더 심해진 노인 대상 불량제품 판매…“전형적인 약자범죄, 단속 강화해야”

 

시골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불량 건강식품·전자기기 사기 판매 행위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불법 의료 시술과 마찬가지로 노인들 대부분 신체 기능이 저하됐거나 질병 등에 대한 우려가 크다는 점을 악용한 수법으로 평가된다. 불량 건강식품이나 전자기기 판매 행위 역시 불법 의료 시술과 마찬가지로 판매가 금지되거나 효과 검증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제품이라는 점에서 일부 부작용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 한 의료계 관계자는 “시골 노인들을 대상으로 저렴한 가격을 미끼로 불법 의료 시술 행위를 벌이거나, 혹은 값싼 경품을 앞세워 불량 제품을 속여 파는 행위 등은 모두 사람의 건강과 생명을 외면한 악질범죄라고 규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은 식약처에 압수된 불량 건강기능식품들.(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뉴시스] 

 

식품의약품안전처, 경찰청 등에 따르면 지난해 원료 함량을 표시하지 않거나 거짓으로 표시한 제품, 일반식품이면서 우수건강기능식품 제조기준(GMP) 도안을 무단으로 사용한 제품 등을 판매한 업체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해당 제품의 유통업체는 홍보관, 체험관 등을 차려놓고 천마, 녹용, 산삼 등의 효과를 설명하고 비싸게 팔아 이익을 챙겼다.

 

판매한 제품들은 원재료 함량이 적어 원가가 1상자(30포)에 4000원에서 많아야 2만1000원 정도였지만 유통업체들은 1상자 당 최대 36만원에 팔았다. 특히 유통업체들은 노인들의 경계감을 허물어트리기 위해 갖은 방법으로 환심을 샀다. 경품을 지급하거나 무료 관광과 식사 등을 제공하는 식이었다.

 

약 10여년 전에도 경기도 파주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당시 노인들에게 ‘만병통치약’이라며 불량식품을 판매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검거된 일당은 노인 300여명을 상대로 시가보다 10배 높은 가격으로 1억8000만원 어치의 불량식품을 판매했다. 그들이 만병통치약이라고 속인 제품은 솔잎성분이 들어간 기능식품이었다. 시중에서 3~6만원에 판매되는 제품을 노인들에게 적게는 38만원에서 비싸게는 78만원에도 팔았다. 검거된 일당 역시 라면, 휴지 등을 무료로 주며 노인들을 현혹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방식부터 범행상대까지 판박이인 범죄가 무려 10년이 지났는데도 계속해서 발생하는 배경에는 사기의 난이도가 그만큼 낮고 고령화 등으로 인해 범죄 대상이 늘고 있다는 점이 자리하고 있다. 보통 시골에 거주하는 노인들의 경우 자녀들을 도시로 내보내고 혼자 살기 때문에 외로움을 많이 느끼고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편이 아니기 때문에 작은 호의로도 쉽게 접근이 가능한 편이다. 또 정보 습득이 느리고 디지털 기기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탓에 불량 제품 의심이 들더라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는 편이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시골 노인들을 대상으로 저렴한 가격을 미끼로 불법 의료 시술 행위를 벌이거나, 혹은 값싼 경품을 앞세워 불량 제품을 속여 파는 행위 등은 모두 사람의 건강과 생명을 외면한 악질범죄라고 규정할 수 있다”며 “특히 몸이 불편하고 관련 정보 습득이 어려운 노인들을 상대로 사기를 벌이는 행위는 전형적인 약자범죄로 보기에 충분한 만큼 철저한 단속과 강도 높은 처벌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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