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종 제한 풀린 ‘이대 상권’, 패션·의류업 지고 외식업 뜨고
업종 제한 풀린 ‘이대 상권’, 패션·의류업 지고 외식업 뜨고

 

▲ 이화여자대학교(이대)의 상권이 죽어가는 가운데 상권 다양화를 제한하던 업종 제한이 풀리면서 다시금 부활 조짐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억대 권리금을 형성하던 이대 상권이 이제는 권리금 없이도 들어갈 수 있으며, 임대료도 많이 낮아져 의류‧미용으로 제한되던 이대 상권은 다양한 업종이 들어서면서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르데스크

 

코로나19 이후 침체에 시달리고 있는 이화여자대학교(이대) 상권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의류·잡화·미용실 등의 업종으로 제한됐던 쇼핑·관광권역이 해제되면서 다양한 업종이 이대 상권에 들어설 수 있게 됐다. 여전히 공실이 많아 상권이 회복되기까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지만 업종제한이 해제된 이후 저렴한 임대료와 무권리금에 힘입어 상가 수요는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대에 재학중인 대학생 김미연(23‧여‧가명) 씨는 “이대 앞 상권이 망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며 “정문에서 지하철까지 가는 길에 음식점이 없다 보니 먹거리가 별로 없어서 그대로 지나쳐 지하철을 타고 신촌이나 홍대입구역으로 넘어간다”고 말했다.

 

이어 “먹자골목이 있긴 하나 아무래도 좁다 보니 여기도 마찬가지로 음식 종류가 다양하진 않다”며 “술집도 별로 없어서 자주 가진 않는다. 옷집이 많았다가 현재는 별로 없는데 없어진 이유는 개인의 취향 차이도 있고 트렌드를 따라가려면 역시 온라인으로 사는 것이 트렌드에 맞춰가기에 좋다고 생각해서 상권이 약해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 [그래픽=김진완] ⓒ르데스크

 

주변 상인들은 이대 상권이 무너진 이유 중 하나로 서울시의 업종 규제를 꼽았다. 업종 제한이 풀리지 않으면 상권 회복이 어렵다고 토로했다. 서울시가 2013년 이대 상권 일대에 지구단위계획을 짜면서 쇼핑‧관광권역으로 지정했다. 10년 전만 해도 이대상권은 옷가게와 미용실 등의 업종이 성행해 옷을 사러 가는 이들이 많았다. 이에 시는 의류, 잡화, 미용원 등으로 특화해 상권을 발전시키겠다는 취지로 업종을 제한했다.

 

다른 업종이 들어서려면 주차장 설치가 필수였다. 사실상 기존 업종에서 변경하기 어려운 상황이다보니 상인들은 서울시에 권장 업종 확대를 계속 요구해왔고 지속해서 요청한 결과 지난달 13일부로 권장 업종을 확대하면서 업종 제한이 풀렸다.

 

이성헌 서대문구청장은 “이번 권장용도 확대로 다양한 형태의 점포가 들어와 이대 앞 상권에 활기를 줄 것으로 전망한다”며 “나아가 신촌 지역 전체의 활성화를 위한 일들을 다각도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업종 제한이 풀리면서 인근 공인중개사들은 상권이 회복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 공인중개사는 “지난달 13일부로 업종 제한이 풀렸지만, 아직 주변 상인들도 모르시는 분이 많다”며 “이제 업종 제한이 풀린 만큼 상권이 다양해질 것으로 보인다. 오늘만 해도 2명 이상 가게를 알아보기 위해 찾아올 정도로 관심이 점차 생기는 추세다”고 설명했다.

 

업종 다양화에 상권 활성화 기대감…“아직은 공실 많은 상황”

  

▲ 이대에서 나오면 중심거리로 가는 유동인구가 많지만, 대부분 지하철을 타러 가는 시민이 많았다. 그러나 경의중앙선 신촌역으로 향하는 이들은 신촌역으로 가거나 이화52번가로 꺾어 들어가 먹자골목으로 간다. 먹자골목에서는 대학생의 취향을 노린 음식들이 성행하고 있었다. ⓒ르데스크

 

이대 상권은 중심거리와 기존에 옷을 팔던 거리, 먹자골목 등 크게 3개의 거리로 나뉜다. 최근 이대에서 공실이 가장 많은 곳이 중심거리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으로 신촌‧이대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9.0%를 기록해 서울 평균(6.2%)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한 바 있다. 공실도 많고 임대를 내놓은 가게도 많았다.

 

서대문구 이화여대길 37, 1층은 현재 공실로 임대를 내놓아 권리금은 없었다. 보증금 1억원에 월세는 400만원으로 평수는 약 8평이다. 중심거리에 위치한 매물들은 유동인구가 많아 임대료가 다른 골목 대비 높았다. 현재는 400~500만원대에 형성돼 있지만, 코로나 이전에는 약 두배정도 높은 가격에서 떨어졌다는 것이 공인중개사의 설명이다.

 

서대문구 이화여대길 33, 1층의 매물은 보증금 1억원에 월세 500만원이다. 평수는 약 15평으로 현재 가게가 운영 중이지만, 권리금이 없었다. 인근 공인중개사는 중심거리에 내놓은 가게들은 대체로 코로나 이전에 권리금이 1억원에서 1억5000만원 선에 형성돼 있었다가 현재는 권리금을 받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이대 상권에서는 바닥 권리금을 받지 않는다”며 “대학로나 핫플로 유명한 곳에서는 주로 바닥 권리금을 받지만, 이대는 주로 시설 권리금 등 기존에 있던 가구나 기계 등을 놓고 가는 조건 등으로 권리금을 받아 현재는 대부분의 가게가 권리금이 없는 이유다”고 설명했다.

 

이어 “권리금이 있는 곳들은 주로 시설 권리금을 받는 경우다”며 “대부분의 매물이 권리금이 없는 상황에서 권리금을 내고 들어갈 필요가 없다. 현재는 좋은 자리에도 권리금이 없는 경우가 많고 코로나 이전 대비 임대료도 절반 가까이 내려서 장사하기에 나쁘지 않은 시기다. 점차 시작해서 상권이 활성화되면 권리금을 받고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인파 몰리는 ‘이화52번가’…저렴한 임대료·무권리금 상가 문의 증가 

 

▲ 주변 상인들은 이대 상권이 무너진 이유 중 하나로 서울시의 업종 규제를 꼽았다. 업종 제한이 풀리지 않으면 상권 회복이 어렵다고 토로했다. 서울시가 2013년 이대 상권 일대에 지구단위계획을 짜면서 쇼핑‧관광권역으로 지정했다. 시는 의류, 잡화, 미용원 등으로 특화해 상권을 발전시키겠다는 취지로 업종을 제한했다. 사진은 지구단위계획구역에서 업종 제한이 해제된 구역. [사진=서대문구청]

 

이대에서 중심거리로 가는 길목은 유동인구가 여전히 적지 않다. 대부분 지하철을 타러 가는 시민들이다. 그러나 경의중앙선 신촌역으로 향하는 이들은 신촌역으로 가거나 이화52번가로 꺾어 들어가 먹자골목으로 간다. 먹자골목에서는 대학생의 취향을 노린 음식들이 성행하고 있다. 인근 공인중개사에 따르면, 한 마라탕 집은 약 15평대의 가게에서 장사가 잘되면서 최근 50평 대의 가게로 옮겼다고 설명했다. 주변 몇몇 가게들이 작은 평수에서 시작해 큰 평수로 옮기고 있는 추세였다.

 

인근 공인중개사는 “8평에서 시작한 한 가게는 장사가 어느정도 되다보니 큰 평수로 옮기려고 준비 중이다”며 “중심거리 쪽으로 두 개의 매장을 합치면서 임대료가 높아짐에도 불구하고 옮기고자 해 벌써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변에 장사가 잘되는 집은 많다”며 “기사에서 망했다는 방향으로 많이 나오지만, 파파노 다이닝은 오히려 줄서서 먹는 상황이다. 한 카페는 이대 학생이 창업하면서 유명해진 가게로 손님이 북적인다. 배달 수요도 많아 이대 상권 전체가 죽은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서대문구 이화여대길 88-14, 1층에 위치한 매장은 9평 크기의 매물로 보증금 2000만원, 월세는 140만원이다. 이화 52번가에서 유명한 가게가 모여있는 장소다. 대로변이 아닌 골목에 위치해있어서 임대료는 비교적 저렴한 편이다. 상권 자체가 대학교 학생 수요를 노리다 보니 마케팅에 따라 매출 등락이 바뀌는 구조라는 것이 공인중개사 설명이다. 공인중개사들은 처음 시작한다면 골목에 있는 저렴한 임대료부터 시작하는 것을 추천했다.

 

▲ 이대 학생 사이에서는 중심거리보다는 이화 25번가를 주로 들린다. 이화 52번가가 먹자골목으로 다양한 먹거리를 팔고 있어서다. 사진은 먹자골목. ⓒ르데스크

 

서대문구 이화여대길 76, 1층은 15평 크기로 보증금 5000만원에 월세 250만원이다. 대로변에 있어 유동인구도 많지만, 권리금은 없다. 먹자골목으로 들어가고 나올 때 바로 보이는 위치로 주변 공인중개사는 이 곳을 추천했다. 이대 정문에서도 가깝고 경의중앙선 신촌역과도 가까워 수요가 많다는 이유에서다. 중심거리에 프랜차이즈 카페가 몰려 있기에 카페도 괜찮다는 의견도 있었다.

 

맞은편에 대현동 37-72, 1층은 14평 남짓한 크기에 보증금 5000만원, 월세는 500만원이다. 현재는 공실로 권리금이 없다. 이 위치도 이화여대길 76과 같이 유동인구가 많지만, 맞은편 대비 월세가 높았다.

  

이화여대길7길에 있는 30, 37, 29, 21은 전부 1층의 가게다. 평수는 7평부터 넓은 평수는 20평 까지 다양하다 보증금은 2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형성돼 있고, 월세는 160만원~200만원으로 들어갈 수 있다. 중심거리 대비 절반에 들어갈 수 있다. 골목이라는 점이 임대료가 저렴한 이유고 현재 옷을 파는 가게가 즐비하고 임대를 내놓은 가게도 많았다. 

 

▲ 이대 상권은 중심거리와 기존에 옷을 팔던 거리, 먹자골목 등 크게 3개의 거리로 나뉜다. 최근 이대에서 공실이 가장 많은 곳이 중심거리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으로 신촌‧이대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9.0%를 기록해 서울 평균(6.2%)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한 바 있다. 공실도 많고 임대를 내놓은 가게도 많았다. ⓒ르데스크

 

인근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자영업자 고명자(57‧여‧가명) 씨는 “코로나 전부터 오는 사람이 조금씩 줄긴 했지만, 코로나 이후부터 확연하게 줄었다”며 “업종 제한이 풀렸다는 이야기를 듣고 상권이 점차 회복될 때까지 버티는 중이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주변에 오피스텔 공사를 많이 짓고 있고, 주변에 오래된 건물도 업종 제한이 풀린 만큼 재건축하려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오피스텔이 완공되면 오피스텔 상권으로 활성화되면서 변화가 크게 찾아올 것 같다. 오래된 건물들도 바뀌고 하면 이대 분위기는 완전히 바뀔 것이다”고 덧붙였다.

 

인근 공인중개사들에 의하면, 현재 월세는 절반 가량으로 낮아졌다고 한다. 코로나 이전에는 월세가 300만원에서 400만원까지 받았지만, 경기가 침체돼 현재는 내린 상태라는 설명이다. 옷 거리와 마찬가지로 중심거리, 먹자골목도 상황은 비슷했다.

 

 

한 부동산 관계자는 “이대 상권이 업종 제한으로 망했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사실이 아니다”며 “단순히 임대료가 비싸서 감당하기 어려워진 자영업자들이 나간 것이다. 비싼 곳은 매달 2000만원을 내야 하는데 정작 매출이 안 나와서 나간 것이 현재 상황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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