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사랑방 열린도서관, 소통·관심 대명사된 ‘십대라면’
청소년 사랑방 열린도서관, 소통·관심 대명사된 ‘십대라면’

 

▲ 이진우 목사가 운영하는 십대라면 56호점과 열린도서관은 청소년들이 언제든 맘편히 쉴 수 있는 장소다. 학원가 가운데 위치한 도서관은 회원가입만 하면 청소년이라면 누구나 편히 쉴 수 있는 장소다. 사진은 열린 도서관 입구. ⓒ르데스크

 

“단순한 라면이 아니라 청소년들과 어른 사이의 벽을 허무는 매개체라고 생각해요.”

 

의정부 고산동 위치한 ‘열린 도서관’은 청소년들사이에서 없어선 안 될 소중한 공간으로 불린다.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공간에는 청소년들을 위한 책들이 가득차 있고, 도서관 한 켠에는 ‘십대라면’이 있다. 십대라면은 청소년이면 누구나 공짜로 라면을 먹을 수 있도록 마련된 공간이다.

 

청소년들은 책으로 둘러싸인 장소에서 라면을 끓여 먹기도 하고 책을 읽거나 수다를 떨면서 놀기도 한다. 명목상 '도서관'이지만 반드시 책을 읽을 필요는 없다. 청소년이라면 누구나 회원가입만 하면 이용할 수 있다.

 

학원으로 가득 찬 건물, 2층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면 청소년은 언제나 공짜라는 '십대라면'과 '열린 도서관'이 아이들을 반겨준다. 이제 겨우 오픈한지 2달밖에 안된 장소지만 오후 4시부터 학업과 교우관계 등 바쁜 일상에 치인 청소년들 쉬기 위해 삼삼오오 모여든다.

 

청소년들이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은 별로 없어요작은 쉼터 열린도서관
 

열린도서관을 운영하는 이진우 목사는 청소년을 위한 일을 시작한 계기는 본인의 경험에서 나왔다고 밝혔다. 이 목사는 “제가 어렸을 때 자유롭게 있을 공간이 없었다”며 “학교와 학원은 학업에 치였고, 집에서는 부모님, 당구장이나 노래방은 무서운 형들이 있어 어느 한 곳 맘 편히 있을 곳이 없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아이들이 도서관에서 마음 편히 쉬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말했다.

 

▲ 이진우 목사는 열린 도서관을 만드는데만 3300만원을 사용했다. 그리고 매달 운영비로 200만원정도가 들어가고 있다 밝혔다. 사진은 열린 도서관을 운영하는 이진우 목사. ⓒ르데스크

 

열린도서관을 학생들이 잠시 쉴 수 있는 편한 공간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라는 게 이 목사의 설명이다. 목사가 운영하는 장소지만 종교와 큰 관련은 없다. 열린 도서관에서 선교활동을 일절 하지 않고 있다. 책 구성 또한 신앙적 책보다는 위인전이나 고전 명작, 경제, 역사 등 다양한 장르로 채워져있다.

 

열린도서관은 단순히 공간 제공만 하는 것은 아니다. 열린도서관에 방문한 아이들은 쉬면서 본인들의 고민을 이 목사에게 털어놓기도 하고 음악이나 연극, 제2외국어를 배우기도 한다.

 

이 목사는 현재 교육부에서 운영하는 청소년 모바일상담 센터 ‘다 들어줄 개’ 상담사로 활동 중이기도 하다. 다 들어줄 개는 도움이나 상담이 필요한 청소년들이 익명으로 본인의 고민을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 모바일 상담 앱이다. 이 목사는 전문 상담사로 열린도서관에서도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다 들어줄 개 상담소에는 청소년들만 할 수 있는 고민 글들이 꾸준히 올라가고 있다. 올해 중2라고 밝힌 한 소년은 “좋아하는 사람에게 선톡을 보내고 싶은데 어찌할지 모르겠다”는 첫사랑과 관련된 질문을 올렸다. 한 소녀는 “고백받아서 사귄 남친이 사실 맘에 들지 않는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 목사 또한 열린 도서관에서 다양한 청소년들의 고민을 접하고 있다. 이 목사는 “아이들이 목사님 하면서 자주 상담을 받으러 온다”며 “가장 많이 들어오는 상담은 주로 학우관계와 학폭이다”고 말했다. 

 

▲ 열린도서관에서는 라면과 책뿐만 아니라 상담부터 영어, 러시아어, 악기, 연극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 목사는 처음 라면으로 마음을 연 청소년들이 많이 상담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열린 도서관에서 라면을 먹는 청소년들. ⓒ르데스크

 

매주 토요일에는 악기나 연극, 제2외국어를 가르쳐 주는 강의도 열린다. 이 목사는 이전 연극배우였다. 그래서 아이들을 대상으로 연극을 가르쳐 준다. 또 재능기부를 원하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토요일에 강의를 열고 바이올린이나 영어, 러시아어 등을 무료로 강의한다. 영어와 러시아어를 가르쳐 주는 강사는 실제로 학원 강사로 원어민 수준이라고 자부했다.

 

이 목사의 꿈은 아이들이 안전하고 편하게 쉴 수 있도록 열린도서관이 전국 방방곡곡에 퍼지는 것이다. 이 목사는 “어른들이 모르는 청소년들만의 고민이 수도 없이 많다”며 “내가 청소년기에 가장 원하고 필요로 했던 공간을 생각하며 만든 만큼 나 같은 청소년들에게 열린 도서관이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패싸움하던 문제아들을 회사원으로 바꾼 라면 한끼의 기적

 

열린도서관 한편에 있는 ‘십대라면’은 56호점이다. 청소년이라면 누구나 무료로 라면을 먹을 수 있는 곳으로 지금 전국적으로 70호점까지 개업한 상태다. 십대라면 1호점을 기획한 문경구 목사는 기댈 곳 없는 아이들에게 라면 한 끼라도 먹이자는 마음으로 시작했다고 인터뷰를 통해 밝혔다.

 

십대라면은 2013년 문 목사가 창원 진해동부교회에서 부목사 시절에 시작됐다. 문 목사는 당시 교회 인근에 있는 석동 근린공원에서 십대라면 1호점을 시작했다. 문 목사에 따르면, 당시 석동근린공원은 청소년들끼리 패싸움이 빈번한 청소년 우범지역이었다.

 

그곳의 청소년 대다수가 저녁을 먹지 못한다는 소식을 접한 문 목사는 컵라면과 뜨거운 물을 들고 공원 청소년들에게 라면을 나눠주기 시작했다. 공원에 있던 아이들은 처음엔 라면을 먹지 않고 오히려 적대적으로 대했지만 2개월이 지나자 점차 마음을 열고 찾아왔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문 목사 역시 라면을 주면서 선교활동은 일절 하지 않았다. 문 목사는 “내가 목사니까 가끔 아이들이 라면을 먹으려면 교회를 가야 하냐는 질문을 많이 했다”며 “나는 그럴 때마다 믿음이라는 것은 배가 고플 때 생기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고플 때 생기는 것이니 교회는 너의 마음이 원할 때 오라”고 말해왔다 밝혔다. 

 

▲ 십대라면의 시작은 청소년우범지역이었던 석동근린공원에서 시작됐다. 당시 패싸움을 하던 청소년들중 일부는 라면을 먹고 어른과 사회에 마음을 열어 지금은 어엿한 회사원이 되었다고 밝혔다. 사진은 십대라면 창시자인 문경구 목사. [사진=십대라면]

  

문 목사는 십대라면에서 중요한 것은 ‘라면’이 아니라 라면으로 만들어지는 관계라고 말한다. 문 목사는 “라면한끼 못 챙겨 먹는 청소년들은 사회에서 정말로 소외받는 아이들이라 라면은 단순한 음식이 아닌 어른이, 세상이 주는 관심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배고파서 패싸움이나 하던 아이들이 라면한끼로 어른들에게 마음의 문을 열었고 지금은 어엿한 회사원으로 살아가고 있다”며 “라면을 선택한 이유도 최대한 많은 아이들에게 세상과 어른들은 너를 버리지 않았다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문 목사는 라면을 먹는 아이들의 고민을 더 잘 들어주기 위해 고신대에서 상담과 기독교교육학으로 석·박사 과정을 마치고 청소년상담사 자격증도 땄다. 실제로 사역 후 지역 내 청소년 범죄가 줄어 들었고 청소년우범지역이던 석동근린공원에는 십대라면을 위한 컨테이너가 세워질 정도로 지역 명물이 되기도 했다.

 

마음을 연 아이들 중 일부와 함께 필리핀으로 여행을 가기도, 학업을 도와주는 등 단순히 라면을 주는 것에 멈추지 않았다. 2018년부터는 사천꽃밭교회로 사역지를 옮겼다. 1호점은 여전히 진해동부교회에 남겨뒀고 지금은 31호점을 용남중학교 앞에서 운영하고 있다.

 

문 목사의 목표는 십대라면을 100호점까지 세우는 것이다. 문 목사는 “100호점 정도 되면 전국에 지점이 생겨서 이 지역에서 라면을 먹은 아이가 다른 지역에 가더라도 십대라면에서 라면을 먹을 수 있을 것”이라며 “진심으로 아이들을 사랑하고 그리스도인의 따뜻한 사랑을 보여주고자 하는 동역자가 많이 생기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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