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니지 시리즈로 유명한 우리나라 대표 게임기업 NC소프트가 소비자기만 논란에 휩싸였다. 소비자기만 광고를 막기 위해 마련된 법을 교묘하게 피하는 방식의 마케팅을 특정 업체에 돈을 주고 시도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러한 행위는 마케팅 업체를 통해 이뤄졌지만 광고주로서 소비자를 기만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앞서 2020년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빚었던 ‘유튜브 뒷광고’ 논란 이후 정부는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위반을 판단하는 ‘추천·보증 등에 관한 표시·광고 심사 지침’을 개정해 금전적 거래가 이루어진 온라인 콘텐츠(블로그 게시물, 동영상)에는 반드시 별도의 표시를 하도록 했다. 그러나 여전히 일부 바이럴 마케팅 업체를 통해 실제 소비자인척 위장해 간접 홍보 효과가 있는 게시물을 올리는 등의 행위가 벌어지고 있다.
부정이슈는 관련 없는 게시물로 덮고, 신규 이용자 유입은 일반인 가장해 체험기 올리고
르데스크가 입수한 A마케팅 업체 포트폴리오에는 리니지M, 리니지2M, 블레이드&소울2 등 NC소프트 게임들과 관련된 구체적인 마케팅 활동 내역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NC소프트는 리니지M, 리니지2M, 블레이드&소울2 등 자사 게임을 출시할 때마다 바이럴 마케팅을 진행했다. ‘바이럴 마케팅’의 구체적 방식은 부정이슈 케어, 신규 이용자 유입 유도 등이었다.
이 중 부정이슈 케어는 광고주와 관련된 부정적 이슈가 불거져 나왔을 때 전혀 다른 내용의 게시물을 네이버 블로그나 SNS, 디시인사이드, 인벤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 수시로 올리는 식으로 이뤄졌다. 해당 업체가 밝힌 실제 사례로는 신규 콘텐츠에 대한 실험 관련 내용을 담을 게시물을 올리는 것이었다. 이러한 행위는 소위 말하는 ‘물타기’ 전략과 흡사한 것으로 평가됐다. 해당 바이럴 마케팅 업체 관계자 역시 자신들의 방식에 대해 “물타기가 맞다”고 말했다.
신규 이용자 유입 유도는 일반인을 가장해 호기심을 자극하는 게시물을 올리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해당 게시물을 올린 업체는 돈을 받고 게시물을 올렸음에도 철저하게 ‘일반인’ 행세를 했다. 해당 업체에서 직접 작성했다는 게시물을 직접 확인해보니 ‘특정 아이템의 7강, 8강을 한 번에 성공시켰다며 둘 다 성공하니 뭘 써야 할지 모르겠다”는 내용이었다. 얼핏 보면 고민하는 내용 같지만 게임을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있는 사람에겐 분명히 다른 내용이라는 게 실제 게임 이용자들의 평가다.
한 게임 유저에 따르면 NC소프트 게임 대부분 아이템 강화 시스템이 적용돼 있는데 강화에 성공할 확률이 낮다고 알려져 있다. 이러한 사실은 과금 결제 여력이 낮은 사람에겐 높은 문턱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해당 게시물을 보면 강화 성공 확률이 높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알리고 있어 ‘저 정도면 해도 되겠는데’하는 생각을 갖기에 충분하다. 해당 게시물엔 작성자 본인이 리니지 시리즈 초보자라 잘 모른다는 내용도 쓰여 있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주목되는 사실은 따로 해당 업체가 금전적 댓가를 받고 게시물을 작성했음에도 광고와 관련된 별도의 표시를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금전적 거래가 이루어진 온라인 콘텐츠(블로그 게시물, 동영상)에 별도의 광고 관련 표시를 하지 않으면 ‘추천·보증 등에 관한 표시·광고 심사 지침’에 위배된다. 공정위는 지침 위반 시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3조 부당한 표시·광고행위의 금지’ 및 같은 법 시행령 제3조 ‘부당한 표시·광고의 내용 등의 법령’에 따라 과징금을 부과하고 있다. 손해배상 책임도 지도록 한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돈을 주고 여러 게시물을 올려 여론의 관심을 분산시키는 행위는 여론을 조작하는 행위나 다름없는 심각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또 일반인을 가장해 최대한 광고처럼 보이지 않게 하는 식으로 신규 유저를 유입하는 행위는 법망을 교묘히 피한 일종의 ‘꼼수 광고’라고 비판했다. 특히 이러한 행태는 자칫 소비자의 판단을 흐리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소비자 기만이나 다름없다고 꼬집었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 회장은 “NC소프트는 부정적인 여론에 잘 대응 하지 않는 게임사로 유명하다”며 “사태가 심각할 때는 눈치를 보다가 어느 정도 잠잠해진 뒤 부정적인 인식을 지우거나 눈을 돌리기 위한 목적으로 바이럴 마케팅을 진행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NC소프트의 게임 특성 상 과금 결제가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만큼 신규 유저 확보를 위한 바이럴 마케팅은 궁극적으로 수익이 목적일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해당 바이럴 마케팅 광고글에 대해서는 계약관계부분이나 글을 면밀하게 봐야하지만, 기본적으로 목적성이 있고 경제적 이해관계가 있고 금전적인 거래관계가 있는 글에 광고표시가 없는 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 ”고 말했다.
일련의 논란에 대해 NC소프트 관계자는 “부정이슈 케어는 게임 시스템 개선을 위해 유저들의 불만 사항을 수집하는 목적이지 물타기나 여론 조작 같은 행위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취재가 시작된 후 해당 바이럴 마케팅 업체는 공개된 포트폴리오 자료에서 NC소프트와 관련된 내용을 전부 수정했다. 새롭게 올라온 자료에서는 부정이슈 케어 대신 ‘긍정 여론 형성’으로 대체됐다. 또한 리니지M 항목과 더불어 ‘무과금 유저 유입’이란 문구도 전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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