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개인, 끝은 불특정 다수…중독만큼 빠른 피해전이
시작은 개인, 끝은 불특정 다수…중독만큼 빠른 피해전이

[Le view<173>]-흔들리는 마약청정국 위상(③-부작용下) 시작은 개인, 끝은 불특정 다수…중독만큼 빠른 피해전이

마약 관련 2차 범죄 급증, 폭행·강간·살인 등 강력범죄 수두룩

르데스크 | 입력 2023.01.18 14:16
▲ 마약이 발단이 된 2차 범죄는 피해 규모와 범위를 전혀 예측할 수 없다는 점에서 상당히 심각한 문제로 평가된다. 사진은 마약류 근절 대책을 발표하는 경찰 관계자. [사진=뉴스1]

 

최근 마약이 발단이 된 2차 범죄가 급증하고 있다. 마약이 개인을 넘어 사회 전체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방증하는 결과로 분석된다. 무엇보다 약물에 취한 상태에서 벌이는 2차 범죄 중 폭행, 강간, 살인 등 강력범죄가 다수 포함돼 있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이 더하다는 평가가 많다. 환각 상태에서 저지르는 범죄의 경우 피해 규모와 범위를 전혀 예측할 수 없다는 점에서 마약 자체에 대한 근절 노력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묻지마 폭행부터 흉기살해, 강간까지…잔혹성·폭력성 끝판왕 수준의 마약 범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이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국내 마약사범들의 2차 범죄 사례는 연평균 217건에 달했다. 2018년부터 2021년까지 2차 범죄 현황으로는 △교통범죄 216건 △폭행 87건 △절도214건 △방화 13건 △강제추행42건 △강간81건 △살인미수7건 △살인 9건 등이 각각 발생했다. 마약이 개인의 일탈을 넘어 타인에게까지 심각한 피해를 입히는 중범죄로 이어지는 셈이다.

 

일례로 지난해 10월 42살 최모 씨는 공원에서 마약에 취해 지나가는 어르신을 마구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징역 35년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재판 과정에서 “범행을 관세음보살이 시켰다”는 황당한 해명을 내놔 큰 파장을 일으켰다. 실제 최 씨는 환각 상태에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해 11월엔 마약을 투약한 뒤 자신의 아내와 내연 관계에 있다고 의심한 남성을 흉기로 살해한 40대 남성이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해당 남성은 2021년 11월 부산 북구 구포역 앞에서 아내의 전 애인인 40대 남성에게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을 받았고 1심에서 징역 15년을, 2심에선 징역 12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그는 사건 당일 필로폰을 투약한 뒤 피해자를 만나 미리 준비한 흉기를 휘두른 것으로 알려졌다.

 

▲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이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국내 마약사범들의 2차 범죄 사례는 연평균 217건에 달했다. 사진은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한동훈 법무부장관. [사진=뉴스1]

 

지난 2021년에는 여자친구를 폭행해 현행범으로 붙잡힌 남성의 집에서 필로폰 등의 마약류가 발견되기도 했다. 당시 경찰은 해당 남성이 술을 마시지 않았음에도 횡설수설하는 등 이상 행동을 보이는 것을 이상하다고 판단해 집 안을 수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실시된 간이 시약 검사 결과, 해당 남성의 소변에선 마약 양성 반응이 나왔다.

 

지난해 5월에도 마약이 발단이 된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에 따르면 한 남성은 광주의 한 편의점 앞에 앉아 있던 다른 남성 일행 2명에게 다가가 마시던 커피를 달라고 요구했다. 해당 남성들은 황당해하며 요구를 거절했다. 피의자는 집으로 돌아가 차를 몰고 돌아온 뒤 커피를 주지 않은 남성 일행에게 돌진했다. 피의자는 경찰 조사에서 스스로 마약을 투약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9월에는 여자친구에게 강제로 마약을 투약하고 강간한 20대 남성이 구속되는 사건도 있었다. 해당 남성은 지난해 6월 28일 오후 8시부터 다음 날 오전 4시까지 8시간 동안 20대 여성을 수원 팔달구에 위치한 자신의 오피스텔에 감금하고 폭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그는 마약을 투약한 상태에서 여성에게도 필로폰을 강제로 투약한 뒤 강간한 사실도 추가로 드러났다.

 

마약 살 돈 구하려고…조직적 보이스 피싱에 코인리딩방 만들어 투자금 횡령까지

 

마약 투약 후 벌이는 강력범죄 외에도 마약과 관련된 사기, 유통·판매 등의 범죄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피의자 대부분 마약범죄 전과를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마약 구매 자금을 마련하는 등 범죄 자체가 마약 투약을 지속하기 위한 수단으로 분석된다. 이들 범죄 역시 타인에게 신체적·경제적 피해를 입힌다는 점에서 강력범죄 수준의 처벌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부장 권유식)는 이달 초 코인리딩방을 운영하던 장모 씨와 동업자 이모 씨를 사기 및 유사수신행위규제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검찰에 따르면 장씨 일당은 코인리딩방을 운영하며 각종 불법 행위를 저질렀다. 이들 일당은 초기엔 다른 투자금으로 앞서 투자자의 원금과 수익을 돌려주는 식의 일명 ‘돌려막기’ 수법으로 투자자를 불린 뒤 규모가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후부터는 투자금을 전부 다른 용도로 사용했다.

 

▲ [그래픽=석혜진] ⓒ르데스크

 

특히 장씨는 편취한 투자금 중 일부를 마약 구매에 사용했다. 그는 대마를 시작으로 코카인, 필로폰까지 종류를 가리지 않았다. 마약에 중독된 장씨는 한 번에 많은 양을 사들였는데 1주일에 마약 구매 비용으로만 1000만원을 쓸 때도 있었다. 심지어 필로폰을 구매할 때는 2000만~3000만원을 사용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지난해 10월엔 돈이 많은 재력가를 노려 마약을 먹인 후 사기도박판을 벌여 수억원을 가로챈 일당 중 모집책이 실형을 선고받는 일도 있었다. 피의자는 지난 4월 5일 충북 증평의 한 숙소로 재력가 남성을 유인해 도박을 제안한 뒤 커피에 미량의 필로폰을 넣어 먹이고 판단력이 흐려진 틈을 타 사기도박을 벌였다. 사기도박으로 총 2100만원 상당을 따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에서 피의자는 필로폰을 사용하는 것을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사건 사기 범행에 약물을 사용한다는 점을 듣지 못했더라도 다른 일당이 필로폰 등 약물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알았거나 또는 예상할 수 있었다고 판단했다. 당시 재판부는 “피고인은 공범들과 계획적·조직적으로 피해자에게 접근해 피해자에게 사기도박 범행을 저지르고 마약이 들어간 커피를 마시도록 해 금전적 손해 외에 정신상의 피해와 건강상의 피해도 야기했다”며 “죄질이 극히 불량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판시했다.

 

마약 판매·유통과 관련된 사기 행각도 꾸준히 늘고 있다. 돈만 받고 물건은 주지 않는 식이 대부분인데 피해자 대부분이 자신도 투약 사실로 인해 실형을 받을까 두려워 신고하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알려진 사건 또한 대부분 피의자가 아닌 피해자의 자진 신고로 전말이 드러난 경우가 많다.

 

지난해 9월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2부는 A씨에 대해 마약 매매 및 마약 매매 미수 혐의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A씨는 수개월 동안 텔레그램을 통해 12회나 마약 구입을 시도했다. 하지만 접촉한 마약상 가운데 일부가 돈을 받고 연락을 두절하면서 세 차례의 매매 시도는 실패했다. ‘마약을 판다’는 허위 광고 글에 속아 돈만 날린 셈이었다.

 

▲ 다수의 전문가들은 마약은 투약자 본인의 피해뿐 아니라 타인에까지 심각한 피해를 입히는 데다 환각 상태에서 저지르는 범죄의 경우 피해 규모와 범위를 전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사전에 마약 자체에 대한 접촉을 최소화시키는 노력이 우선시 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사진은 검찰에 압수된 마약류. [사진=뉴스1]

 

경찰청 관계자는 “마약을 갖지 않음에도 갖고 있는 것처럼 속인 것은 사기에 해당한다”며 “마약을 빙자한 사기는 일반 사기 사건과 동일하게 취급된다”고 밝혔다. 이어 “마약류 범죄는 구매·투약뿐 아니라 소지만 해도 처벌된다”며 “호기심으로 시작된 마약 구매 시도만으로도 처벌될 수 있는 만큼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말에는 마약을 구매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보이스피싱 범죄를 구매한 조직이 검거됐다. 지난해 12월 보이스피싱 범죄 합수단은 사기·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국내·외 총책 등 30명을 입건해 이 중 8명을 구속 기소, 1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지난 7월 합수단 출범 이후 가장 큰 규모의 조직을 검거한 사례다.

 

합수단에 따르면 이들 조직은 총책, 환전, 현금수거, 위조, 대포통장 유통 등으로 역할을 분담해 조직적으로 사기행각을 벌였다. 이들 조직원들이 끈끈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다름 아닌 마약이었다. 서로가 서로의 약점을 쥐고 있다 보니 서로 배신할 가능성이 사라진 셈이었다. 이들 조직원들은 사기로 번 돈으로 마약을 사서 공동 투약했다. 기소된 20명 중 12명이 마약 투약 전력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마약은 투약자 본인의 피해뿐 아니라 타인에까지 심각한 피해를 입히는 데다 환각 상태에서 저지르는 범죄의 경우 피해 규모와 범위를 전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사전에 마약 자체에 대한 접촉을 최소화시키는 노력이 우선시 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아울러 기존 투약자에 대해서는 치료와 관리를 보다 철저히 하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만희 의원은 “마약은 본인은 물론 지인과 가족, 나아가 우리 사회를 멍들게 할 뿐만 아니라 2차, 3차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지자체와 교육기관, 언론 등도 함께 힘을 모아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마약 자체에 대한 접근을 차단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전경수 한국 마약범죄학회장은 “마약류를 투약하면 신경계에 도달해서 전두엽 뇌세포가 손상되기에 감정조절이 안 되기에 제2의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마약 관련 2차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중독자들을 ‘환자’로 보고 높은 재범률과 2차 범죄를 줄이기 위한 목적의 전담 관리하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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