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은 절대 불가…시작 후엔 전부 잃는다”
“한 번은 절대 불가…시작 후엔 전부 잃는다”

[Le view<171>]-흔들리는 마약청정국 위상(②-부작용上) “한 번은 절대 불가…시작 후엔 전부 잃는다”

담배·술·도박과는 비교 못할 중독성, 가벼운 호기심에 인생 종말

르데스크 | 입력 2023.01.13 14:50

 

▲ 마약 투약자가 갈수록 다양화·다변화되고 있다. 과거 중년, 남성 위주였던 마약류 투약자는 점차 전 연령, 여성까지 확대되고 있다. 마약은 강력한 중독성으로 인해 종국엔 한 사람의 인생을 나락으로 빠뜨리는 끔찍하면서 치명적인 부작용을 유발한다는 점에서 확산 예방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사진은 경찰에 압수된 마약류들. [사진=뉴스1]

 

최근 마약범죄가 급증하면서 마약의 부작용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마약(痲藥)’은 이름 그대로 정신과 신체를 마비시켜 종국엔 한 사람의 인생을 나락으로 빠뜨리는 끔찍하면서 치명적인 부작용을 유발한다. 문명이 발달한 시점부터 현재까지 전 세계 모든 국가에서 마약을 철저히 금기시하는 이유다. 마약으로 인해 한 나라가 송두리째 흔들리거나 패망의 길로 접어든 역사적 사례들은 그 무서움과 심각성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한 번 빠지면 헤어 나오기 힘든 마약, 특정인 아닌 평범한 보통 사람에도 마수 뻗쳐

 

경찰청,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마약 투약자가 갈수록 다양화·다변화되고 있다. 과거 중년, 남성 위주였던 마약류 투약자는 점차 전 연령, 여성까지 확대되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마약류 사용자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2009년엔 응답자 447명 중 221명이 40대였다. 전체 응답자의 절반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반면 2021년 조사에서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다. 마약류 사용자 540명 중 10대·20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32%(173명)에 달했다. 2009년 2.2%(10명)에 비해 무려 16배나 증가한 수치다. 30대 이하로 범위를 넓혔을 땐 비중이 55%(297명)까지 늘어났다. 반면 40대는 18.3%(99명)으로 오히려 2009년 보다 감소했다.

 

마약을 투약하는 여성도 크게 늘었다. 2009년 여성 투약자는 전체 응답자의 6.9%(31명)에 불과했다. 반면 2021년 조사에선 여성 투약자 비중이 22.6%(122명)으로 무려 4배 가까이 늘었다. 학력 기준으로도 2009년에는 응답자 전부 초등학교 졸업자부터 전문대 졸업자였지만 2021년 조사에선 대졸자(18.8%)와 대학원 이상 졸업자(1.7%) 등도 상당수 포함됐다.

 

▲ 검찰청의 ‘2021년 마약류 범죄백서’에 따르면 지난 2021년 마약사범 재범률은 36.6%에 달한다. △2017년 36.3% △2018년 36.6% △2019년 35.6% △2020년 32.9% 등 오랜 기간 비슷한 수준을 기록 중이다. 전체 범죄의 재범률이 25%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마약범죄는 재범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범죄로 평가된다. 사진은 마약근절 시위를 벌이는 한 외국인의 모습. [사진=픽사베이]

 

경찰청 관계자는 “조사 결과는 ‘평범한 사람도 누구나 마약 중독자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며 “마약 문제가 특정 계층이나 인물의 일탈에서 이제는 일상의 위험으로 보편화하고 있음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대목인데 마약의 중독성을 감안했을 때 어떤 사회문제보다 심각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마약의 중독성은 누구나 알고 있는 공공연한 상식이다. 대검찰청의 ‘2021년 마약류 범죄백서’에 따르면 지난 2021년 마약사범 재범률은 36.6%에 달한다. △2017년 36.3% △2018년 36.6% △2019년 35.6% △2020년 32.9% 등 오랜 기간 비슷한 수준을 기록 중이다. 전체 범죄의 재범률이 25%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마약범죄는 재범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범죄로 평가된다.

 

한 번 처벌을 받고도 또 범죄를 저지른다는 의미는 그만큼 끊기 힘들 정도로 중독성이 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현정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과장은 “마약중독은 초기에 병원에서 의학적 치료를 받아야 하고 그 이후로도 중독재활센터에서 지속적인 상담과 재활 훈련을 받는 것이 필수다”며 “일련의 마약 치료 과정에서 끈을 한번 놓게 되면 쉽게 다시 마약에 빠질 위험이 있다”고 강조했다.

 

괴사한 다리 자르고 또 투약…“마약의 시작은 곧 인생의 끝”

 

마약은 강력한 중독성뿐 아니라 다양한 정신적·신체적 부작용을 야기한다. 일부 부작용은 목숨을 위협할 정도의 심각성을 지니고 있다. 25년 동안 마약중독자로 살았던 마약운동퇴치본부 박영덕 실장은 “마약 성분에 따라, 사람에 따라 중독 정도가 다르다”며 “확실한 것은 마약은 중독성이 있다고 알려진 담배와 술과는 차원이 다른 중독성을 가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 강력한 중독성을 가진 대표적인 마약류 필로폰의 경우 1회 사용량인 0.03mg을 투약하면 쾌락 호르몬 도파민의 양이 평소의 수천 배까지 증가하고 이 상태가 72시간까지 지속된다. 순간적으로 과도한 양의 호르몬이 생겨나다 보니 뇌 손상이 나타나게 된다. 뇌 손상은 곧장 우울, 의욕저하, 자아상실 등 정신적인 고통으로 이어진다. 사진은 검찰에 압수된 마약류들. [사진=뉴스1]

 

의학계 전문가들에 따르면 마약의 부작용은 중독성에서 비롯된다. ‘안 한 사람 있어도 한 번만 한 사람 없다’는 말이 일반화 될 정도로 심각한 중독성을 지니고 있는데 일단 빠져드는 순간 순식간에 신체에 악영향을 미친다. 가장 먼저 강력한 중독성에서 비롯된 뇌손상이 시작된다.

 

일례로 강력한 중독성을 가진 대표적인 마약류 필로폰의 경우 1회 사용량인 0.03mg을 투약하면 쾌락 호르몬 도파민의 양이 평소의 수천 배까지 증가하고 이 상태가 72시간까지 지속된다. 증가한 도파민의 양은 일반 정상인이 평생 나오는 도파민의 총량보다 많은 수치다. 순간적으로 과도한 양의 호르몬이 생겨나다 보니 뇌 손상이 나타나게 된다. 뇌 손상은 곧장 우울, 의욕저하, 자아상실 등 정신적인 고통으로 이어진다.

 

뇌 손상에서 오는 신체적 피해도 심각하다. 중독 이후에 찾아오는 금단증상으로 인해 탈진, 복통, 두통, 환시, 환각, 수면장애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이 외에 살 빠짐, 손발 저림 현상, 치아 통증, 탈모 등의 증상을 겪는 경우도 적지 않다. 마약의 금단증상은 사람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강력한 중독성으로 인해 단 한 번의 투약만으로 생기는 경우가 대다수다.

 

최근에는 대마초, 필로폰 외에 새로운 마약류가 등장하면서 기존에 보지 못했던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부작용의 수위는 심각을 넘어 충격 수준이다. 미국 유력 일간지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동물 진정제 ‘자일라진’을 기존 마약에 혼합해 사용하는 사례가 급증해 미국 보건당국이 비상에 걸렸다.

 

1962년 개발된 자일라진은 한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에서 수의사들이 말·소 마취제나 고양이 구토 유발제로 널리 쓰는 동물용 의약품이다. 상표명은 ‘럼푼’이다. 미국에선 ‘트랭크’, ‘좀비 약’ 등 속어로 불리기도 한다. 문제는 마약의 성분 만큼 충격적인 부작용이다. 자일라진을 펜타닐 등 마약에 섞어 주사로 투입할 경우 부작용으로 팔다리 등이 괴사하는데 이를 제 때 치료하지 않을 경우 최악에는 절단할 수도 있다.

 

실제 사례도 존재한다. 타투 아티스트인 브룩 페더(38)는 자일라진 혼합 마약을 투약했다가 괴사가 일어나 1년 전 오른쪽 다리를 절단했다고 인터뷰를 통해 고백했다. 그는 특히 다리를 절단 후에도 금단증상을 견딜 수 없어 하루에 여러 차례 마약을 주사했다는 충격적인 사실도 추가로 공개했다.

 

기존 마약류와 의약품을 합성한 사례는 또 있다. 유엔 마약 범죄 사무소(UNODC, United Nations Office on Drugs and Crime)에 따르면 최근 의료에 쓰이는 의약품에 대한 수요도 급격히 증가했다. 대부분 극심한 통증, 불안, ADHD, 불면증 및 기타 여러 질병을 치료하는데 사용되는 의약품들이다. 의사 처방 없인 구매가 불가능하다.

 

특히 정식 의약품 외에 일부 성품만 포함된 위조 약물 거래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위조된 약물은 진짜 약물과 유사하다. 가짜 라벨, 포장, 심지어 홀로그램까지 포함해 합법적인 의약품과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이러한 약물을 마약류와 혼합해 투약할 경우 장기손상, 심장마비, 뇌졸중 등과 더불어 심할 경구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또한 독성이 있거나 규제되지 않은 성분이 포함돼 합병증을 유발할 수도 있다.

 

이해국 한국중독정신의학회 이사장(가톨릭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은 “마약중독의 심각성은 아무리 이야기해도 결코 지나치지 않다”며 “특히 그 부작용이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에 단 한 번이라도 마약을 사용한 사람에게는 수강명령 같은 예방 교육이 아닌 치료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단순한 중독자 관리가 아니라 치료·회복을 총괄할 컨트롤타워를 마련하고 전문가들과 협업해 대대적인 마약과의 전쟁을 벌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성만 한국중독심리학회장(한동대학교 교수)은 “‘마약을 안 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하는 사람은 없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마약을 한 번 접하게 되면 그 유혹에서 벗어나기란 극히 어렵고 결국엔 전부를 잃는다. 그렇기 때문에 처음부터 경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사회 구성원이 중독에 빠지게 되면 국가 전체가 피폐해지는 결과로 이어지기 때문에 처음부터 중독자가 생기지 않도록 국가 차원에서 면밀히 관리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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