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설명 들은 아버지는 말했다 “누가 도박 물어봤니”
가상화폐 설명 들은 아버지는 말했다 “누가 도박 물어봤니”

[Le view<152>]-민낯 드러난 가상화폐(中-사행성) 가상화폐 설명 들은 아버지는 말했다 “누가 도박 물어봤니”

한방심리 자극, 중독성, 빚 의존 등 불법도박과 판박이

르데스크 | 입력 2022.12.01 16:58


▲ 최근 가상화폐 시장이 급격하게 얼어붙으면서 투자자 중 상당수가 막대한 경제적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일부는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의 상황에 처한 것으로 파악됐다. 사진은 가상화폐 시세 전광판을 지켜보는 한 시민의 모습. [사진=뉴스1]

 

최근 미국의 금리인상 등의 여파로 자산시장이 급격하게 얼어붙었다. 주식, 채권 등 전통적인 자산시장을 비롯해 가상화폐, NFT 등 디지털 자산시장까지 줄줄이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상화폐 시장은 ‘붕괴’ 수준에 가까울 정도로 하락세가 특히 심한 편이다. 현물자산 등과의 연계 없이 오로지 투자심리만으로 가격이 형성되다 보니 충격에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는 탓이다

 

문제는 가상화폐 시장의 침체로 인한 피해 규모가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가상화폐 특성 상 규제가 약하고 중독성이 강하다 보니 막대한 자금이 몰려 있다. 빚까지 내서 투자한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투자자들도 기관이 아닌 개인 위주로 구성돼 있어 충격에 대한 대비책 마련도 허술한 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가상화폐 투자자 대다수는 막대한 경제적 피해를 입었고 일부는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의 상황에 처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상화폐 대박 노리고 사채 빚 투자, 부모님 집 대출로 수습 후에도 여전히 한방 생각

 

올해 대학교 4학년인 김철민 씨(26·남·가명)는 몇 달째 주변 사람들과 연락을 끊고 스스로 고립된 생활을 하고 있다. 빚 독촉으로 인한 충격 때문이다. 김 씨가 빚을 지게 된 계기는 가상화폐 투자에 손을 댄 이후부터였다. 2년 전 김 씨는 주변 친구들이 가상화폐 투자로 용돈을 번 다는 이야기를 듣고 호기심에 투자를 시작했다. 종잣돈은 모아뒀던 용돈 300만원이었다.

 

투자초기 김 씨는 쏠쏠한 재미를 봤다. 당시 만해도 한창 가상화폐가 주목을 받을 시기였기 때문에 잠시 손해를 보더라도 금방 더 많은 이익을 시현했다. 투자에 재미를 붙이기 시작한 김 씨는 점점 가상화폐 투자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24시간 내내 가상화폐 차트를 보며 사고팔기를 반복했다. 노력(?)한 만큼 투자 수익도 늘어났다.

 

자신감이 붙은 김 씨는 투자금을 늘리면 더욱 많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 주변 친구들로부터 돈까지 빌렸다. 한두 번 이자까지 쳐서 갚으니 점점 돈을 빌리기도 쉬워졌다. 친구들에게 빌린 돈만으론 적다는 판단에 결국 사채 빚까지 끌어다 썼다. 그 때까지만 해도 김 씨는 전혀 걱정이 없었다. 오히려 투자금을 늘리면서 수익 규모가 커져 전에는 만져보지도 못했던 액수의 돈도 벌게 됐다.

 

▲ 올해 대학교 4학년인 김철민 씨(26·남·가명)는 가상화폐로 한 때 큰 돈을 벌었으나 시장이 갑자기 요동치면서 심각한 경제적 위기에 처했다. 사진은 시중은행 한 대출광고 현수막. [사진=뉴스1]

 

김 씨의 생활은 180도 바뀌었다. 평소 사고 싶었던 값비싼 물건을 거리낌 없이 샀고 유흥업소까지 들락거리며 호화로운 생활을 보냈다. 가끔 불안하긴 했지만 가상화폐 시세가 우상향하는 모습을 보면 이내 불안감도 싹 사라졌다. 주변 친구들로부터 선망의 시선을 받을 때면 머지않아 전문 투자자로 이름을 알릴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축제는 오래가지 않았다. 지난해 말부터 가상화폐 시장이 주춤거리더니 이내 급락하기 시작했다. 김 씨의 투자금도 빠르게 소멸되기 시작하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원금의 50%도 채 남지 않았다. 투자금 대부분이 빚이었던 김 씨는 불안해지기 시작했고 결국 일시적으로라도 위기를 벗어나보고자 투자금 전부를 회수했다. 그리곤 재투자 타이밍을 기다렸지만 한 번 떨어지기 시작한 가상화폐는 좀처럼 오를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 때부터 김 씨는 지옥 같은 날들이 시작됐다. 수시로 빚 독촉 전화를 받았고 친구들도 자취방으로 찾아와 빌린 돈을 갚으라고 요구했다. 결국 김 씨는 부모님께 손을 벌릴 수밖에 없었다. 갑작스런 이야기에 부모님은 큰 충격을 받았고 기존에 살고 있던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김 씨의 빚을 대신 갚아줬다. 어머님은 충격으로 신경쇠약 증세까지 보였다.

 

김 씨는 “별 다른 제재도 없고 하루 24시간 내내 투자를 할 수 있다 보니 점점 가상화폐 투자에 빠져든 것 같다”며 “처음에 수익을 본 후 자신감이 생겨 무리하게 투자를 시도한 게 실수였다”고 회상했다. 이어 “부모님 집까지 날리는 큰일을 겪었는데도 가끔 다시 투자하면 수익을 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며 “예전에 가상화폐 투자에 대해 아버지에게 설명하니 ‘혹시 도박 말하는 거냐’라는 반응이었는데 지금의 내 증상을 보니 도박이라고 생각한 아버지의 생각이 정확했던 것 같다”고 귀띔했다.

 

“경제학자로서 가상화폐는 폭탄” “가상화폐가 아니라 가상징표가 맞는 표현”

 

가상화폐를 둘러싼 사행성 논란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사회 각계각층의 전문가들은 지금의 가상화폐 투자는 도박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도박중독센터 등에 따르면 흔히 말하는 도박은 우연성, 중독성, 흥미성 등을 갖추고 있다. 오로지 운에 의해 성패가 좌우되고 재미 요소를 지니고 있으며 점차 빠져나오기 힘든 상태가 된다는 의미다.

 

▲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도 과거 가상화폐 규제를 시사하며 “가상화폐 거래가 사실상 도박과 비슷한 양상으로 이뤄지고 있다. 가격 급등락의 원인을 보면 사실상 상품 거래의 급등락과는 다른 차원이다”고 주장했다. 사진은 가상화폐거래소를 압수수색 중인 경찰. [사진=뉴스1]

 

공교롭게도 가상화폐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주변 상황에 영향을 받긴 하지만 실체가 없기 때문에 시세는 오로지 투자심리에 의해 결정된다. 게다가 24시간 투자가 가능하고 손쉽게 큰돈을 벌 수 있기 때문에 중독성도 강하다. 손실을 보고 나서 본전 심리에 다시 투자하는 행위는 도박의 본전심리와 흡사하다.

 

유시민 작가는 과거 한 방송에 출연해 “경제학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진짜 손대지 말라고 권하고 싶다”며 “‘바다이야기’(사행성게임)처럼 도박과 같다. 도박의 모든 요소를 다 가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화폐의 기본적인 조건은 ‘가치의 안정성’이다. 가치가 요동을 치면 화폐로서의 기능을 잃게 된다”며 “가상화폐는 거래의 수단으로 쓰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가치의 변동성이 커 화폐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과거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도 과거 가상화폐 규제를 시사하며 “가상화폐 거래가 사실상 도박과 비슷한 양상으로 이뤄지고 있다. 가격 급등락의 원인을 보면 사실상 상품 거래의 급등락과는 다른 차원이다”며 “산업자본화 돼야 할 자본이 가상화폐로 인해 해외로 빠져나가고 이런 버블이 붕괴됐을 때 개인 피해가 너무나 클 것이다. 가상화폐라고 부르는 것도 정확하지 않은 표현이라고 보고 ‘가상징표’ 정도가 맞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임남열 한국도박관리센터 광주전남센터장은 “최근 2년 사이 주식과 가상화폐 투자와 관련한 중독상담 신청자가 갑절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며 “주식과 가상화폐는 명백히 도박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참여하는 방식에 따라 도박중독적 양상을 보이기도 한다”고 진단했다. 이어 “주식·가상화폐 중독이 본인 스스로 조절할 수 없을 만큼 심각한 수준이라면 도박중독과 동일하게 인식하고 반드시 전문가의 상담을 받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댓글

로그인 후 댓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채널 로그인

르데스크 회원에게만 제공되는 혜택이 궁금하신가요? 혜택 보기

르데스크 회원에게만 제공되는 혜택
- 평소 관심 분야 뉴스만 볼 수 있는 관심채널 등록 기능
- 바쁠 때 넣어뒀다가 시간 날 때 읽는 뉴스 보관함
- 엄선된 기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뉴스레터 서비스
- 각종 온·오프라인 이벤트 우선 참여 권한
회원가입 로그인
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