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트럼프정부 정부효율부(DOGE) 수장 업무에 집중해 온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경영복귀 선언을 두고 미국 현지에서 반발 여론이 일고 있다. 테슬라의 실적 하락 원인이 머스크 CEO를 중심으로 한 ‘오너 리스크’라는 점에서 그의 복귀가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글로벌 공적으로 급부상한 미국 도널드 트럼프의 ‘핵심 참모’ 이미지가 테슬라에 투영돼 치명적인 결과를 불러올 것이라는 주장이다.
“테슬라 위기는 머스크의 친트럼프 행보 때문”…미국 전역에 퍼지는 ‘머스크 보이콧’ 여론
22일(현지시간) 머스크 CEO는 1분기 테슬라 실적 발표 컨퍼러스콜에서 다음 달부터 정부효율부(DOGE)에 쓰는 시간을 대폭 줄이고 테슬라 경영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정부 내에서 DOGE의 주된 작업이 대부분 끝났다”며 “다음달 5월부터는 그 작업에 할애하는 시간이 상당히 줄어들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음 달부터는 훨씬 더 많은 시간을 테슬라에 투자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날 머스크의 발언은 시장 전망치에 크게 못 미친 1분기 실적을 염두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테슬라는 올해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9% 감소한 193억400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순이익은 전년 동기(13억9000만달러) 대비 무려 71% 급감한 4억9000만달러에 그쳤다. 주당순이익(EPS)은 0.27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0% 가량 줄었다. 테슬라 주가 또한 올해 들어 전년 말 대비 40% 가량 하락했다.
지난해 미국 대선 당시 트럼프 후보 지지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힌 머스크 CEO는 대선 승리의 일등공신이자 트럼프정부 최고 실세로 급부상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과 동시에 정부효율부(DOGE) 수장을 맡아 연방정부에 대한 대대적인 개혁을 주도해 왔다. 그러나 취임 후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통행 행보에 대한 미국과 국제 사회의 반발 여론이 일면서 불똥은 머스크 CEO에게도 튀었다. 미국을 포함한 세계 각지에서 ‘반(反)테슬라’ 목소리가 급격하게 커졌다.
미국 현지 여론도 마찬가지였다. 22일(현지시간) 미국 경제매체 CNBC가 최근 미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선 응답자의 47%가 머스크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 지난달 유고브(YouGov)와 야후뉴스(Yahoo News)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37%가 테슬라의 차량을 구매할 생각이 없는 주된 이유로 ‘머스크 CEO’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꼽았다.
자연스레 이번 테슬라 경영복귀 선언에 대한 반응도 부정 쪽으로 크게 기우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거래에 특화된 미국 현지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등에서는 머스크의 복귀에 대해 반감을 드러내는 반응이 빗발치고 있다. “테슬라가 망하는 것은 머스크가 없어서가 아니라 머스크 때문에 망하는 것이다” “테슬라는 머스크를 이사회에서 해임해야한다” “테슬라와 주주들을 모두 구할 수 있는 열쇠는 머스크의 사임이다” “테슬라를 타는 게 부끄러운 시대가 왔다” 등의 게시물들이 다수 올라온 상태다.
국내외 전문가들 사이에선 미국 전역에 펼쳐진 머스크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단기간에 소멸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주를 이루고 있다. 투자자문회사인 바이드의 벤 칼로 애널리스트는 “테슬라 주가의 최대 악재는 CEO인 머스크의 언행이다”며 “머스크 CEO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으로 인해 현재 테슬라에 대한 순호감도는 지난 1월 역대 최저치인 3%를 기록했다”고 분석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한 기업에 지배적인 영향력을 미쳤던 인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되면 그 낙인이 벗겨지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며 “우리나라 더본코리아만 보더라도 현재 재기가 불가능할 정도로 이미지가 크게 추락한 상태인데 전 세계적 질타를 받았던 머스크 CEO의 재기는 더욱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댓글
로그인 후 댓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