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에 투자한 서민 투자자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임계치를 넘어섰다. 코로나19 확산 초반 당시 미국 증시와 한국 증시 모두 동일한 대폭락을 경험했지만 이후 두 증시가 보여준 결과물이 판이하게 다른 탓이다. 나스닥은 지난 4년 반 동안 약 300%의 폭발적인 상승세를 보인 반면 코스피 상승률은 60%에도 못 미쳤다. 결국 ‘동학개미’라 불리며 국내 주식 시장에 강한 믿음을 드러냈던 한국인 투자자들은 큰 실망감에 미국 증시로 돌아서고 있다.
엔비디아·테슬라 10배 넘게 오를 때 삼전·네이버 30% 찔끔 상승…동학개미 이탈 가속화
11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나스닥지수는 전일 대비 1.77% 오른 2만34.90에 장을 마감했다. 지난 2020년 3월 코로나 펜데믹 초반 6000대 후반 선에서 거래되던 나스닥지수는 약 4년 반 만에 3배 넘게 상승했다. 나스닥지수는 지난해 43% 급등에 이어 올해도 35.68%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나스닥 시장의 상승은 대형 기술주 그룹 ‘매그니피센트 7’에 속하는 종목들이 주도했다. 이날 종가 기준 엔비디아와 마이크로소프트는 각각 전일 대비 3.14%, 1.28% 상승 마감했다. ▲테슬라(+5.93%) ▲알파벳(+5.52%) ▲아마존(+2.32%) 등도 전부 올랐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에 힘입어 최근 강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테슬라 주가는 이날 3년 만에 사상 최고치인 424.77달러를 기록했다.
나스닥 지수가 2만선을 돌파한 배경에는 이날 발표된 11월 미국소비자물가지수(CPI)의 영향이 컸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미국의 11월 CPI는 전년 대비 2.7% 상승해 월가 예상치에 부합했다. 이에 미국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이 오는 17~18일(현지시간)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증시에 훈풍이 불었다. 통상 기준금리가 내려가면 은행에 몰렸던 시중 자본이 주식 시장으로 몰린다.
글로벌 투자회사 뱅가드의 수석 연구원 조쉬 허트는 “이번 소비자물가지수는 연준의 0.25%p 금리 인하라는 시장의 기대를 충족시켰다”고 평가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패드 워치 툴에 따르면 12월 FOMC 회의에서 연준이 기준금리를 0.25%p 인하할 확률은 이날 98.6%로 대폭 확대됐다.
반면 같은 기간 국내 증시는 나스닥 지수 상승률의 반의 반도 못 미치는 결과를 보였다. 지난 2020년 3월 코로나 펜데믹 초반 1600대선을 유지하던 코스피는 약 4년 반 동안 55%의 상승률을 보이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400대선에 거래되던 코스닥 역시 50% 정도의 상승률을 보였다. 12일 코스피와 코스닥은 각각 2482.12, 683.35에 장을 마감했다.
주가를 지탱하는 이른바 ‘대장주’들 또한 미국에 비해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일례로 수년간 코스피 시총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2020년 3월 코로나19 초반 당시 4만2000원대까지 떨어졌었지만 주식 투자 열풍에 힘입어 국내 투자자들이 삼성전자 주식을 대거 사들이면서 삼성전자 주가는 이듬해 9만6800원까지 상승했다. 그런데 이후 기업 내부의 각종 악재들과 글로벌 경기 악화 등이 맞물리면서 현재 삼성전자 주가는 5만원대로 내려앉았다. 12일 삼성전자 주가는 5만5900원에 장을 마감했다.
국내 1위 IT기업 네이버 역시 12일 종가(20만8000원) 기준 지난 2020년 3월 대비 상승률은 약 34%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엔비디아(+2780%) ▲테슬라(+1413%) ▲애플(+410%) ▲마이크로소프트(+308%) 등의 나스닥 주요 종목들의 상승률에 비해 현저하게 적은 수준이다.
국내 증시 저평가가 지난 몇 년간 계속되자 코로나19 국내 증시 방어막 역할을 자처하며 ‘우군’ 역할을 해냈던 국내 투자자들도 하나 둘 미국 증시로 떠나고 있다. 12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 주식의 국내 거래액은 634억9525만달러(원화 약 91조원)로 예탁결제원이 관련 자료를 집계한 201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미국 주식 거래액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것은 한국 증시를 탈출해 미국 증시에 투자하겠다는 ‘서학개미’가 크게 늘어났음을 반증하는 결과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미국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반면 한국 증시는 지난 몇 년간 이렇다 할 상승세를 보이지 않고 있어 국내 자금이 해외 증시와 비트코인 등으로 쏠리고 있다”며 “최근 국내에 정치적 불확실성이 더욱 커진 탓에 앞으로 국내 증시 투자자 수는 더욱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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