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이 올해 서비스를 대폭 축소하며 소비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극단적인 비용 절감으로 인해 서비스 수준이 대형 항공사(FSC)가 아닌 저가항공(LCC) 수준이라는 비판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25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이 겨울철에 따뜻한 나라로 여행을 떠나는 승객을 위해 제공해 온 ‘외투 보관 서비스’를 올해 겨울에는 시행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서비스는 아시아나항공이 지난 1999년 국내 항공업계 최초로 도입했다. 승객 한 명당 외투 한 벌을 최대 5일간 무료로 맡아 주고, 보관 기간을 연장하면 추가 요금을 받는 방식으로 겨울철 여행객들에게 호평을 받아온 서비스다. 현재 대한항공은 해당 서비스를 운영 중이고 일부 저비용항공사(LCC)도 국제선 고객을 대상으로 유료로 겉옷을 맡아 주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공항 터미널 등에서 외투를 둘 장소를 확보하지 못했고, 보관 서비스를 운영하는 전문 업체와도 제휴하지 못했다고 서비스 중단 이유를 밝혔다. 아시아나항공과 달리 대한항공은 기존대로 다음 달 1일부터 약 석 달간 외투 보관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또 이스타항공도 외부 업체와의 제휴로 관련 서비스를 재개한다.
아시아나 항공은 올해 유독 많은 서비스들을 축소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단거리 노선에서 맥주 등 주류 제공을 중단했고, 김포공항에서 출발하는 도쿄(하네다), 베이징, 상하이 노선의 기내식 서비스를 기존 ‘트레이밀(쟁반에 식사)’에서 트레블밀(도시락형 식사)로 변경했다. 보관 및 처리가 쉬운 트레블밀은 주로 LCC(저비용항공사)에서 제공한다.
9월에는 기존 영화관, 마트, 리조트, 여행사 등에서 마일리지를 사용할 수 있었던 기존 제휴 서비스를 종료하며 소비자 혜택을 축소시켰다. 아시아나항공은 그동안 CGV, 소노호텔앤리조트, 에버랜드, 캐리비안베이, 모두투어, 위클리딜즈, 이마트(오프라인)와 마일리지 제휴 서비스를 진행했었다. 해당 제휴 서비스를 종료하며 잔여 마일리지 사용처가 부족해져 소비자들은 커져만 가고 있다.
서비스 축소와 더불어 일부 서비스에 대한 요금도 인상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내년 1월 2일부터 국제선 초과 수하물 요금을 인상할 예정이다. 초과 수하물은 승객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위탁·기내 수하물의 개수와 중량을 넘는 수하물을 말한다. 노선별로 1만~4만원을 인상할 계획이다. 반려동물 위탁 금액도 인상할 예정이다.
서비스 축소 및 요금 인상에 대해 소비자들의 불만은 나날이 커져가고 있다. 저가항공 보다 비싼 값을 내는데 서비스 차별은 크게 없다는 지적이다. 올해 지난달 아시아나 항공으로 태국 치앙마이 여행을 다녀온 김진아(32) 씨는 “평소에 LLC를 이용했는데 이번에는 조금더 편하기 위해 아시아나를 선택했었다”며 “LLC보다 무려 30만원가량 돈을 더 줬는데 사실 무엇이 다른지 느끼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여기서 서비스가 더 내려간다면 그때는 진짜 LLC들과의 차이가 없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상반기 원·달러 환율 강세, 연료비·리스 비용 증가 등의 여파로 적자를 기록했다. 아시아나항공은 2분기에 매출액 1조7355억원, 영업손실 312억원를 기록했다. 6월말 기준 부채비율은 2625%다. 다행히 3분기 1조8796억원, 영업이익은 1289억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했다.
업계에서는 아시아나가 그간 항공업계 불황에 의한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극단적인 서비스 축소에 들어갔다고 설명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항공업계는 엄청난 타격을 입었는데 LLC들은 비교적 빨리 회복한 반면 FSC들은 아직 상처가 아물지 않았다”며 “아시아나의 경우 대한항공과의 기업결합까지 앞두고 있어 서비스 축소를 통해 영업이익을 극대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대한항공은 기업결합심사 종료 이후 아시아나항공 지분 63.9%를 취득해 자회사로 편입할 예정이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이번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의 기업결합 승인이 내려질 전망이다. 미국의 승인까지 얻어낸다면 대한항공은 기업결합을 신고한 14개 필수 신고국에 대한 모든 승인을 확보하게 된다.
전문가들은 기업결합으로 인한 소비자 불편 및 피해는 없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서비스 종류와 품질은 내려가는데 가격이 올라가는 것은 결국 소비자들 피해로 이어진다”며 “기업 결합을 앞두고 있어 여러 가지 제약이 있을 수 있지만 이와 별개로 정당한 대가를 지불한 소비자들에 대한 대우는 차별이 있어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아시아나 관계자는 “서비스 축소는 부득이하게 상황이 따라주지 않앗기 때문에 발생했다"며 "이번 외투보관 서비스는 장소 제공업체에게 단가 인상가지 제안 했지만 거래 업체쪽에서 승낙하지 않았고 다른 의류 관리 업체도 섭외를 시도했었다"고 밝혔다. 이어 “추후 서비스 가능 공간을 확보하면 재개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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