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진 신라호텔 사장에 대한 여론의 관심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 위기로 그룹 전반에 긴장된 분위기가 역력한 가운데 ‘이부진 리더십’이 위기를 타계할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어서다. 특히 신세계그룹의 남매 간 독자경영이 공식화되면서 ‘이부진 리더십’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커지는 모습이다. 삼성전자 소액주주들 사이에선 이미 신라호텔의 호실적을 통해 이부진 사장의 경영능력이 입증된 만큼 삼성그룹 전반에 걸쳐 경영 무게추를 다시 조절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삼성전자 전방위적 위기에 ‘리틀 이건희’ 이부진 조명, 신라호텔 성장 주역 재평가
1970년생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고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의 1남3녀 중 장녀이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여동생이다. 대원외고와 연세대를 졸업한 뒤 1995년 삼성복지재단에 입사하며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삼성전자 전략기획실을 거쳐 2001년 호텔신라로 자리를 옮겼다. 2010년 12월 호텔신라 사장직에 오르며 삼성그룹 사상 처음으로 여성 사장에 임명됐다. 현재 삼성그룹 오너일가 중 등기임원에 올라있는 인물은 이 사장이 유일하다.
이 사장은 일찌감치 ‘고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을 가장 닮은 자식’이라는 평가를 들을 정도로 성격이나 경영 스타일이 아버지와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능력에 대한 평가 또한 ‘삼성신화의 주역’이라 불렸던 아버지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일례로 이 사장은 2010년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을 세계 최초로 인천국제공항 내 신세계 면세점에 입점시켰다. 당시 까다롭기로 소문난 LVMH 그룹의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은 공항 면세점에 루이비통을 입점시키지 않는다는 원칙을 끝까지 고집했지만 결국 이 사장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신라호텔의 실적도 나쁘지 않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호텔신라의 연결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3조5685억원, 912억원 등이었다. 매출액은 전년대비 27.5%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16.5% 가량 상승했다. 특히 지난해 호텔·레저 부문은 매출 6347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 영업이익은 687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면세부문의 매출은 2조933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2% 감소했지만 영업이익(224억원)은 오히려 전년 대비 163% 증가했다.
삼성그룹 주력계열사이자 이 사장의 오빠인 이재용 회장이 이끄는 삼성전자와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당장 이 회장은 여전히 ‘미등기임원’ 상태에 머무르고 있다. 또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분야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며 대만 TSMC에게 크게 밀렸고 미래 먹거리로 불리는 AI 반도체의 핵심 HBM(고대역폭메모리) 기술력 역시 SK하이닉스에 뒤처진 상태다. 실적도 불안하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258조9355억원, 6조5670억원 등이었다. 영업이익만 놓고 봤을 때 고 이건희 회장 시절인 10년 전에 비해 82%나 내려앉았다.
신세계그룹 대 잇는 여성파워에 삼성그룹 ‘경영 무게추 재조정’ 목소리 급물살
삼성전자 소액주주들의 시선은 자연스레 이부진 사장을 향하고 있다. 고 이건희 회장 이후 이재용 회장 중심으로 크게 치우친 경영 무게추를 재설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특히 사촌기업인 신세계그룹이 남매 분리경영을 공식화하면서 이러한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경영능력을 입증한 딸에게 독자경영을 맡긴 이명희 신세계그룹 총괄회장의 ‘성과주의 리더십’을 삼성그룹에도 적용시킬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30일 신세계그룹은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이 회장으로 승진한다는 내용이 담긴 정기 임원 인사 결과문을 발표하며 남매 간 계열분리를 공식화했다. 백화점 부문은 정유경 회장이, 이마트 부문과 그룹 경영 전반은 오빠인 정용진 회장이 각각 맡겠다는 내용이다. 지난 2011년부터 이마트·백화점이 분리 수순을 밟으면서 현재의 남매 경영 체계가 구축됐는데 이번 인사를 통해 양분 구조가 더욱 공고해진 것이다.
이번 결정에는 정유경 회장이 보인 탁월한 경영능력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해 역대 최대 규모인 2조557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올해도 1분기에 이어 2분기까지 분기 최대 매출 기록을 연이어 갈아치우고 있다. 정용진 회장이 이끄는 이마트와는 극명하게 대비되는 행보다. 이마트는 지난해 사상 첫 영업손실을 내며 전 계열사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손실 규모는 연결 기준 469억원에 달했다. 이마트가 연간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은 2011년 신세계그룹 인적분할 이후 처음이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 소액주주들의 요구가 삼성그룹의 성장을 위한 ‘터닝포인트’가 될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그룹의 계열 분리는 오너일가의 경영책임 소재를 명확히 해 그룹 성장의 발판이 될 수 있다”며 “장기적 관점에서 볼 때 리스크가 분산되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 운영에 있어 수장의 역할이 전부는 아니지만 지배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다”며 “총 책임자의 경영 능력에 따라 기업의 흥망성쇠가 결정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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