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치료제 위고비가 국내에 출시한 이후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이를 구하기 위해 비대면 진료를 악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국민편의를 위해 도입된 비대면진료가 단지 약을 손쉽게 구하기 위한 창구로 악용되면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위고비는 전문 의사 처방이 필요한 전문 의약품이다. 처방받기 위해서는 ▲ BMI(체질량지수·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 30 이상인 성인 비만 환자 ▲ 고혈압 등 한 가지 이상의 체중 관련 동반질환이 있으면서 BMI 27 이상인 과체중 환자만 처방을 받을 수 있다.
비대면 진료를 이용할 경우에는 기준 BMI에 못 미치더라도 위고비를 처방받을 수 있다. 몸무게는 높여 부르고 키는 낮게 부르는 식이다. 위고비 출시 전부터 우려됐던 비대면 진료를 통한 처방이 버젓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르데스크도 한 비대면 진료 앱을 통해서 위고비 처방을 시도했다. ‘다이어트 비대면 진료’를 선택하자 ‘주 1회 맞는 다이어트 주사 처방’이라는 항목이 나왔다. 이후 영상진료, 소아청소년과, 이비인후과, 비뇨의학과 등 다양한 진료과 의사를 통해 위고비 처방이 가능했다.
진료비는 5000원에서 5만원까지 최대 10배까지 차이가 났다. 앱에서 진료 예약을 하니 의사가 전화를 걸어왔다. 가볍게 몸무게와 키, 현재 복용하고 있는 약물에 대해 물어본 뒤 진료를 마쳤다. 진료 시간은 약 2분 정도로 진료비를 결제하자 위고비 1단계 처방전을 받을 수 있었다. 이때 키와 몸무게 모두 가짜였음에도 불구하고 처방전을 받는데 크게 문제가 없었다.
온라인에서도 비대면 진료를 이용해 위고비를 처방받은 사람들의 후기가 속속 올라오고 있다. 이들은 위고비를 쉽게 처방받을 수 있는 꿀팁과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약국 정보도 공유하고 있는 모습이다.
국내뿐만 아니라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 다양한 국가에서도 비대면 진료가 활용되고 있다. 이들 국가도 환자의 편의를 위해 도입됐지만, 오랜 기간 시행착오를 겪으며 개선해 나간 것으로 보인다.
2010년 프랑스는 최근 1년간 대면 진료를 받은 재진 환자(일부 환자 예외)만 주치의 또는 주치의 의뢰서가 있을 경우 비대면으로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2020년 3월부터는 조건을 완화시켜 의뢰서가 없을 경우에도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고 초진도 허용했다.
지난 2019년 영국은 모든 1차 병원을 NHS 앱에 환자들의 정보를 연동시켰다. 장기 복용하는 약은 자동으로 처방 및 발급받을 수도 있으며 일부 병원은 NHS 앱을 통해 비대면 진료도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인 조앤 씨(53·여)는 “미국에서는 병원에 가기 힘든 경우 비대면 진료를 활용하고 있다. 특히 혈압, 당뇨 진료를 위해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처음에는 화면을 통해 진료를 받고난 이후에는 전화 통화로 진찰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위고비처럼 부작용이 우려되는 약물들은 비대면 진료를 통해 처방을 받을 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위고비의 경우 효과가 좋다고 소문은 났는데 쉽게 처방받기 어렵다 보니 비대면 진료를 통해 손쉽게 구입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생기는 것 같다”며 “오남용할 경우 심각한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알려진 만큼 사후 피임약처럼 비대면 진료를 통해 처방받을 수 있는 약으로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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