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투자증권(이하 신한투자) 소속 직원의 ‘불법 선물거래 사태’ 불길이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으로 번지고 있다. 이번 불법 선물거래 사태가 그동안 신한투자를 둘러싼 불법 공매도 의혹과 흡사하다는 점에서 의혹 해명에 급급한 모습을 보였던 금감원마저 신뢰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불법 선물거래 사태의 핵심은 증권사가 규정을 어기고 불법을 자행한 것인데 이를 빙산의 일각이라고 보는 시각에서 비롯된 일종의 ‘책임론’으로 해석된다.
신한투자 불법 선물거래 사태로 재점화 된 불법 공매도 의혹…“금감원 뭐했나” 분분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1300억원 가량의 손실을 낳은 신한투자의 불법 선물거래 사태의 핵심은 ‘수익을 목적으로 지위에서 벗어난 거래를 자행했다’는 것이다. 당초 신한투자 소속 직원은 유동성공급자(LP)로서 ETF가 원활히 거래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매도, 매수 호가를 제시하는 역할만을 해야만 했지만 본연의 역할에서 벗어나 직접 투자까지 실시하다 결국 투자 손실을 입게 됐다. 심지어 해당 직원은 손실 발생을 감추기 위해 거래 기록을 허위로 등록하는 등의 사실 은폐까지 시도했다.
금융당국과 관련업계에선 이번 신한투자 불법 선물거래 사태에 대해 금융시장의 신뢰를 저해할 만한 심각한 사안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제2, 제3의 의혹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은 탓이다. 실제로 금융소비자들 사이에선 “알고도 쉬쉬하다 손실 금액이 커져서 어쩔 수 없이 공개한 것 아니냐” “불법거래가 이번이 처음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선물 외 다른 투자 상품에서도 불법 거래가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등 다양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불신의 배경엔 그동안 신한투자를 둘러싼 각종 불법거래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는 사실이 자리하고 있다. 금융소비자시민 단체 등에 따르면 개인 주식 투자자들 사이에선 이번 신한투자 불법 선물거래를 두고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 우세하다. 그동안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선 신한투자 LP조직을 중심으로 한 불법 공매도 의혹이 끊이지 않았는데 이번 불법 선물거래를 통해 LP 본연의 업무와 무관한 투자를 시도한 사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한 회원은 “지난해부터 신한투자 LP 조직이 금융당국이 시장조정 목적으로 공매도 허용한 점을 이용해 공매도 투자를 일삼았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며 “공교롭게도 이번에 목적 외 투자로 손실을 입은 직원도 바로 LP 조직 소속이다”고 말했다. 이어 “과연 LP 조직이 선물투자만 했겠나”라며 “대부분의 개인 투자자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LP 편법·불법 운용 실태를 전수 조사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주목되는 점은 신한투자 LP 조직의 일탈이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앞서 LP를 중심으로 한 불법 공매도 의혹을 해명한 금감원에 대해서도 ‘믿기 어렵다’는 일종의 불신론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해 주식시장에선 예외적으로 공매도를 허용한 LP 증권사의 인위적 주가 하락 시도가 있었다는 의혹과 더불어 불법공매도를 가장 많이 저지르는 증권사로 신한투자 이름이 오르내렸다. 당시 소문이 기정사실처럼 여겨지자 금감원이 직접 나섰고 결국 “전부 사실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발표했다.
개인 투자자들은 이번 불법 선물거래 사태를 계기로 금감원이 LP 편법·불법 운용 실태 조사에 나선다 하더라도 불법공매도가 벌어진 사실 만큼은 밝히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금감원이 강도 높은 조사를 통해 불법공매도 사실을 적발하더라도 과거 자신들이 직접 사실이 아니라고 발표한 만큼 스스로 실책을 인정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이유에서다. 감독기구의 신뢰와 직결된 사안이기 때문에 섣불리 실책을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덮기 급급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코스닥 상장사 에코프로 한 소액주주는 “지난해 11월 정부가 불법 공매도 근절을 위해 ‘공매도 전면금지’ 조치를 시행한 이후에도 에코프로 주식이 큰폭의 오름세를 보여 LP 중심의 불법공매도 의혹이 불거진 바 있다”며 “당시 금감원이 직접 조사에 나서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는데 지금 와서 새로운 사안이 발견되더라도 곧이 곧대로 발표할 지는 의문이다”고 꼬집었다. 이어 “소액주주 토론방에서는 이젠 금감원도 믿을 수 없다는 말들이 자주 들린다”고 덧붙였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회장은 “신한투자증권의 이번 사건은 심각한 내부통제 부실에 기인한다”며 “책임자에 대한 강한 처벌과 함께 기업 전체의 관리·감독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동안 금감원과 금융사 간의 의심스러운 관계는 꾸준히 지적돼왔기 때문에 투자자들도 쉽게 의심을 거두지 않을 것이다”며 “만약 금감원이 허술한 감독을 실시했다면 이는 금융소비자 전체에 대한 심각한 기만행위다”고 덧붙였다.
이번 신한투자의 불법선물 거래 사태가 불법공매도 의혹을 재점화시키며 금감원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는데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신한투자증권의 이번 사건은 불법공매도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며 “개인이 투자수익을 위해 단행한 선물거래 사태이기 때문에 개인의 일탈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신한투자증권 내 조사를 진행하는 단계에 있으며 단순한 개인의 일탈인지 또는 금융사 내의 내부통제의 문제인지 파악 중에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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