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가스공사(이하 가스공사)를 둘러싼 ‘낙하산 인사’ 논란이 재점화되는 분위기다. 재정난이 갈수록 심각해지면서 그 배경에 ‘자리 나눠먹기’에서 비롯된 경영진의 전문성 부족과 이사회의 부실한 감시가 자리하고 있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어서다. 실제로 가스공사 사장을 비롯해 상임감사위원, 사외이사 등 핵심 보직에는 친정부 인사들이 앉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가스공사의 주력 사업과는 동떨어진 이력을 지닌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혈세 공기업 가스공사 ‘자발적 회생불가’ 수준 부실 뒤엔 해묵은 고질병 ‘정권 낙하산’
가스공사의 재정난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가스공사는 올해 상반기 기준 누적부채만 45조원에 달했다. 부채비율은 423%를 기록했다. 부채 중 대부분은 이자를 납부해야 하는 금융부채였다. 천문학적 이자를 지속적으로 감당해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사업이 안정적인 상황도 아니다. 당장 수입을 올리는 부분에서도 차질을 빚고 있다. 가스공사의 미수금은 2021년 말 1조7656억원에서 올해 2분기 13조7496억원으로 무려 10배 이상 늘었다. 못 받은 도시가스 요금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당장 주 수입원인 도시가스 요금을 인상해도 재정난 해결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의미와 일맥상통한다.
여론 안팎에선 별도의 혈세 투입이 불가피한 상황에 이르게 된 원인을 찾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특히 고질적인 ‘낙하산 인사’ 논란을 원인으로 지목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아 주목된다. 정권을 막론하고 전문성과는 별개로 정권과 긴밀한 인연을 맺고 있는 인물이 계속해서 경영을 맡다 보니 결국 부실이 걷잡을 수 없는 수준에 이르게 됐다는 지적이다.
가스공사의 낙하산 경영은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지금도 가스공사 주요 핵심 보직에는 친정권 인사들이 대거 자리하고 있다. 2022년 12월 취임한 최연혜 사장은 20대 대통령 선거 당시 윤석열 후보 캠프 정책자문단 총괄간사를 역임했다. 지난 2016년 새누리당(현 국민의 힘) 최고위원을 지내기도 했다. 최 사장은 에너지 관련 분야와는 다소 동 떨어진 이력을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억지로라도 연관성을 찾는다 해도 같은 공기업인 한국철도공사 사장을 역임한 이력 정도밖에 없다.
‘가스공사의 2인자’ 격인 상임감사위원 자리는 검사 출신 인사인 강진구 감사가 차지하고 있다. 강 감사는 2014년 대구고등검찰청 때부터 윤 대통령과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2017년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강 상임감사를 서울중앙지검 사무국장에 앉혔고 검찰총장 시절에도 그를 중용했다.
이사회 구성원으로 주주를 대표해 경영진을 감시하는 역할을 맡은 사외이사에는 전직 고위공무원 출신 인사들이 대거 포진했다. 지난해 6월 감사위원에 오른 지현미 사외이사는 기재부 부담금운영심의위원회 출신이다. 지난해 9월 임명된 김정민 사외이사 역시 기재부 재정관리협력관을 역임한 이력을 지녔다. 같은 시기 임명된 성시헌·조홍종 사외이사는 모두 산업부 출신이다. 지난해 6월 선임비상임이사에 오른 이석순 사외이사는 가스공사 부사장을 역임한 ‘전관’ 인사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각 임원에 대한 임명권을 가진 주체들이 후보자들과 관련이 있거나 같은 부서에서 근무했다는 사실은 공정성과 관련해 큰 문제가 있다”며 “중앙정부 정책 실현을 위해 측근 인사를 기용하는 것은 전문성 결여와 경영적 부실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비판 기능이 중요한 사외이사 자리에 전직 부사장을 앉힌 것 또한 본래의 취지에 어긋나는 행위다”고 덧붙였다.
해당 내용에 대해 한국가스공사 관계자는 “각 부처 장관급 이상 결재 전에 임원추천위원회와 주주총회 등을 거쳐 공정하게 회사 임원들을 선출하고 있다”고 밝혔다.
댓글
로그인 후 댓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