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에서 공부하거나 업무를 보는 이른바 ‘카공족’이 늘어나면서 카페 업주들이 불편을 호소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긴 시간 자리를 차지하면서 음료 주문을 최소한으로 하고 있는 손님들로 인해 매출이 감소하고, 다른 손님의 이용이 어려워지고 있는 모습도 종종 볼 수 있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카공족으로 인해 피해를 호소하는 업주들이 잇따르고 있다.
서울 시내에 있는 많은 카페에서는 카공족들을 막기 위해 여러 조치를 하고 있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콘센트가 아예 없는 매장도 있으며 일부 좌석은 노트북을 올려놓고 작업하기에 어려운 원형 테이블로 손님들이 매장을 이용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었다. 이처럼 다양한 방법을 활용해 오랜 시간 카페를 이용하는 손님들을 막고 있는 모습이었다.
종종 카페에서 업무를 처리한다고 밝힌 채재은 씨(26·여)는 “카페에서 간단하게 업무도 처리하고 핸드폰도 충전하고 있는데 요즘 일부 카페를 방문하면 콘센트를 종이로 막아두거나 아예 없앤 곳도 있다”며 “오래 이용하는 편도 아니고 커피를 사먹으면서 이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정도도 못 쓰게 하나 싶다”고 토로했다.
지난 2019년 한국외식산업연구원 조사 결과에 따르면 4100원짜리 커피 한 잔을 구매한 손님의 손익분기점은 1시간 42분으로 나타났다. 이는 프랜차이즈 카페가 아닌 개인 카페의 평균 매출을 기준으로 8개 테이블, 테이크아웃 비율 29%, 하루 12시간 영업하는 가게라고 가정했을 때의 수치다. 즉, 음료 한 잔을 시킨 뒤 2시간 이상 자리에 머무르는 손님은 업장 매출에 손해를 끼치고 있다는 뜻이다.
이에 프랜차이즈를 비롯한 대부분의 카페에서는 카공족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모습이다.
개인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강영은 씨(34·여)는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매니저로 일 할 때는 카공족이 이렇게 큰 문제임을 몰랐지만 개인카페를 운영하기 시작하면서 오랜 시간 카페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부담되기 시작했다”며 “커피 한 잔을 시켜놓고 6시간 동안 매장을 이용하는 손님도 있고, 일부 손님들은 자리는 차지한 상태로 개인적인 볼일을 보고 오는 경우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카공족을 막기 위해서 강 씨는 “일부 자리를 제외하고는 사용하기에 불편한 원형 테이블로 바꿨고, 콘센트가 없는 쪽으로 좌석을 마련했다. 또 콘센트가 있는 곳은 포토존으로 활용할 수 있게끔 자리를 배치하면서 콘센트 이용을 막고 있다”고 했다.
일본도 한국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는 카공족에 대한 피해가 막심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4일 일본 매체 아에라닷은 “팬데믹이 끝나고 카페 이용자가 늘었지만, 지난해 카페 도산 건수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카페 폐업 건수가 증가한 것은 카페 메뉴의 단가가 비교적 낮은 데다 회전율이 높지 않은 특성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나오미’라는 닉네임을 사용하는 일본 누리꾼은 엑스(구 트위터)에 “스타벅스에서 이거 가능한 거냐”라는 질문과 함께 사진을 한 장 공개했다. 사진 속 남성은 매장 출입문 부근 한 쪽에 테이블 하나를 차지한 채 여러 대의 노트북과 태블릿PC, 휴대폰을 거치해두고 마치 작업실처럼 사용하고 있어 누리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일본의 경우 카페에서 과도하게 전기를 사용하는 사람들을 두고 ‘전기 도둑’이라고 칭할 정도로 과거엔 부정적으로 여겼다. 최근 대도시를 중심으로 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들의 수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후쿠오카에서 살고 있는 박태슬 씨(29·여)는 “처음 일본에 왔을 때만해도 카페는 친구들과 이야기하는 곳의 느낌이 강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카페에서 공부하는 시간이 더 많아진 것 같다. 카페에서 전기를 사용하는 사람들을 ‘전기 도둑’이라고 칭하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자연스럽게 노트북을 펼치고 충전기를 사용하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며 과거와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스페인에서 온 안드레 씨(34·남)는 “카페에서 공부하거나 시간을 보내는 사람을 종종 볼 수 있지만 시험 기간을 맞이한 대부분 학생들은 집이나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스페인 사람들에게 카페는 커피도 마시고 친구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라고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유난히 카페가 많은 우리나라의 특성상 카공족이 쉽게 사라지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카페를 이용하는 손님들은 성숙한 시민 의식은 물론이고 업주와 이용객 모두가 납득할 수 있을 만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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