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능력시험이 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문제 난이도를 둘러싸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과도한 사교육을 막고 공교육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킬러 문항을 배제한다고 한 것과 달리 지난 6월 치러진 영어 모의평가에선 외국인마저 풀기 힘들 정도로 어려운 문제가 출제됐다. 이러한 문제가 반복적으로 출시된다면 학생들이 사교육에 더욱 의존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난 6월 실시된 모의고사 평가에서 오답률 84.1%를 기록한 문제가 큰 화제가 되고 있다. 시험이 끝난 후 많은 고3 학생들을 비롯한 많은 선생님들 사이에서도 ‘매우 어려웠다’고 입을 모았다.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고 있는 미국인의 시선에도 한국 학생들이 풀기에는 어려운 난이도의 문제로 보인다.
올해 수능을 앞두고 있는 송차은 양(19·여·가명)은 “지금까지 영어만큼은 자신이 있었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영어 시험이 어렵다고 느끼면서 영어 문제를 풀었다”고 했다. 이어 “이 문제의 경우 학원에서 배운 방법대로 풀자고 하니 힌트를 찾을 수 없어서 더욱 당황했었던 기억이 있다”고 본인의 경험을 밝혔다.
문제 중간에 빈칸을 뚫어놓고 올바른 정답을 찾는 유형으로 이러한 빈칸추론 문제를 풀 때 한국 학생들은 빈칸을 포함한 문장과 글의 주제문을 찾아 해석하는 것이 정통적인 풀이 방식이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이러한 풀이 방법을 통해 해당 문제를 풀고 있다.
학생들이 배우는 방법으로 이 문제를 푼다면 마지막 부분에 있는 “매체와 매체 안의 정보를 구분하라”라는 뜻의 “It is not the media itself but the information on the media that needs to be preserved.”가 큰 힌트가 된다. 즉, 매체가 가지고 있는 메세지랑 매체 안의 정보가 가지고 있는 메세지가 다르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어 이 문제의 정답은 3번이다.
해당 문제를 풀어본 외국인들도 대체로 고등학생들이 풀기엔 어려운 것 같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특히 단어 하나하나 이해하기 어렵지 않은 단어들로 구성돼 있지만 지문 자체가 쉽지 않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제이슨 씨(29·남·미국)는 “단어 하나하나의 뜻이 어렵거나 하지는 않은 것 같지만 한 문장으로 써두니까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며 “오히려 지문 자체가 어려워서 쉬운 단어로 구성한 것 같은데 이런 문제를 쉽게 푸는 방법을 배운다고 해서 풀 수 있는 문제는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셰인 씨(27·남·미국)도 “영어가 모국어인 나에게 이 문제는 너무 쉽지도 너무 어렵지도 않는 것 같지만 충분히 이해하고 풀기엔 어려운 것 같다”며 “하지만 영어를 배우고 있는 한국 고등학생들의 입장에서는 어려울 수도 있는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들에게 한국 학생들이 학원 혹은 학교에서 배우는 방식에 대해 알려주니 “맨 마지막 문장을 통해서 힌트를 얻는 것보다 빈칸 뒤에 있는 ‘bit stream’과 뒤에 있는 ‘carrier’가 더 좋은 힌트 같다”며 “한국 학생들이 bit stream을 보고 type of message를 떠올릴 수 있다면 더 빨리 풀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다니엘 씨(29·남·독일)도 “3번이 정답이 아니라면 답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없어서 고르긴 했지만 정답에 대한 근거를 찾아서 문제를 풀지 않았다”며 “독일에서는 본 적 없는 유형의 문제인 것 같아 시험에서 이러한 문제를 마주친다면 당황할 것 같다”고 한국의 시험에 대해 평가했다.
오답을 말한 외국인들도 있었는데 안나 씨(33·여·러시아)는 “지문을 해석했을 때 매체라는 단어와 platform이 잘 어울리는 것 같아서 1번이 정답인 것 같다”고 본인이 문제를 푼 방식에 대해 소개했다.
매체가 가지고 있는 메세지와 매체 안의 정보가 가지고 있는 메세지가 다르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에 이 문제의 정답은 3번이다. 안나 씨는 “이런 문제를 학생들이 해석해서 푼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며 “한국 학생들 정말 대단한 것 같다”고 한국 학생들의 높은 영어 실력에 감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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