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는 주식, 채권 등 다양한 종류의 증권 매매를 중개하거나 고객의 투자를 대신해 운용하는 금융기업이다. 증권사는 금융시장의 유동성을 제공하고 개인 및 기업에 투자 및 자금 조달의 기회를 제공하는 등 국가 경제성장 기여도가 매우 높아 금융시장의 ‘꽃’이라 불리기도 한다. 민간 기업인 증권사를 이끄는 수장에게 국가 금융기관 수장 수준의 자질을 요구하는 이유다.
아시아 대륙의 각 나라를 대표하는 증권사는 크게 오너 일가가 지배하는 곳과 전문 경영인 체제로 운영되는 곳으로 나눠진다. 다만 기업 지배구조와 상관없이 해당 증권사 수장들은 모두 수십 년 넘게 증권업계에서 근무한 관록이 돋보인다. 그만큼 전문성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방증이다.
미래에셋 ‘박현주’ 유안타증권 ‘馬(마)가문’…오너 장악력 높은 한국·대만 1위 증권사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증권사는 미래에셋증권이다. 금융감독원 금융소비자 정보 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미래에셋증권의 총자산은 약 85조원으로 자산 총액 기준 업계 1위를 기록했다. 미래에셋증권은 미래에셋금융그룹 계열 증권사로 현재 전체 금융그룹을 이끌고 있는 수장은 창업주 박현주 회장이다. 올해 6월 30일 기준 미래에셋증권의 최대주주는 미래에셋캐피탈(30.20%)이며 이곳 최대주주는 박현주(34.32%) 회장이다.
미래에셋그룹 지배구조에서 핵심 계열사로 꼽히며 각 계열사에 막강한 영향력을 과시하는 미래에셋컨설팅 역시 오너일가가 86.87%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올해 3월 29일 기준 ▲박현주(48.63%) ▲김미경(10.24%) ▲박하민(8.19%) ▲박은민(8.19%) ▲박준범(8.19%) ▲박정선(3.33%) ▲송성원(0.05%) ▲송하경(0.05%) 등이다. 김미경 씨는 박현주 회장의 배우자다. 다만 박 회장은 향후 2세 오너경영 포기한 상태다. 경영은 전문경영인에게 맡기고 자녀들을 이사회에만 참여시키겠다는 계획이다.
1958년생 전라남도 광주에서 태어난 박 회장은 광주제일고등학교와 고려대학교 경영학 학사를 졸업했다. 그는 1986년 동원증권(현 한국투자증권)에 입사했다. 이후 1988년부터 금융 상품 운용을 담당하며 32세의 나이에 전국 최연소 지점장에 올라섰다. 이듬해에는 국내 증권사 지점 중 1위의 영업 실적을 달성함과 동시에 곧바로 임원으로 승진해 ‘샐러리맨 성공신화’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이후 타 회사의 고액 스카우트를 거절하고 1997년 회사를 나와 국내최초 전문 자산운용회사 미래에셋투자자문을 설립했다. 당시 창립멤버로 함께한 인물은 최현만 전 미래에셋증권 회장, 구재상 전 미래에셋자산운용 부회장 등이다. 이후 ▲미래에셋캐피탈 ▲미래에셋자산운용 ▲미래에셋증권 등을 설립하며 지금의 금융그룹으로서의 면모를 갖췄다. 2001년 미래에셋그룹 회장에 올라섰다.
대만의 1위 증권사는 우리나라에서도 널리 알려진 유안타증권(元大證券)이다. 현재 국내에도 수십 개의 지점이 존재한다. 현재 유안타금융그룹의 회장은 ‘토니 센(Tony shen)’이다. 토니 센은 2022년 10월 루디 마 전 회장이 사망한 후 그 자리를 넘겨받았다. 그는 유안타금융그룹 회장직과 함께 유안타문화재단 이사를 동시 역임중이다.
유안타금융그룹은 창업자 ‘루디 마’ 초대 회장의 자녀들도 경영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 특히 루디 마의 차남인 ‘웨이 첸(Wei Chen)’은 형인 ‘웨이 치엔’ 대신 차기 회장 유력 후보로 지목되고 있다. 유안타금융그룹의 핵심 자금창구로 여겨지는 유안타문화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그는 ▲유안타금융그룹 이사 ▲유안타은행 이사 ▲유안타생명보험 이사와 함께 유안타문화재단 이사장을 동시 역임중이다.
日 공룡증권사 이끄는 ‘샐러리맨 신화’…中정부 산하 대형증권사 수장엔 공산당 당원
일본을 대표하는 증권사는 노무라증권이다. 국내에서는 롯데그룹 회장 신동빈과 그의 아들 신유열이 각각 롯데그룹 입사 전 수년 간 근무한 기업으로 잘 알려져 있다. 노무라증권은 일본 최초로 투자신탁업무를 인가받은 곳으로 일본 내 타 증권사에 비해 규모가 압도적으로 크다. 사실상 경쟁사 자체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2023년 회계연도 기준 노무라증권의 총 자산은 55조1500억엔(원화 약 512조원)에 달한다.
노무라증권은 1918년 노무라 가문 2대손인 창업주 노무라 도쿠시치에 의해 설립된 후 2001년 일본 지주회사법에 따라 노무라증권과 지주회사인 노무라홀딩스로 분할한 뒤 전문경영인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현재 노무라홀딩스를 이끌고 있는 수장은 ‘나카이 코지(Nagai Koji)’ 회장이다. 나카이 코지는 현재 노무라그룹의 최고 권력자로 노무라홀딩스 회장과 노무라재단 이사장을 동시 역임중이다.
1953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난 나카이 코지 회장은 도쿄의 주오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뒤 같은 대학에서 법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1981년 노무라증권에 입사해 경력을 시작한 그는 초고속 승진가도를 달리며 ▲노무라증권 CEO ▲노무라 자산운용 CEO 등을 거쳐 일본 증권업계를 대표하는 핵심 인사로 발돋움한다. 2012년 당시 노무라홀딩스 CEO였던 와타나베 켄이치가 내부자 거래 스캔들로 사임한 후 이사회 만장일치로 노무라홀딩스 CEO에 임명됐다.
그는 CEO 재임기간 동안 안정적인 자본 확충과 해외법인의 사업 확장을 성공적으로 이끈 공로를 인정받아 무려 8년이나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 이후 2020년엔 노무라홀딩스 회장에 올라서며 샐러리맨으로서 올라갈 수 있는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또 자신이 맡았던 노무라홀딩스 CEO 자리엔 노무라증권 재직시절부터 함께 손발을 맞춰온 직속후배 오쿠다 켄타로 CEO를 앉혔다.
중국의 1위 증권사는 올해 초까지만 하더라도 자산규모 기준 중신증권(CITIC)이었다. 그러나 지난 6일 중국 정부가 월가 투자은행과의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겠다는 의지를 표명하며 대형 국유증권사 인수합병을 통해 자산 규모 300조원대 대형 증권사 탄생을 예고해 순위 변동이 확실시 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초대형 증권사로 낙점한 기업은 ‘궈타이쥔안’이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대형 증권사인 궈타이쥔안을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하이퉁증권과 합병해 새로운 법인을 탄생시킬 예정이다. 올해 6월 기준 궈타이쥔안의 최대주주는 상하이국제그룹 자회사인 상하이국제그룹자산운용(21.35%)이다. 상하이국제그룹자산운용은 상하이국제그룹 자회사다. 상하이국제그룹은 중국 정부 산하 국유금융지주그룹으로 우리나라식으로 치면 사실상 공기업이나 다름없는 지배구조를 띄고 있다.
현재 궈타이쥔안을 이끌고 있는 수장은 ‘지안 주(Jian Zhu)’ 사장이다. 그는 1971년 항저우에서 태어나 푸단대학교에서 국제학 학사와 법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상하이교통대학교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추가 이수했다. 그는 1993년 중국 공산당에 입당한 뒤 1997년 상하이증권선물감독위원회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증권감독관리위원회 부주임 및 주임 ▲증권감독관리위원회 부국장 ▲상하이감찰국 부국장 등 중국 내 굵직한 금융감독기관을 거친 뒤 2016년 궈타이쥔안증권 부사장에 임명됐다.
그는 궈타이쥔안증권에서 부사장으로 약 4년 간 근무한 뒤 2020년 상하이은행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지난해 12월 지안 주는 공산당 당위원회 서기로 선출됨과 동시에 궈타이쥔안 사장 자리에 임명되며 다시 궈타이쥔안으로 돌아왔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안 주 사장을 추천한 인물은 장궈칭 국무원 부총리로 알려졌다. 장궈칭 부총리 역시 과거 궈타이쥔안 사장을 역임한 바 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증권사는 대표적인 금융투자회사로 기업에게 자금 조달을 용이하게 하고, 주식투자라는 대중적인 재테크를 개인에게 제공한다”며 “각 증권사마다 오너 경영과 전문 경영인 체제 등 기업 운영 방식은 상이하지만, 현재 경제 위기와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능력이 뛰어난 사람에게 기업 운영을 맡기는 기조가 두드러지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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