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촉법 믿고 범죄 저질렀나”…해외서도 둔기 폭행 10대에 ‘격분’
“또 촉법 믿고 범죄 저질렀나”…해외서도 둔기 폭행 10대에 ‘격분’

등교하던 여중생을 둔기로 내려쳐 살해하려 한 10대 고등학생이 경찰에 붙잡히면서 이를 본 외국인들 사이에선 국내 촉법소년 연령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국의 촉법소년 연령 기준이 세계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높다보니 촉법소년의 강력범죄 역시 날이갈수록 증가하고 있단 지적이다.

 

경기 안산시에서 등교하던 여자 중학생을 둔기로 내리친 남자 고등학생이 구속됐다. 남학생은 지난 19일 오전 8시 16분 안산시 상록구의 한 중학교 부근에서 등교 중이던 여중생의 머리를 둔기로 내려치고, 흉기를 휘둘러 살해하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남학생은 지나가던 행인에게 제압된 이후 출동한 경찰관에게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검거된 남학생의 가방에는 유서와 또 다른 흉기가 들어 있었으며, 유서에는 과거 한 차례 범죄를 계획했다가 실패했다는 내용도 담겨 있었다.


현재 피해 여학생은 피를 많이 흘려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으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지금까지의 조사 내용에 따르면 지적장애를 앓고 있는 남학생은 여중생과 같은 학교 중학교 출신으로 예전부터 학교 선후배 사이로 서로 알고 지냈던 사이인 것으로 밝혀졌다.


남학생은 경찰 조사에서 “만나주지 않아서 범행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이후 20일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위해 법원에 출석하면서 “살해할 의도가 있었냐”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럴 의도가 있었다”고 답했다.


해외에선 이번 강력범죄에 대해 한국의 유독 높은 촉법소년 연령 기준을 이유로 보고 있다. 영미권 최대 커뮤니티인 레딧 이용객 Haidgu는 “아마 미성년자라서 몇 개월 정도 형을 받을 것 같다”며 한국의 미성년자 범죄 처벌 수위에 대해서 부정적인 시선으로 보고 있는 모습이었다. 또 다른 이용객 Cmpunk2004도 “이런 범죄가 점점 더 흔해지고 있는 것 같아서 보기가 너무 슬프다”며 “그는 오랫동안 감옥에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유튜브에서도 해당 뉴스에 대한 댓글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미국인으로 보이는 I’m me All day everyday는 “한국에서는 저러한 행동을 했을 경우 사회봉사 처벌을 받지만, 미국이라면 뺨만 때리는 것이 아니라 징역을 받을 수도 있다”며 한국과 미국의 처벌 수준의 차이를 밝혔다.


미국의 경우 주법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만 7세 미만을 형사처벌 최소 연령으로 보고 있다. 만 13세 미만 범죄자는 ‘아동비행자’로 보지만 형사책임 최저 연령을 두지 않는다. 또한 범죄가 중할 경우에는 성인 법정으로 송치도 가능하다.

 

▲ [그래픽=장혜정] ⓒ르데스크

 

현재 우리나라는 만 19세 미만인 사람을 소년범으로 구분하고 있다. 또 만 19세 미만인 자를 소년으로 규정하며 소년범들은 성인에 비해 관대하게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만 14세 미만인 자는 형사미성년자로 처벌하지 않는다.


최근 5년간 촉법소년 범죄율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강간, 살인미수 등 강력범죄가 늘어나고 있어 촉법소년의 연령을 낮추자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현재는 촉법 소년이 형법에 저촉되는 행동을 할 경우 형사 처벌이 아닌 소년원으로 보내지거나 보호관찰을 받게 하는 등의 보호 처분을 내리고 있다. 범죄 수위에 비해 처벌 수위가 높지 않다보니 재범률도 높다.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소년범의 재범률은 12% 이상으로 밝혀졌다. 실제로 지난해 7월 서울 신림역 흉기난동 사건의 범인인 조선도 12세 이후 14차례나 소년부를 들락거렸던 것으로 밝혀졌다. 


또 부산에서 귀가하던 20대 여성의 '돌려차기범'도 14세 이후 대부분의 시간을 소년원과 교도소에서 보냈다. 성장기에 교화의 기회를 놓치고 탈선을 거듭하는 바람에 흉악범으로 전락한 대표적인 사례로 볼 수 있다.


해외에서도 안산에서 발생한 사건처럼 고백을 거절했다는 이유로 남학생이 여학생에게 폭행하는 사건이 있었는데, 당시 처벌 수위는 성인범 못지 않았다. 지난 2019년 영국에서는 17세 소년인 토머스 그리피스가 동갑내기 친구 엘리 굴드를 칼로  13회 찔러 살해 했다. 이후 조사 결과 토머스는 고백을 거절했다는 이유로 엘리를 잔인하게 살해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후 영국 법원은 토머스가 17세라는 이유로 법정 최소형에 가까운 형량인 12년 6개월 형을 선고했다.


이후 피해 학생의 부모가 가해자의 최소 형량을 높이기 위해 지속적인 캠페인을 펼쳤고, 새로 제정된 ‘엘리법’에 따라 17세 이상 살인범에게는 최소 징역 27년 형을 선고할 수 있다. 현행 최소형인 12년형보다 2배 이상 긴 것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살인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18세 미만 미성년자의 최소 형량은 징역 12년형이고 성인의 최소 형량은 징역 15년형이다. 하지만 새로운 형법은 살인죄에 있어서도 나이와 심각성에 따라 형량의 기준이 달라진다. 


10세부터 14세까지 미성년자의 최소 형량은 성인 형량의 50%로 설정된다. 15~16세 미성년자는 성인 형량의 66%, 17세 미성년자는 성인 형량의 90% 수준의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만 19세 미만의 연령대에서 강력범죄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촉법소년의 연령을 낮추던지 혹은 현행보다 더욱 더 강력한 처벌 등 법률적인 조정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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