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스로이스·벤틀리 어쩌다가…문신·조폭 연상에 명차 이미지 휘청
롤스로이스·벤틀리 어쩌다가…문신·조폭 연상에 명차 이미지 휘청

대당 수억원의 가격에도 물량이 없어 못 팔 정도였던 슈퍼카의 인기가 주춤하고 있다. ‘성공의 상징’으로 불리며 많은 이들의 드림카로 여겨졌던 과거와 달리 불법적인 일을 하는 범죄자들이 과시 등의 용도로 구매하는 사례가 늘면서 ‘범죄자가 타는 차’라는 이미지가 덧씌워진 탓이다. 일반 직장인 사이에서도 사회적 관계 형성 등에 있어 외제차가 국산차보다 훨씬 불리하다며 돈이 있어도 수퍼카 구매가 꺼려질 것 같다는 견해가 주를 이루고 있다.

 

벤틀리·롤스로이스 상반기 판매량 반토막…‘범죄인 차’ 이미지에 조롱거리 전락

 

7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고급차 브랜드인 롤스로이스의 올해 1~5월 누적 판매량은 지난 동기 대비 32.4% 감소한 75대 판매에 그쳤다. 지난달 판매량은 전년 동월보다 47.1% 줄어든 18대에 불과했다. 폭스바겐 산하의 고급차 브랜드인 벤틀리 역시 올해 1~5월 누적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65.8% 감소한 100대에 불과했다.

 

한국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 다음으로 슈퍼카가 가장 많이 팔리는 나라다. 최소 수억원에서 최대 수십억대에 달하는데도 불구하고 지난해엔 국내 판매량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롤스로이스 최고경영자와 벤틀리 회장이 연이어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다. 기업의 수장이 직접 방문할 정도로 한국 시장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의미다. 

 

▲ 영장실질심사 마친 강남 롤스로이스 사건 피의자 신모 씨. [사진=뉴시스]

 

그러나 올해 들어 슈퍼카의 인기가 한풀 꺾였다. 슈퍼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결정적 요인으로 지목됐다. 최근 발생한 굵직한 범죄사건과 관련해 피의자 중 상당수가 범죄로 취득한 수익으로 고가의 외제차를 구매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슈퍼카에 ‘범죄자 차’라는 이미지가 생겨났다. 지난해 8월 마약에 취해 차를 몰다가 행인을 치어 사망케 한 ‘압구정 롤스로이스남’ 사건이 대표적이다.

 

온몸에 문신을 새기고 일반인을 감금·폭행한 ‘벤틀리 MZ조폭’ 사건 역시 고가의 슈퍼카에 대한 부정적 인식에 불을 지피는 계기가 됐다. ‘불사파’로 불리는 이들은 짝퉁 명품 사업체 운영, 코인사기 등의 불법적인 사업으로 거액을 챙겨 슈퍼카를 구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그들이 주로 구매한 차량이 ‘벤틀리’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벤틀리 MZ조폭’이라는 별칭까지 붙게 됐다.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도 슈퍼카에 대한 인식은 ‘동경’에서 ‘비난’으로 넘어간 분위기다. 직장인 서혁진(34·남) 씨는 “요즘은 슈퍼카를 타고 있는 운전자를 보면 팔에 문신이 없는 사람을 찾기 힘들 정도다”며 “불법을 저지른 사람들이 범죄수익으로 슈퍼카를 구매했다는 뉴스를 자주 접하다 보니 자연스레 슈퍼카를 타는 사람 보면 색안경을 끼게 보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국산차를 타는 성실한 직장인들이 훨씬 더 멋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에 가담한 조직원 단합대회 모습.(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서울경찰청] 

 

직장인 이진수(33·남) 씨는 “주변에 벤틀리·롤스로이스 정도는 아니지만 과도하게 대출을 받아 페라리·람보르기니 등의 차량을 구매한 직원들이 꽤 있다”며 “평소에 본인은 삼각 김밥을 먹으면서 자동차에는 고급유을 넣는 모습을 보면서 회사 직원들 사이에서도 뒤에서 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고 말했다.

 

회사 내 업무를 위한 사회적 관계 형성이나 영업에서도 외제차 이용이 국산차보다 불리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로 사람을 완전히 평가할 수는 없지만 재정 상태·사람 됨됨이 등을 판단하는 부수적인 척도로는 충분히 작용할 수 있다는 부연이다.

 

5대 시중은행 중 한 곳에 재직 중인 최진갑 씨(55·남)는 “거래처를 만날 때 외제차를 타고 오면 업무의 진정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동년배들이 많다”며 “영업이라는 것은 본인 회사의 이윤을 극대화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모습이나 과시하는 행동은 절대 금물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직급에 따라 다르겠지만 통상적으로 현대자동차의 제네시스 라인이 뒷말이 나오지 않는 가장 이상적인 차종으로 여겨진다”고 덧붙였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자동차는 고가의 제품인 만큼 누가 모느냐, 어떤 직업군이 많이 타느냐 등이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 큰 영향을 준다”며 “최근 이슈가 된 일련의 사건들은 ‘명차 브랜드’ 이미지에 상당한 타격을 줬기 때문에 국내 수입차 시장 판도에 큰 변화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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