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통계 왜곡 논란…300만원 벌어도 246만원 지출만 따진다
최저임금 통계 왜곡 논란…300만원 벌어도 246만원 지출만 따진다

매년 실시되는 이듬해 최저임금 심의를 둘러싼 왜곡 논란이 일고 있다. 최저임금 취지에 맞지 않는 통계를 바탕으로 인상액을 결정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논란의 중심에 선 통계는 ‘비혼 단신근로자 생계비’다. 해당 통계는 매 년 노동계가 인상 근거로 내세우며 실제 최저임금 결정에 상당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데 정작 소득은 감안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 맹점으로 지목됐다. 실제로 비혼 단신근로자의 평균 소득은 300만원에 육박하는데 이를 감안하면 이미 시간 당 실질임금은 1만4000원을 훌쩍 넘어선다.

 

일각에선 생계비를 기준으로 삼으려면 평균생계비가 아닌 최저생계비를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저시급은 말 그대로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임금기준이라는 이유에서다. 정부는 저소득층이 최저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생활비(최저생계비) 기준을 중위소득의 32% 수준으로 보고 있다. 금액은 1인 가구 기준 71만원이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생계비를 최저임금 인상의 명분으로 삼는 것 자체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경영계 또한 업종이나 직군의 여건을 고려하는 유연성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소득 고려 없이 지출만 따지는 최저임금 인상 주장에 ‘통계 왜곡’ 비판 목소리 고조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논의가 한창이다. 매 년 실시되는 정기적인 심의지만 올해 분위기는 예년과는 사뭇 다르다. 상징적인 금액인 ‘1만원’ 돌파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어서다. 지난해 결정된 올해 최저시급은 9860원으로 만약 올해도 지난해 수준의 인상률(2.5%)이 결정되면 내년도 최저임금은 1만원(1만100원)을 넘어서게 된다. 그러나 노동계는 더욱 큰 폭의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지금의 수준으로는 근로자가 최소한의 생활을 영위하는 것조차 불가능하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 [그래픽-김문우] ⓒ르데스크

 

노동계가 주장의 근거로 내세운 것은 ‘비혼 단신근로자 실태생계비’ 통계다. 한국통계학회가 2023년 통계청 가계동향조사를 토대로 산출한 작년 비혼 단신근로자 실태생계비는 월 246만원이다. 전년 대비 2% 상승했다. 이미선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비혼 단신근로자가 (생계비보다 낮은) 최저임금으로 결혼도 아이도 엄두 내지 못하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시급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최저시급을 감안한 월 최저임금이 생계비 수준에 못 미치는 206만원(208시간 기준)에 불과해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그런데 경영계와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선 ‘비혼 단신근로자 생계비’ 통계를 근거로 한 최저시급 인상 주장에 대해 ‘통계 왜곡’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을 고려하지 않고 지출만으로 최저시급 인상을 주장하는 것은 유리한 통계만 활용해 사실을 왜곡하는 행위나 다름없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 전문가는 “비혼 단신근로자 생계비를 활용하려면 그들의 소득 또한 고려해야 한다”며 “그들의 소득이 지금의 최저시급 보다 낮으면 당연히 올려야 하지만 반대일 경우엔 인상의 근거로는 부적절하다”고 꼬집었다.

 

한국통계학회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기준 비혼 단신근로자 소득은 293만4896원이다. 2020년 이후 근로소득 연간 증가율은 2020년 3.18%, 2022년 8.3%, 2023년 5.36% 등이었다. 가장 낮았던 3.18% 인상률만 적용해도 지난해 비혼 단신근로자 연간 소득은 약 302만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실태생계비에 비해 약 50만원 가량 많은 금액으로 노동계의 ‘소득이 최소한의 생계비에도 못 미친다’는 주장과는 상당한 괴리가 있다.

 

▲ 출근 중인 직장인들의 모습. [사진=뉴시스]

 

경영계 안팎에선 비혼 단신근로자 생계비를 기준으로 삼는다면 최저임금 심의에서 소득 또한 고려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비혼 단신근로자의 평균 소득(약 302만원)을 주휴수당을 포함한 평균 근로시간(208시간)으로 환산하면 시급은 1만4519원에 달한다. 이미 대부분의 근로자가 최저시급을 훌쩍 넘는 돈을 받고 있는 셈이다. 최저임금 동결이나 인하, 업종 별 차등 지급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배경이다.

 

최저임금 인상 반대 주장에 힘을 실을 만한 명분은 이 뿐만이 아니다. 일각에선 최저임금의 본래 취지대로라면 기준 역시 최저 생계비에 맞춰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최저임금제의 목적은 근로자 임금의 최저수준을 보장해 생활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꾀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하는 것이다. 정부는 저소득층이 최저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생활비(최저생계비) 기준을 중위소득의 32% 수준으로 보고 있다. 금액은 1인 가구 기준 71만원으로 평균 근로시간으로 환산하면 시간 당 3413원에 불과하다.

 

경제계 관계자는 “지금의 현실에선 다소 억지스러운 부분이 있지만 이미 우리나라 최저임금은 정부가 최저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보는 금액을 훨씬 웃돌고 있다”며 “최저임금은 말 그대로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이기 때문에 이를 정하려면 합당한 근거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만약 일괄적인 기준으로 제시할만한 근거가 없다면 최소한 업종이나 직군 별로 구분해 근거를 마련한 후 차등적으로 최저임금을 책정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본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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