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의 강성지지층 이탈 조짐이 보이고 있다. 소위 말하는 ‘콘크리트 지지층’에 균열이 생기고 있는 것이다. 소위 ‘팬덤’이라 불리는 고정 지지층에 의존한 정치와 더불어 최악에 가까운 상황에서도 반성이나 쇄신의 태도가 보이지 않는다는 게 주된 이유다. 총선참패 이후에도 앞으로 치를 선거 승리를 위한 노력조차 보이지 않는 모습에 실망이나 분노를 넘어 아예 무관심하게 됐다는 반응이다.
108석 얻고도 ‘선방’ 자축하는 정부·여당에 지지자들 “이런 당에 미래가 있나” 비판
정부·여당의 지지율이 수개월째 30% 초반대에 머물러 있다. 가장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달 27∼31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천513명을 대상으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0%포인트)한 결과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수행 긍정 평가는 30.6%였다. 윤 대통령에 대한 긍정 지지율은 8주째 30% 초반대에 머무르고 있다.
같은 조사 기관에서 지난달 30∼31일 전국 18세 이상 1천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당 지지도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p)에서는 국민의힘 33.1%, 더불어민주당 33.8% 등의 결과가 나왔다. 여당인 국민의힘 지지율은 지난 4월 치러진 22대 총선 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은 셈이다. 22대 총선 결과 국민의힘은 108석의 의석을 얻는데 그쳤다. 전체 의석수 대비 비중은 36% 수준이다.
총선 결과나 큰 변화 없는 지지율 추이를 감안했을 때 30% 초반의 지지율은 정부·여당의 강성 지지층, 소위 말하는 ‘팬덤’의 비율로 봐도 무방하다는 평가다. ‘팬덤’이라는 단어는 어떤 대상에 대한 강성 지지층이 모인 집단을 일컫는 단어다. 과거엔 아이돌 가수의 팬들을 지칭했지만 점차 개념이 확장돼 최근에는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의 강성 지지층을 지칭하는 단어로도 사용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전체 국민의 30% 초반 수준을 지켜오던 정부·여당의 강성지지층에도 이탈 조짐이 보이고 있다. 강성지지층에 의존해 지나치게 안일한 행보만을 보인다는 게 이탈의 결정적 원인으로 지목됐다. 총선 참패 이후 처절한 반성과 쇄신으로 앞으로 치러질 선거에서 승리하려는 모습 보단 현 수준에 만족하는 모습을 보이는 데 대해 실망했다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그들 중 상당수는 앞으로는 정치에 대한 관심을 끊겠다는 반응까지 보였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민의힘 권리당원은 “얼마 전 제22대 국민의힘 국회의원 워크숍에서 보인 윤 대통령과 여당 의원들의 모습에 크게 실망했다”며 “처절한 쇄신과 반성으로 앞으로 어떻게 국민 지지를 얻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커녕 지금 수준에서 단합을 강조하는 모습에 ‘과연 당에 미래가 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귀띔했다. 이어 “당이 바뀌지 않는다면 앞으로 투표에도 참여하지 않을 생각이다”고 부연했다.
과거 대선·지선·총선 등에서 줄곧 국민의힘 후보를 선택했다는 직장인 황춘석 씨(54·남·가명)는 “지난 총선에서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사격에도 고작 108석 밖에 차지하지 못했는데 여전히 반성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며 “심지어 책임론까지 거론하며 서로 싸우기 바쁜데 이런 당에 무슨 미래가 있겠나. 앞으로 치러질 선거에선 차마 민주당을 찍을 순 없고 아예 투표를 하지 않을 계획이다”고 말했다.
“선거는 결국 과반 싸움, 확실한 득표 보장된 강성지지층 이탈 시 탄핵사태 재현 가능성”
정부·여당 지지층의 이탈은 여론조사를 통해서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21~23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10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윤 대통령에 대한 긍정 지지율은 24%에 그쳤다. 당시 조사에선 보수 지지층이 많은 70대 이상에서 긍정평가가 기존 57%에서 43%로 크게 하락한 점이 눈에 띄었다. 통상 70대 이상의 고령층은 전통적인 보수 우위 연령대로 여겨진다.
국민의힘 지지율 역시 서울과 수도권, 60·70대 고령층에서 대폭 하락했다. 70대의 국민의힘 지지율은 직전 조사 대비 16%p 하락한 47%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60대에서도 긍정 지지율은 7% 하락한 46%에 불과했다. 해당 연령대에서 무당층 비중은 직전 조사 대비 70대 5%p, 60대 3%p 각각 늘었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실 관계자는 “지금의 정치 판도는 서로 엇비슷한 강성지지층의 지지율을 지키면서 무당층의 지지를 누가 더 많이 얻느냐에 따라 선거의 결과가 바뀌는 구도다”며 “강성지지층의 특성 상 다른 정당을 선택하진 않고 무관심으로 돌변하는 경향이 있는데 만약 당연히 얻어야 할 표를 얻지 못한다면 그 정당은 앞으로 치를 선거에서 힘들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치평론가는 “선거 자체가 과반 싸움인 이상 득표가 보장돼 있는 강성지지층이 많으면 많을수록 유리할 수밖에 없다”며 “만약 반대일 경우라면 이미 가지고 있는 권력조차 지키기 어려울 수도 있다. 과거 박근혜 대통령 탄핵 당시에도 기존 보수 지지층의 이탈이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여당 입장에선 과거의 아픈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지금의 지지층 이탈 현상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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