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Q는 양반이네” 고지없이 은근슬쩍, 깜깜이 인상 기승
“BBQ는 양반이네” 고지없이 은근슬쩍, 깜깜이 인상 기승

[현장은 지금<313>]-식품·유통업계 깜깜이 가격 인상 논란 “BBQ는 양반이네” 고지없이 은근슬쩍, 깜깜이 인상 기승

식품·유통업계 소비자 사전고지 없이 가격 인상, 소비자 알 권리 외면 비판

르데스크 | 입력 2024.06.03 11:00
ⓒ르데스크

최근 치킨 프랜차이즈 BBQ가 치킨 가격을 인상을 예고했다 두 차례나 연기하면서 소비자들의 비판을 샀다. 고물가로 가계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치킨업계 선두업체의 가격 인상을 곱게 바라보기 힘든 탓이다. 더욱이 인상 시기를 2주 가량 유예한 채 인상 충격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혀 소비자 기만 논란까지 불거졌다.

 

그런데 BBQ가 가격 인상을 예고한 것과 달리 식품·유통업계 안팎에서 아예 소비자에게 알리지 않고 은근슬쩍 가격을 인상하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불거지고 있다. 대다수 국민이 고물가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이 사회적 책임과 소비자 알 권리를 외면한 채 돈벌이에만 치중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타업체 ‘가격 인상’ 여론 뭇매 맞을 때 슬쩍…사전고지 없이 ‘깜깜이 인상’

 

고물가 시대를 맞아 소비자들이 가격 변화에 민감해지면서 가격 인상을 도모할 때 별다른 사전 고지없이 가격 인상하는 업체가 늘고 있다. 가격 인상을 고지했을 때 돌아올 소비자들의 반발을 우려한 결과로 풀이된다. 소비자 입장에선 본인도 모르는 사이 부담이 커지면서 소비력이 낮아질 수 밖에 없다.

 

먼저 치킨업계에선 푸라닭 치킨이 지난 4월부터 별도의 공지 없이 단품 및 세트 메뉴 가격을 최대 1000원씩 인상하면서 소비자로부터 비판을 샀다. 기존 1만원 후반대였던 가격에서 앞자리가 바뀌어 2만원대로 접어들었지만 이를 소비자에게 알리지 않아 깜깜이 인상이라는 비판을 받아야 했다.

 

▲ 치킨업계에선 푸라닭 치킨이 지난 4월부터 별도의 공지 없이 단품 및 세트 메뉴 가격을 최대 1000원씩 인상하면서 소비자로부터 비판을 샀다.[사진=뉴시스]

 

푸라닭 치킨이 가격을 올린 시기를 두고도 뒷말이 무성하다. 당시 굽네치킨과 파파이스 등 치킨 프랜차이즈가 가격 인상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었기 때문이다. 경쟁사가 가격 인상으로 소비자들의 비판을 받는 사이 푸라닭 치킨은 상대적으로 소비자들의 가격 저항이 약해진 틈을 타 인상을 감행하는 등 얌체 인상을 했다는 지적이다.

 

이는 비단 푸라닭 치킨에 그치지 않았다. CJ제일제당은 5월부터 조미김과 올리브유, 참기름 등 제품 가격을 인상했지만 이를 사전에 고지 하지 않았다. 샘표식품 역시 간장 가격을 올렸지만 알리지 않다가 뒤늦게야 언론 취재를 통해 드러났다. 하이트진로 역시 별다른 사전고지 없이 블랙보리 제품 가격을 인상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직장인 박지원(34·남) 씨는 “평소 치킨을 좋아해서 일주일에 최소 2번씩은 꼭 시켜먹는데, 어느 순간 앞자리가 1만원대에서 2만원대로 바뀌어 가격이 부담스러워졌다”며 “최소한 가격을 올리더라도 소비자에게 미리 알리는 게 맞지 않나”고 토로했다. 이어 “가격을 올린 거보다 이를 소비자에게 알리지 않은 게 더 괘씸하다”고 꼬집었다.

 

가정주부 이성원(37·여) 씨는 “마트나 편의점에서 장을 볼 때 식음료 제품은 할인행사를 자주하는데, 대부분 처음부터 비싼 가격으로 책정돼 있다”며 “하이트진로에서 파는 보리음료도 처음 1플러스 1 행사를 하더니 어느순간 갑자기 가격을 올리는 걸 보면 소비자를 놀리는 상술같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슈링크플레이션·스킴플레이션 규제했지만…깜깜이 인상 막기엔 한계

 

식품·유통업계가 가격 인상을 사전에 고지하지 않는 걸 막을 수 있는 방법은 현재로썬 전무하다. 가격 인상을 사전에 고지해야 한다는 법적인 의무나 규제가 없는 데다 사실상 이를 막는 건 자본주의 시장 원칙에도 위배되기 때문이다. 다만 소비자 알 권리와 고물가 시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외면했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다.

 

식품·유통업계 역시 이를 인지하고 있다. 통상 가격 인상을 단행할 때 소비자가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서민식품의 경우 조심스레 가격 인상 사실을 알리고 있다. 라면이나 통조림, 치킨, 햄버거 등이 대표적이다. 그렇지 않은 품목은 사전에 가격 인상 사실을 알리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 식품·유통업계가 가격 인상을 사전에 고지하지 않는 걸 막을 수 있는 방법은 현재로썬 전무하다. 가격 인상을 사전에 고지해야 한다는 법적인 의무나 규제가 없다. [사진=뉴시스]

 

가격을 인상한 사실이 드러나지 않고 조용히 넘어갈 경우 소비자들의 불만 여론에 직면하지 않고 수익을 늘릴 수 있어서다. 대형 업체일수록 수많은 품목을 판매하는데 이를 일일이 고지하는 게 쉽지않다는 유통업계 반응도 나온다. 가격 인상 사전고지와 관련해 법적 의무가 없는데 굳이 긁어부스럼을 만들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실제 고물가로 국민부담이 커지자 정부 역시 가격 인상을 막기 위한 규제를 내놓긴 했지만 이는 대부분 소비자를 기만하는 꼼수인상이 대상이다. 가격은 그대로 둔 채 용량이나 성분 등을 변경해 사실상 가격 인상 효과를 얻는 경우에 국한된다. 가격을 직접 올린 게 아니다 보니 소비자가 이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행위만 금지하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고물가에 발맞춰 식품·유통업계에선 기존엔 무료로 제공하던 것들에 비용을 청구하는 사례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치킨 프랜차이즈의 경우 치킨을 한 마리 배달시켜 먹을 때 기존엔 치킨무가 무료로 제공됐다면 최근엔 치킨무를 추가할 때 500원의 비용이 추가되는 식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가격 인상과 관련해 사전 고지를 할지 말지 여부는 온전히 기업의 선택에 기댈 수 밖에 없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국민 알 권리 강화 차원에서라도 가격 인상 시 소비자가 알 수 있도록 고지를 권고하는 등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고물가로 소비자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가격 인상을 사전에 고지하지 않고 단행하는 건 실질적인 소비력 감소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며 “자영업자 비중이 높은 만큼 식품·유통업체의 원가 상승은 소비자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말했다. 이어 “소비자 보호차원에서 사전고지를 권고하는 등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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