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담길 보면서 가족끼리 맥주 한 잔” 전통·유럽 감성 깃든 서순라길
“돌담길 보면서 가족끼리 맥주 한 잔” 전통·유럽 감성 깃든 서순라길

한옥 특유의 예스러운 분위기와 유럽의 힙한 감성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서순라길이 핫플레이스로 각광받고 있다. 번화한 서울이라곤 믿기 힘들 정도로 옛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돌담길과 한옥, 야외에서 음료를 즐길 수 있는 펍까지 자리잡으면서 가족 단위 나들이뿐 아니라 커플 데이트 명소로 주목받고 있다.

 

서울시 종로구 권농동에 위치한 서순라길은 조선시대 성곽 안팎의 치안을 담당하던 순라군들이 순찰을 돌았던 종묘 서쪽 골목이라는 뜻에서 이름이 붙여진 곳이다. 서순라길은 종묘 정문을 바라보고 왼쪽 담장을 따라가다 보면 나온다. 종묘 담장이 창덕궁 앞까지 쭉 이어져 있다.

 

서울 한복판에 위치해 있는 만큼 서순라길은 대중교통의 요충지에 위치해 있다. 버스를 이용해서 방문하기도 편리하고, 주변에는 지하철 1·3·5호선 종로3가역이 가까이 있어 접근성이 뛰어나다. 서순라길 주위에는 익선동, 인사동, 북촌, 삼청동 등 예전부터 인기 있던 지역을 찾는 관광객보다 적은 수의 사람들이 방문했던 곳이지만, 최근에는 카페, 식당, 공방 등이 새로 생기면서 입소문을 타고 있다.

 

익선동을 방문했다가 서순라길까지 방문하게 됐다고 밝힌 서민재 씨(23·여)는 “익선동에 위치한 유명한 빵집에 방문했다가 요즘 서순라길이 뜬다는 얘기를 듣고 해서 방문했다”고 밝혔다. 서 씨는 “서울에 살고 있지 않다보니 한번 서울에 나오게 되면 가보고 싶은 곳은 모두 가보는 편”이라며 “너무 덥지도 춥지도 않은 지금 날씨에 방문해 걷기에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돌담길 바라보며 마시는 맥주·커피…고즈넉한 분위기 물씬

 

▲ 서순라길에서는 테라스가 있는 가게를 손쉽게 찾을 수 있다. 사진은 서순라길에 있는 영국식 펍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 ⓒ르데스크

 

서순라길은 창경궁과 종묘 근처에 위치하고 있는 탓에 건물 고도제한이 있어 주변 건물의 높이 모두 2층으로 일정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서울 시내에서 고층빌딩을 쉽게 볼 수 없는 몇 없는 장소다. 또 개발 속도가 더디다 보니 자연스럽게 과거부터 있었던 건물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분위기와 더불어 길 곳곳에도 새로운 공간이 생기고 있었다. 특히 테라스를 활용한 장소가 많아 유럽에 온 것 같은 느낌을 느끼기에 충분한 공간으로 보였다.

 

평일 낮에 방문한 서순라길은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손님이 많은 곳은 야외에서 맥주와 커피처럼 가벼운 음료를 마실 수 있는 곳에 사람들이 많이 몰려있는 점을 알 수 있었다.


서순라길에서 가장 유명한 장소 중 하나는 영국식 펍으로 영국인 남편과 한국인 아내가 운영하는 곳이다. 이곳은 영국식 담금주, 다양한 런던 드라이진, 브리티쉬 비어, 사이더 등 잘 알려지지 않았던 영국의 술과 음식을 판매하고 있어 영국식 펍이 궁금한 사람들이 몰리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박채유 씨(31·여)는 “테라스에서 가볍게 맥주를 즐길 수 있는 점이 이곳의 가장 큰 장점”이라며 “평소 쉽게 맛볼 수 없는 영국식 주류를 즐길 수 있는 것도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박 씨는 “이 길 곳곳에서 맥주처럼 가벼운 주류를 판매하고 있는 곳을 많이 찾을 수 있다”며 “돌담길을 바라보며 운치도 즐기기에 테라스 좌석만한 곳이 없다”고 덧붙였다.


인근에 거주하고 있어 서순라길에 가끔 방문한다고 말한 정현식 씨(29·남)은 “지금은 평일이라 가끔 차가 지나가지만 주말에는 ‘차없는 거리’로 운영된다”고 말했다. 정 씨에 따르면 “주말에는 ‘차없는 거리’ 덕분에 차가 지나가지 않다보니 테라스는 물론이고 돌담길을 활용해 맥주와 커피를 마시는 모습도 종종 볼 수 있다”고 말해 주말의 서순라길의 풍경도 궁금하게 만들기도 했다.


또 다른 커피숍도 가게 밖에 좌석을 만들어둔 모습이었다. 여성들이 좋아할법한 디자인의 디저트와 커피는 유럽 분위기를 느끼고 싶은 손님들의 방문을 이끌기에 충분한 것으로 보였다. 실제로 많은 손님들이 테라스에 앉아서 그 분위기를 즐기고 있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과거와 현재 공존하는 서순라길…“레트로와 트렌드 모두 함께 느낄 수 있어”


▲ 옛날부터 서순라길은 인근에 위치한 종로 귀금속 거리에서 판매되고 있는 대부분 주얼리의 제조를 담당하던 곳이다. 실제로 서순라길 골목 곳곳에서 주얼리 공방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사진은 서순라길에 위치한 주얼리 공방 중 한 곳. ⓒ르데스크

 

서순라길 인근에는 종로 귀금속 상가도 위치해 있다. 종로 귀금속 거리는 우리나라 최대 귀금속 전문상가로 종로 귀금속 거리가 주얼리 판매와 유통을 담당하던 곳이라면 서순라길은 주얼리 제조를 담당하던 곳이다. 그러다보니 서순라길에서는 쉽게 주얼리 가게를 만나볼 수 있다.


서순라길 내에는 오래된 공방도 있지만 최근에 문을 연 공방들도 종종 보인다. 특히 이제 막 문을 열게 된 공방들은 각 가게마다 유니크한 매력을 가지고 있는 모습이다. 또, 최근 젊은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 꼭 생겨나고 있는 팝업스토어도 서순라길의 경우 액세서리와 관련된 팝업스토어가 열리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팝업스토어 인근에서 만난 이예솔 씨(25·여)는 “처음에는 액세서리를 판매하는 곳이 곳곳에 있어서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최근 인기가 있는 장소라 생겨난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씨는 “인근에 귀금속 거리가 있다는 점을 알고 나니 이곳에서 왜 액세서리를 판매하고 있는 곳이 많은지 이해가 된다”며 “액세서리 위주의 팝업스토어도 지역적 특성과 잘 맞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광객 육상욱, 최은정 부부는 “종묘 귀금속 상가에 볼 일이 있어 잠시 왔다가 요즘 뜨는 서순라길이 근처에 있다는 딸의 얘기를 듣고 와보게 됐다”며 “확실히 젊은 층이 좋아할만한 것들이 많은 곳 같다”고 말했다.


부부는 “최근에 인기를 얻기 시작한 거리라 해서 다 새로 고치고 새로운 건물이 가득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과거부터 유명했던 귀금속 가게들도 곳곳에서 보이는데 종로 귀금속 거리 인근이라는 점을 잘 활용하고 있는 것 같다”며 “오늘은 뒤에 다른 일정이 있어 제대로 구경하지 못하지만 저녁에 한 번 더 방문해보고 싶은 가게들이 많은 것 같아 다음번에 이곳을 추천해준 딸과 다시 와봐야 할 것 같다”고 말하기도 해 새로운 가족나들이 명소가 되고 있는 모습이었다.


또 과거부터 이 자리를 터줏대감처럼 지키고 있는 노포들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노포라고 하면 젊은 청년들보다 어른들이 주로 방문하는 곳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서순라길에 위치한 노포에는 남녀노소가 상관없이 즐기고 있는 모습이었다.


서순라길에서 야장의 분위기를 즐기고 있던 주민정 씨(27·여)는 “저번에 왔을 때 사람이 너무 많아서 못 왔던 것이 아쉬워 한 번 더 오게 됐다”며 “요즘 뜨는 길에서 간이 테이블을 깔고 막걸리와 맛있는 안주를 먹을 수 있는 것 자체가 이색적으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함께 온 김아인 씨(27·여)도 “서울 한복판에서 낮부터 요즘 유행하는 야장 감성에서 술을 마실 수 있는 곳을 찾기 쉽지 않다”며 “가까운 곳에 영국식 펍이 있는 것은 알지만 이런 노포에서 마시는 것도 좋은 경험인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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