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갈등 번진 훈련병 사망, 해외선 ‘군대’·여성커뮤 ‘남자’ 비판
젠더갈등 번진 훈련병 사망, 해외선 ‘군대’·여성커뮤 ‘남자’ 비판

 

최근 육군 신병교육대대에서 잇따라 발생한 불미스런 사고를 둘러싸고 비판 여론이 높게 일고 있다. 사고 소식을 접한 국내와 해외를 가리지 않고 대다수 누리꾼들은 군대의 부조리함과 허술한 시스템 등을 강도높게 비판하는 반면 일부 여성커뮤니티에선 젠더 갈등을 조장하는 무분별한 발언을 내뱉으면서 또 다시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23일 강원도 인제 모 부대에서 훈련병 1명이 ‘밤에 떠들었다’는 이유로 다른 훈련병 5명과 함께 완전군장을 차고 군기훈련을 받다가 쓰러진 뒤 이틀 뒤인 25일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군기훈련은 지휘관이 군기 확립 등을 이유로 절차에 따라 공개된 장소에서 훈련 대상자의 신체 상태를 고려해 체력을 증진시키거나 정신을 수양하는 등을 이유로 실시하는 훈련이다. 군기훈련은 체력 단련과 정신 수양으로 나뉘는데, 체력 단련은 앉았다 일어서기, 팔굽혀펴기, 보행, 완전군장 보행등이 있다.

 

사망한 훈련병은 완전군장 후 구보와 팔굽혀 펴기를 하던 중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공분을 사고 있다. 완전군장의 무게는 20~25㎏가량인데, 여기에 무게를 늘리기 위해 책 여러 권도 넣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기훈련 규정에 따르면 완전군장 상태에선 구보(달리기)를 시킬 수 없다. 사실상 얼차려가 아닌 가혹행위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해당 훈련병의 사망원인으로는 횡문근융해증과 열사병이 의심되고 있다. 횡문근융해증을 서울 아산병원에서는 ‘외상, 운동, 수술 등의 이유로 근육에 에너지 공급이 충분하지 않아 괴사가 일어나며 심각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는 병’으로 정의하고 있다. 군 관계자에 따르면 쓰러진 훈련병이 콜라색 소변을 보는 등 상태가 심각했다고 전했다.

 

이를 접한 해외 누리꾼들은 한국 군대를 향해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최근 영미권 최대 커뮤니티 레딧에 “훈련병, 훈련 중 실신 이틀 뒤 사망”이라는 제목의 뉴스가 공유됐다. 대다수 해외 누리꾼들은 훈련병이 훈련 도중 사망한 것에 대한 안타까운 반응을 드러내고 있다.

 

해당 커뮤니티 누리꾼 FromWhereScaringFan은 “도대체 이해가 안 된다”며 “복무 중 온갖 일을 겪은 중대장이 훈련병을 죽게 만들었다”고 분노하기도 했다. 이어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 지난 25일 훈련소에서 훈련을 받던 훈련병이 쓰러진 후 사망한 사고가 발생했다. 해당 훈련병은 가혹행위 수준으로 심각한 군기 훈련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국내외 커뮤니티에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뉴시스]

  

 

 

또 다른 누리꾼 Fairycharmd는 “훈련병이 수류탄을 터뜨린 게 불과 며칠 전에 발생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 달 동안 군사훈련 중 훈련병과의 훈련사고가 두 건이나 발생했다”며 “수사가 잘 진행되고 있는 것이 맞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해 사건의 심각성에 대해 말하기도 했다.

 

다른 누리꾼 PulpMoney도 “이번 사건은 군기훈련 중 발생한 것인데, 군기훈련은 훈련병의 상태와 훈련일수에 따라 훈련관이 어떤 벌칙을 명령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엄격한 규정이 있다”며 “이번 사고의 경우 규정을 위반했기 때문에 심각한 문제라 생각 한다”고 꼬집었다.

 

해외 커뮤니티는 훈련병이 사망한 사건 자체에 집중하고 있다면, 국내의 일부 여성 전용 커뮤니티에서는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정보와 무분별하게 남혐(남성 혐오)을 일삼는 모습이 공개돼 세간의 비판을 받고 있다.

 

국내 최대 여성전용 커뮤니티인 여성시대에는 “한남들 모인 곳은 노답”, “일진놀이 하고 자빠졌네”, “역시 남자 적은 남자”라는 식의 일방적 비난이 주를 이뤘다.

 

여성시대 커뮤니티 누리꾼 경지100만시대는 “남자들끼리 알아서 해결하라. 아들인 엄마 아니고서야 우리가 왜 안타까워 해야하냐”고 말했다. 또 다른 여성시대 누리꾼 울뚠빵이는 “얘넨 남자가 남자 죽여도 갑자기 여자 머리채 끌고 오더라”며 원색적 비난을 서슴치 않았다. 또 다른 누리꾼 암아겟돈은 “남자 죽은건 관심없다. 알아서 하라”고 밝혔다.

 

문제는 여성 커뮤니티의 이러한 댓글 반응이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로 확산하면서 또 다시 젠더 갈등으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여성시대 내에 달린 댓글들은 캡처본으로 저장돼 ‘훈련병 사망사건 여성시대 반응’이란 제목으로 각종 SNS와 커뮤니티로 확산되고 있다. 이를 본 누리꾼들은 남혐을 일삼는 여성시대 카페 회원에 분노를 드러내고 있다.

 

국내 최대 커뮤니티 중 한 곳인 에펨코리아에서 누리꾼 여신KAZUHA는 “여성시대는 대한민국 진정한 사회악”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누리꾼 BAY04LEV는 “여성시대 회원수가 약 90만명인데, 2030 여자들 소수를 제외하면 싸그리 페미 남성혐오, 정신병자다”며 “이러니 나라가 망하지”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무분별한 젠더 갈등에 대해 깊은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윤상철 한신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최근 우리나라 사람들의 사고가 극단적으로 변하면서 남녀가 서로를 비난하고 혐오하는 것에 익숙해져 가고 있는 사회인 것 같다”며 “이러한 사회를 옹호하고 싶지는 않지만 이것이 우리나라 현실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윤 교수는 “특히 이번 사고처럼 서로를 비난하는 정서에서 생겨난 균열감정의 해소는 더욱 쉽지 않다”며 “이러한 젠더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결혼과 출산처럼 서로가 서로를 필요하게 될 때 해소 여지가 생길 것”이라 덧붙이며 우리나라의 현실에 대해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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