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은 경쟁국, 안은 강성노조…첩첩산중·사면초가 ‘제조업 한국’
밖은 경쟁국, 안은 강성노조…첩첩산중·사면초가 ‘제조업 한국’

‘제조업 강국’ 대한민국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근무 인력의 평균 연령이 갈수록 높아지는데다 사측을 향한 일부 강성 노조의 집단 반발 수위는 기업 경영에 차질을 빚을 정도에 이르렀다. 반면 우리나라와 경쟁관계에 있는 일본과 중국 제조업의 글로벌 경쟁력은 점점 막강해지고 있다.

 

고령화로 일손 줄었는데 ‘워라밸’ 바람까지…흔들리는 제조업 강국 위상

 

10일 시장조사업체 트레이딩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의 제조업 PMI 지수는 49.4p를 기록했다. 제조업 PMI 지수는 제조업 활동의 건강 상태를 측정하는 척도다. 주로 경제의 성장과 침체를 예측하는 데 사용된다. 같은 기간 제조업 분야 경쟁국인 ▲인도(58.8p) ▲일본(54.3p) ▲중국(50.8p) ▲미국(50.3p) 등은 모두 한국보다 높았다. 통상적으로 PMI가 50을 밑돌면 경기 위축, 웃돌면 경기 확장을 의미한다.

 

우리나라 제조업 PMI 지수 하락 이유로는 산업 현장의 고령화와 강성 노조로 인한 정상경영 차질 등이 지목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기준 60세 이상 제조업 취업자 수가 처음으로 20대를 넘어섰다. 60세 이상의 제조업 근무자는 전년(2022년) 대비 9.3% 늘어난 59만9000명으로 집계된 것에 반해 20대 제조업 취업자 수는 전년 대비 4.7% 하락한 54만5000명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저출산에 따른 인구 구조 변화로 청년층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일부 강성 노조를 중심으로 ‘워라밸’을 앞세운 근무시간 단축 요구가 끊이지 않으면서 생산성이 예전보다 크게 떨어졌다고 입을 모았다. 일례로 지난 2021년 기아 노조는 주 35시간으로 근로시간을 단축해달라는 제안을 요구했다. 주 35시간을 시행할 경우 하루 근무시간이 8시간 밖에 되지 않는다. 얼마 전엔 현대차 노조도 올해 임단협 협상 내용으로 ‘주 4.5일제 도입’을 언급했다.  

 

▲ 일본 서부 오사카현 이케다에 있는 도요타 자동차의 자회사 다이하쓰 자동차 공장. [사진=AP/뉴시스]

 

국내 제조업을 떠받치고 있는 중소기업의 소멸도 제조업 경쟁력 약화의 원인 중 하나로 꼽혔다. 최근 경기가 크게 악화되면서 비수도권을 중심으로 중소기업과 사내 하청업체 등의 줄도산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경기 악화로 벤처투자 등의 자금이 쪼그라들면서 경영난에 허덕였고 결국 도산하기에 이른 것이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벤처투자액은 9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0.3% 감소했다.

 

중·일 먹잇감 전락한 한국의 제조업…초유의 위기 속 등장한 ‘주 4.5일제’에 기업들 난색

 

이웃나라 중국과 일본의 제조업 경쟁력은 날이 갈수록 강해지는 모습이다. 특히 우리나라가 강점을 지닌 분야에서 영향력을 빠르게 넓혀나가고 있다. 일례로 지난해 중국 배터리 제조업체 CATL의 내수를 제외한 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27.7%로 업계 1위 LG에너지솔루션(27.7%)과 동률을 이뤘다. 2022년보다 5.6%p 상승한 수치다. 중국 내수시장을 포함한다면 CATL의 점유율은 LG에너지솔루션을 훌쩍 뛰어넘는다.

 

과거 한국 경제를 뒷받침했던 조선업의 컨테이너선 시장은 이미 중국의 무대가 된지 오래다. 지난해 중국 조선사의 세계 컨테이너선 발주량은 전체 178척 중 101척으로 점유율 57%를 기록하며 절반을 뛰어넘었다. 같은 기간 한국은 51척을 수주하며 28.6%에 그쳤다.

 

일본 제조업 기업들의 순이익은 전년 대비 23% 증가하며 역대 최고액을 경신했다. 특히 자동차 산업이 전체 제조업 순이익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며 호실적을 이끌었다. 토요타자동차의 1분기 순이익은 5조엔 가량으로 전년 동기 대비 2배 넘게 늘었다. 닛산자동차도 미국 판매 증가로 순이익이 90% 급증했다. 일본 현지 대기업들은 1분기에 거둬들인 이익을 거래처나 공급·하청업체 등 중소기업으로 환원하는 분위기다.

 

제조업계 관계자는 “제조업은 노동집약적 산업으로 인적 자원이 가장 중요한 요소다”며 “이미 저출산·고령화 여파로 노동력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그나마 일할 수 있는 사람들마저 일손을 놓는다면 제조업 경쟁력 추락이 불가피해 질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최근 일부 강성 노조를 중심으로 주 4.5일제 논의를 시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국가 경제 전체를 놓고 현명한 판단을 하길 바란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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