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할당제 향한 두 개의 시선…한국은 “남녀평등” 미국은 “평등위배”
여성할당제 향한 두 개의 시선…한국은 “남녀평등” 미국은 “평등위배”
[사진=AI이미지/MS bing]

기업 이사회의 남성 쏠림 현상을 방지하고자 개정된 자본시장법이 남녀 갈등 유발과 더불어 공정과 상식을 추구하는 사회적 요구에도 역행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과도한 여성 배려가 역차별을 야기해 기존에 없던 남성들의 공분까지 유발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어서다. 일부 남성들의 역차별 사례 또한 끊이지 않고 등장하고 있다.

 

‘여성할당제’ 법안 두고 “성과주의 뚜렷한 요즘 분위기에 남·여 구분은 오히려 차별 조장”

 

2022년 8월 시행에 들어간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특정 성별로만 이사회를 구성할 수 없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남성 위주로만 채워진 이사회의 다양성을 확보해 기업 경쟁력을 높인다는 취지다. 해당 법안은 결과적으로 여성 이사 자리를 의무적으로 만들도록 한다는 점에서 ‘여성할당제’라고도 불렸다. 실제 법 시행 이전인 2021년 말 당시 국내 30대 그룹 중 이사회에 여성을 두고 있지 않은 기업은 총 7곳이었다.

 

그러나 오로지 성별로만 다양성을 확보하려는 시도는 ‘여성의 이사회 참여 확대’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지만 더욱 큰 부작용을 낳는 결과로 이어졌다. 가장 먼저 남성에 대한 역차별 우려가 끊이지 않았다. 전 세계적으로 차별 없는 성과주의 기조를 채택하는 상황에서 오히려 충분한 능력을 갖추고도 여성 할당제 때문에 이사회 멤버가 되지 못하는 남성들이 속출한 결과였다.

 

익명을 요구한 10대그룹 한 임원은 “요즘엔 여성 임원 발탁이 워낙 이슈가 되다보니 여성 임원을 억지로라도 채우려는 분위기가 있다”며 “자연스레 남성은 뛰어난 성과를 내고도 여성 할당제에 밀려 임원에 발탁되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고 귀띔했다. 이어 “요즘 부장급들 사이에선 우스갯소리로 ‘여자로 태어났어야 했다’는 이야기까지 들린다”고 부연했다. 

 

▲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는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 [사진=뉴시스/AP]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성과주의 기조 유지와 역차별 논란 방지 차원에서 차선책을 시도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사내이사는 성과주의 기조를 유지하되 사외이사 자리를 여성으로 채우는 식이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에 따르면 30대 그룹 사내이사 중 여성 비중은 2021년 1.8%에서 3.2%로 1.4p 증가했다. 같은 기간 사외이사는 10.9%에서 20.5%로 9.6%p나 늘었다. ‘여성할당제’가 기업의 불필요한 수고만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일각에서는 해당 법 자체가 남녀 불평등 인식에서 비롯된 ‘악법’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보이지 않는 선을 만들어 남녀 간의 갈등을 유발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요즘 채용과정만 보더라도 고향·성별·학벌·전 직장 등을 배제한 블라인드 테스트가 대세로 자리매김 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여성의 몫을 따로 배정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행위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실제 미국에서도 비슷한 지적이 제기된 적 있다. 앞서 2019년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해당 주에 본사를 둔 모든 상장회사 중 이사회가 5인 이상으로 구성된 회사는 반드시 여성 이사를 임명하도록 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자본시장 개정안이 시행되기 약 3개월 전 미국 법원은 여성 이사 할당제에 대한 위헌 판결을 내렸다. 헌법 상 평등 대우 권리에 어긋난다는 이유였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시민단체 관계자는 “인사에 있어 남녀 간의 차이점을 둔다는 것은 남녀 간의 차이를 두고 있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며 “발상 자체가 법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어 “여성할당제는 객관적인 기준과 공정한 평가가 이뤄지는 요즘 같은 시대에 어울리지 않을 뿐 아니라 성별보다 능력위주의 인사원칙을 추구하는 글로벌 추세와도 크게 어긋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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