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면 뛰면 김밥도 껑충…K-직장인 시름 키우는 ‘섬머플레이션’
냉면 뛰면 김밥도 껑충…K-직장인 시름 키우는 ‘섬머플레이션’

외식 물가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으면서 만 원짜리 한 장으로 먹을 수 있는 메뉴가 크게 줄었다. 특히 냉면, 팥빙수 등 대표 여름메뉴가 매 년 큰 폭으로 오르면서 직장인들의 시름을 키우고 있다. 계절음식의 가격 인상이 다른 메뉴 가격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탓이다. 직장인들 사이에선 ‘여름메뉴가 전체 메뉴의 가격 인상을 주도한다’는 의미로 여름을 뜻하는 영단어 ‘썸머(summer)’와 물가상승을 뜻하는 영단어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인 ‘섬머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까지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냉면 오르면 김밥도 오른다” 계절메뉴 가격 인상이 무서운 진짜 이유

 

1일 외식업계 등에 따르면 40년 전통의 냉면전문점으로 유명한 ‘을지면옥’은 최근 2년 만에 영업을 재개함과 동시에 평양냉면 가격을 기존 1만3000원에서 1만5000원으로 15% 가량 올렸다. 또 다른 인기 메뉴인 수육은 3만원에서 3만5000원으로, 편육은 2만8000원에서 3만원 등으로 각각 인상했다.

 

‘세계적인 맛집’으로 인정받으며 미쉐린 가이드 서울에도 등재된 필동면옥·봉피양·정인면옥 등도 이미 냉면 한 그릇에 1만원을 훌쩍 넘긴 상황이다. 필동면옥은 2022년 냉면 가격을 1만3000원으로 인상한 데 이어 지난해에도 1만4000원으로 가격을 재차 인상했다. 봉피양은 1만6000원, 정인면옥은 1만4000원 등이다.

 

천정부지 치솟는 냉면 가격에 직장인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냉면 자체가 여름철 더위를 식혀줄 직장인들의 대표 점심 메뉴이기도 하지만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냉면 가격 인상이 불러온 후폭풍 때문이다. 통상 냉면 가격이 오르고 나면 어김 없이 다른 인기 점심 메뉴의 가격도 줄줄이 오른다는 게 직장인들의 설명이다. 


▲ 서울시 중구 명동에 위치한 한 칼국수 전문점. (사진은 기사 특정 내용과 관련없음) ⓒ르데스크


직장인 허유진 씨(55·여)는 “둘이서 냉면 2그릇에 수육 한 접시를 먹으면 6-7만원 가량 나온다”며 “솔직히 아무리 육수를 잘 우려냈다고 한들 안에 고명도 거의 없는 평양냉면 한 그릇이 1만5000원을 넘는다는 게 너무 비싼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냉면 가격이 오르는 것도 문제지만 더욱 큰 문제는 김밥, 제육볶음 등 다른 음식 가격까지 덩달아 오른다는 점이다”며 “계절메뉴 인상의 후폭풍이 상당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서울시의 주요 외식품목 8개 평균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5% 가량 올랐다. 칼국수 한 그릇의 평균 가격은 지난해 말부터 9000원을 돌파했다. 일부 가게에선 1만4000원에 판매되기도 한다. 삼양사·대한제분 등이 밀가루 가격을 전격 인하한 것과 대조된 모양새다.

 

이 밖에 삼계탕과과 비빔밥의 한 그릇 평균 가격도 각각 1만6846원, 1만769원 등으로 상승했다. 김치찌개 백반 역시 8000원을 훌쩍 넘긴지 오래다. 서울의 주요 오피스 지역에선 김밥 한 줄에 라면만 먹어도 1만원 이상은 써야 한다.

 

직장인 강도훈 씨(31·남)는 “외식물가가 너무 올라 회사 후배들 밥 사주기가 겁날 정도다”며 “특히 여름만 지나고 나면 다른 메뉴들까지 덩달아 오르는 ‘섬머플레이션’이 너무 심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선·후배들을 보면 도시락을 싸다니는 사람들이 많이 늘었다”며 “요즘 청년들 사이에선 ‘구내식당이 있거나 식비를 지급하는 회사가 최고의 회사다’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온다”고 부연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서민들이 고물가를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부분이 외식물가다”며 “물가가 가파르게 올랐는데 올해도 전년 대비 또 다시 오르고 있어 서민들의 지출 압박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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