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의식한 전기료 인상 미루기, 가계경제에 ‘득일까 실일까’
인기 의식한 전기료 인상 미루기, 가계경제에 ‘득일까 실일까’

 최근 총선 이후에 단행될 것으로 관측되던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의 전기요금 인상 행보에 경고등이 켜졌다. 일반 국민 입장에선 고정비 부담이 늘지 않는다는 점에서 다행스러운 일로 여길 법 하지만 향후 감당해야 할 부담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 사실상 ‘폭탄돌리기’나 다름없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미 누적 적자만 202조원에 달하는 한전의 재무악화는 최종적으론 국민의 몫이 될 수밖에 없다.

 

하루 이자만 90억원 한전 위기…“전기요금 안 올리면 더 큰 재앙 닥칠 것” 위기감 고조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올해 초 정부는 서민들의 물가 부담을 이유로 상반기까진 전기요금을 비롯한 공공요금을 동결하겠다고 밝혔다. 한전은 지난해 2분기까지 전기요금을 인상한 데 이어 같은 해 11월 산업용 전기요금을 올렸다. 다만 현 상황에선 전기요금을 인상하지 않고는 한전의 재무위기를 해결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하반기 인상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지난해 한전은 매출액 88조2100억원, 영업이익은 -4조5691억원, 당기순이익 -4조6569억원 등의 실적을 기록했다.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적자 행진을 이어온 탓에 재무상황도 크게 악화됐다. 누적 적자만 204조원에 달하고 부채비율도 560%까지 치솟았다. 

 

▲[그래픽=김상언] ⓒ르데스크

 

부채가 커지면서 감당해야 할 이자비용도 갈수록 늘고 있다. 한전에 따르면 올해 한전이 감당할 연간 이자비용만 약 3조3000억원이고 하루로 따지면 90억원 가량이다. 만약 한전의 적자가 지속돼 부채규모가 커지면 이자비용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공기업인 한전의 부실은 결국 국민이 풀어야 할 숙제 성격이 짙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기요금 인상을 마냥 늦추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정부 역시 하반기 인상 가능성을 넌지시 내비친 상태다. 안덕근 장관은 올해 초 있었던 기자간담회에서 “이미 (지난해 2분기까지 전기요금을) 5번 올렸고, 계속 현실화하는 과정에 있다”며 “어느 시점에 얼마만큼 할지의 문제인데 올해도 상황을 봐서 현실화하려는 노력을 계속해 나갈 예정이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도 하반기 인상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이민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22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한국전력은 송·배전 시설 등에 대해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고 정부의 ‘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 추진 정책 등까지 고려하면 전기요금 현실화 정책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차기 대선 염두한 정치 논리에 전기요금 인상 ‘폭탄 돌리기’ 가능성 대두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고물가와 중동 리스크, 총선 여파 등으로 인해 인상 시점과 인상률은 여전히 미지수다. [사진=뉴시스]

 

그런데 총선 이후 정치권 일각에선 전기요금의 하반기 인상 가능성에 찬물을 끼얹는 주장도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 하반기 인상 필요성은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변수 발생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대내·외적 요인에 의해 국민의 고물가 부담이 커지는 상황을 의식해 전기요금 인상을 미룰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3.94로 1년 전보다 3.1%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기·가스·수도 부문의 소비자물가지수도 전년 동기 대비 4.9% 증가한 136.10를 기록했다. 향후 소비자물가 상승을 부추길만한 변수도 등장했다. 이란과 이스라엘 간 무력 충돌로 중동지역 불안감이 커지면서 유가도 요동치고 있다. 통상 한전이 발전사에서 전기를 구매하는 계통한계가격(SMP)은 국제 유가의 영향을 받는다.

 

한 여당 관계자는 “정부·여당이 총선에 대패하면서 여소야대 정국이 더욱 공고해졌다”며 “야당이 기세를 몰아 당장의 국민 지지를 이끌어낼 만한 입장을 고수한다면 정부·여당 입장에서도 전기요금 인상을 마냥 밀어붙일 수만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귀띔했다.

 

야당 관계자 역시 “정부가 지난해에도 고물가와 서민경제 부담을 이유로 산업용 전기요금만 인상한 바 있다”며 “누가 봐도 총선 전 민심 이탈을 의식한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총선이 끝난 현 시점에서 정부·여당 입장에선 아마 총선 전 보다 민심 이탈이 더욱 부담스러울 것이다”며 “전기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을 최대한 뒤로 늦출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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