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유치원 월평균 교육비가 100만원을 훌쩍 넘어서면서 학부모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영어 유치원은 국공립 유치원이나 사립 유치원에 비해 교육비가 높게 형성돼 있지만 수요는 날이 갈수록 늘고 있다.
교육부가 정부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17개도 교육청 내 영어 유치원의 월 평균 교습비와 기타경비는 121만원이었다. 교습비는 110만9000원, 기타경비는 10만1000원이었다. 시도별 영어 유치원 평균 비용은 세종시가 148만6000원으로 가장 높았다. 이어 인천이 142만5000원으로 뒤를 이었고, 서울 141만7000원, 충남이 137만4000원 순이다.
저출산으로 인해 학령인구의 수는 꾸준히 감소하고 있지만 날이 갈수록 높아지는 영어 유치원의 인기에 영어 유치원 수도 4년 사이 37%나 증가했다. 지난 2019년에는 615개였던 영어 유치원이 2020년에는 724개, 2021년에는 718개로 늘어났다. 이후 2022년에는 811개, 2023년 842개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양주희 씨(48‧여)는 아이 둘을 모두 영어 유치원에 보냈다. 양 씨는 “어차피 해야 하는 영어라면 어릴 때부터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 아이 둘을 모두 영어 유치원에 보냈다”며 “한창 공부를 해야 하는 시기인 데다 다른 아이들도 모두 영어유치원을 다니는데 내 아이만 안보낼 수가 없지 않나”고 말했다.
자녀를 영어 유치원을 보내 얻을 수 있는 장점은 확실하지만 영어 유치원을 보내는데 드는 비용 부담은 적지 않다. 실제 영어 유치원에 보내고 있는 학부모 말에 따르면 영어 유치원을 보내는 건 영어 교육의 끝이 아니라 오히려 시작일 뿐, 추가적인 사교육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내달 결혼을 앞둔 이준협 씨(31‧남)는 두 명의 자녀를 낳을 계획이다. 이 씨는 “주위 사람들이 우스갯소리로 ‘교육이 증여세 없는 가장 좋은 상속 아니냐’라는 말을 하는 걸 듣고 나도 훗날 아이를 낳으면 영어 유치원에 보내야겠다고 다짐했다”며 “능력이 없어서 못 보내는 게 아니라면 영어 유치원에 아이의 교육을 위해서 보내는 게 좋겠지만, 원비뿐만 아니라 추가적인 사교육비까지 든다는 얘기를 들으니 아이 두 명은 솔직하게 말해서 힘들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과거보다 늦어진 혼인 연령으로 인해 아이를 출산하는 나이가 늦어지면서 하나뿐인 아이를 더 잘 키우고자 하는 욕구가 반영된 것 같다”며 “부모의 전반적인 생활수준이 올라가면서 영어의 필요성을 깨달은 부모들이 일찍이 자녀 영어 교육을 위해 영어 유치원을 찾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이 교수는 “더 좋은 교육을 아이에게 제공하고 싶은 건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당연한 마음이다”면서도 “다만 뭐든 과하면 독이 되는 것처럼 부모들도 아이 교육에 있어서 중심을 잡을 필요가 있다”고 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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